내연차 공룡에서 미래 모빌리티 총아로...정의선 4년 확바뀐 현대차
글로벌 판매 빅3, 최고 영업이익률, 브랜드 가치 급증..전방위 성장 포트폴리오 다양화..전기차·HEV·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 약진 로보틱스, AAM, 자율주행, SDV, PBV 등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선도 양궁 등 사회적 가치 실현 앞장...배터리 내재화,순환출자 등 숙제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4년전, 안갯속에서 출범한 '정의선 현대차그룹'이 내연기관 공룡에서 미래 모빌리티 총아로 변모하면서 글로벌 최정상권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14일로 취임 4주년을 맞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고 정주영 선대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의 헤리티지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며 새로운 현대차·기아 시대를 열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취약한 지배구조와 순환출자 문제, 서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완공,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 등은 당면 숙제로 남아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의 리더십 아래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의 위상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위상 변화는 차량 판매 대수에서 부터 확인된다. 현대차·기아는 2022년 처음 연간 글로벌 판매 3위에 오른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도요타, 폭스바겐과 함께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도 지난해 톱4에 진입했다. 올해 상반기 역시 친환경차 16만대 등 총 81만여 대를 판매해 순위를 지켰다.
현대차·기아는 창사 아래 처음으로 올해 글로벌 신용평가사 S&P, 무디스, 피치 등으로부터 일제히 신용등급 A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신용등급 A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현대차·기아,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가 전부다.
◇ 업계 최고 수준 수익성
현대차·기아는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률 10.7%를 기록하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수위를 차지했다. 합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39조4599억원, 14조9059억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였다.
1분기에는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6조9831억원)이 폭스바겐그룹의 영업이익 45억8800만유로(약 6조7935억원)를 넘어서기도 했다.
주목되는 부분은 올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는 고수익 차량 중심으로 판매 체질 개선에 성공을 거둔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로 현대차의 올 상반기 판매 중 RV·제네시스 비중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고, 기아도 같은 기간 주요 시장인 미국 내 RV 판매 비중이 78%에 달했다.
기술력, 상품성 등에 기반한 브랜드 영향력에서도 위상 변화가 엿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조사기관 J.D.파워가 올 8월 발표한 ‘신차 첨단 기술 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제네시스는 4년 연속 전체 브랜드 1위에 올랐고, 현대차와 기아는 일반 브랜드 1, 2위를 석권했다.
제품의 우수성도 입증되고 있다. 최근 10년간 ‘북미 올해의 차’, ‘유럽 올해의 차’, ‘세계 올해의 차’ 등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이 높은 6개의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 현대차·기아는 총 66개의 상을 수상하며 2위인 폭스바겐을 크게 앞질렀다.
기업의 재무성과, 기술·상품 경쟁력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브랜드 가도 증가했다. 인터브랜드의 2024년 브랜드 가치 평가에서 현대차는 230억달러, 기아는 81억달러를 기록했다. 양사 합계액은 311억달러로, 2020년 201억달러 대비 4년 만에 54% 이상 늘었다.
◆ 친환경차 약진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전기차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친환경차 부문 글로벌 선도 브랜드 위상을 견고히 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에도 현대차·기아는 친환경차의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미국에서 상반기 6만1883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선전했다. 전년동기 3만8457대보다 60.9% 늘었다. 현지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두 자릿수로 뛰었고, 테슬라에 이어 미국 전기차 ‘톱2’에 올랐다.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중 EV6는 2022년 ‘유럽 올해의 차’와 2023년 ‘북미 올해의 차’를 차지했고, 2022년 아이오닉 5, 2023년 아이오닉 6, 2024년 EV9까지 ‘세계 올해의 차’를 3년 연속 석권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동화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톱티어 위상을 구축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E-GMP는 정의선 회장이 적극 주도한 전기차 퍼스트 무버 전략의 출발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의 우수성을 인정받으며 현대차그룹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게임 체인저로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현대차그룹의 하이브리드차도 주목받고 있다. 상반기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15.6% 증가한 49만대가량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연말까지는 양사 합산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처음 100만대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도 관측된다.
현대차그룹은 자체 개발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2028년까지 현대차 133만대, 기아 80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총 14차종으로 확대 운영하며, 제네시스의 경우 전기차 전용 모델을 제외한 전 차종에 하이브리드 옵션을 제공한다. 기아도 2028년까지 9개 등 주요 차종 대부분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운영할 예정이다.
미래 친환경차의 핵심 축 중 하나인 수소전기차 분야에서도 현대차그룹은 상반기 글로벌 수소차 시장점유율 1위로, 수소 모빌리티 리더의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넥쏘 후속 모델을 2025년까지 출시하고 향후 10년간 5조7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수소산업 업계에서 톱티어의 입지를 한층 공고히 한다는 복안이다.
◇ 모빌리티 생태계 주도
현대차그룹은 인류와 함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 나가기 위한 미래 모빌리티 혁신 측면에서도 톱티어 브랜드로서의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정 회장의 미래 비전과 혁신 리더십이 수소, 로보틱스, AAM(미래항공모빌리티), 자율주행, SDV(소프트웨어기반차량), PBV 등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변화를 주도하면서 글로벌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는 수소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CES에서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및 활용 등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HTWO Grid’ 비전을 공개하는 등 그룹사 역량을 결집해 수소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유기성 폐기물로 수소를 생산하는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 친환경 물류체계인 ‘HTWO 로지스틱스 솔루션’을 올해 말까지 도입한다.
현대모비스는 수소지게차, 현대로템은 수소전기트램 개발로 연료전지 시스템 라인업 확대를 꾀하고 있고, 현대건설은 국내 최초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시설 건설 중이다. 현대제철은 그린철강 적기 공급을 목표로 밸류체인을 확장하고 있다.
로보틱스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사업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로보틱스랩,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 AI(인공지능) 연구소 간 글로벌 협업을 바탕으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로봇 활용 영역을 확장하는 동시에 인공지능과 유기적으로 결합한 ‘지능형 로봇’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로보틱스랩이 올해 선보인 자율주행 로봇 ‘달이 딜리버리(DAL-e Delivery)’는 6월부터 로봇 친화 빌딩인 팩토리얼 성수에서 음료 배달 서비스 등을 시작했다. 국내 최초로 실시간 교통정보와 연동한 횡단보도 주행 실증 시연에도 성공했다.
AAM 분야에서는 차세대 기체 ‘S-A2’의 실물 모형을 최초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AAM 생태계를 주도하기 위해 유럽 최대 방산업체인 ‘BAE 시스템즈’, 미 항공우주국(NASA) 등 글로벌 기업, 정부 기관과 전략적 제휴를 확대하고, AAM 시장 개화가 예상되는 2028년 시장 진입을 목표로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의 핵심 기술인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자율주행 데이터 수집, AI 모델 학습 등을 활용한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는 한편 플랫폼화된 자율주행 차량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에 판매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중심으로 미국, 유럽, 아시아태평양 등 다양한 시장으로 로보택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SDV 본격화를 대비해 사용자 중심 환경을 제공하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및 오픈형 생태계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여러 비율의 중앙 디스플레이 등을 개발해 2026년 상반기에 양산 차량에 적용한다.
2026년 하반기에는 고성능 전기·전자 아키텍처를 적용한 SDV 페이스 카(Pace Car)를 공개하고, 보다 빠르고 안정적인 자율주행과 AI 기능을 통한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및 비즈니스를 실증할 방침이다.
PBV 분야에서는 현대차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PBV 개념이 적용된 ‘ST1’을 출시했다. 기아는 2024 CES에서 PBV 모빌리티 솔루션 전략을 공유했다.
기아는 2025년 첫 중형 PBV인 PV5를 출시하고, 이어 대형 및 소형 PBV 라인업을 추가해 물류 회사나 모빌리티 기업, 개인 사용자로 영역을 확대하고, 2026년에는 일본 내 판매도 계획하고 있다.
모빌리티 플랫폼 제공자로서 PBV 시대를 다각도로 준비하고 있는 현대모비스는 PBV용 ‘자립형(Self-Support) 동승석 에어백’과 ‘도어 장착형(Door Mounted) 커튼 에어백’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 사회적 가치 실현
사랑받는 기업으로의 변화도 성공적이다. 정의선 회장은 그동안 인류의 삶과 행복, 진보와 발전에 대한 기여가 현대차그룹의 본질적 사명이라고 강조해왔다.
소방관들의 과로와 탈진을 예방하고 심신회복을 돕는 소방관 회복지원버스 지원이 대표적이다. 군인들을 위해서는보행 재활 로봇 '엑스블 멕스(X-ble MEX)' 등 로보틱스 기술이 지원되고 있다. 산림보호를 위해서는 드론을 활용할 수 있는 아이오닉 5가 지원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 회장은 올해 대한민국 양궁에 금메달 5개 등세계 양궁사에 남을 대기록을 안기며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의 가치를 증명해 냈다.
◇ 미래 모빌리티 신산업 집중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경쟁력 극대화, 미래 신사업 수익성 확보, 지정학적 리스크 대비 강화 등 눈앞에 놓인 과제에 대한 해법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전기차 경쟁력과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의 효율성과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배터리 안전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 전기차 시장의 캐즘를 극복하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 톱티어 위상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전기차 모델 21개, 기아는 PBV 모델을 지속 투입해 2027년까지 15개 등 각각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할 예정이다.
SDV, 자율주행, 로보틱스, AAM 등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미래 모빌리티 신사업은 그룹 중장기 로드맵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가시적 성과를 조기에 구체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