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셀 'CATL'을 선택한 이유"..벤츠코리아 '딜러 자료' 논란

딜러 교육자료에 'CATL 셀링 포인트' 강조 청라 화재 차량 등엔 파라시스 배터리 장착 소유자들 "중대 범죄행위"..공정위 조사 중 벤츠측 "전기차 전반 종합적 소개한 문서일뿐"

2024-10-07     서영길 기자
2024년 8월 1일 인천 청라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한 벤츠 전기차 EQE 350+ 모델이 조사를 위해 옮겨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지난달 대형 화재 사건으로 '전기차 포비아' 사태를 야기한 벤츠코리아가 평소 딜러들에게 자사 전기차에 글로벌 1위 업체인 중국 닝더스다이(CATL) 배터리만 사용하는 것처럼 교육 시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벤츠 전기차 소유자들은 벤츠 측이 청라 사고 차량 등에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해놓고 소비자들에게는 CATL 배터리를 장착한 것처럼 홍보했다며 관련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다.

7일 벤츠코리아의 공식 딜러사 교육용 내부 자료 '2023 EQ 세일즈 플레이북'에 따르면 벤츠코리아는 딜러들이 소비자를 응대할 때 사실상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CATL로 설명할 것'을 지침으로 삼았다.

이 자료에는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고객들의 안전성 우려에 대비한 상담 시나리오도 실렸다. 이 과정에서 벤츠코리아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로 오직 CATL만을 예시로 꼽았다.

벤츠코리아는 딜러들에게 배터리 제조사가 CATL이라는 점을 셀링 포인트로 강조하며 “CATL은 업계 최고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 보유했고 벤츠코리아는 스펙과 경쟁 입찰을 통해 배터리 업체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CATL을 셀링 포인트로 강조한 벤츠코리아 딜러 교육자료 일부./이미지=연합뉴스

이 자료에는 소비자가 중국산 배터리에 대해 안전성 우려를 제기하는 상황에 대비한 상담 시나리오도 기술됐다.

'배터리 생산지에 대한 불신' 항목에서는 '상담 시 응답 예시'를 들었는데 벤츠코리아는 자사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제조사로 오직 CATL만을 언급했다.

응대 예시로는 'CATL은 중국 회사지만 배터리 업계에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 "국내에서는 중국 제품에 대해 저렴한 가격에 낮은 품질의 상품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등의 내용이 있다.

벤츠코리아 딜러 교육 자료 일부./연합

벤츠코리아가 8월 공개한 자사 전기차 16개 차종의 배터리 제조사 자료에 따르면 EQE 350+, EQS 350 등 5개 차종에는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다. 마이바흐 EQS 680 SUV 등 8개 차종엔 CATL 배터리가 장착됐다.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 제작사와 관련해서는 인천 화재 사고 직후부터 논란이 일었다.

8월1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신도시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벤츠 EQE350+ 모델 전기차에서 폭발과 동시에 화재가 발생, 함께 주차돼 있던 차량 80여 대가 불에 타고 주민 다수가 연기 흡입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 사고 직후에는 해당 차량에 CATL의 배터리가 장착된 것처럼 알려졌으나 국토교통부의 조사 과정에 파라시스 배터리가 사용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앞서 크리스토프 스타진스키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개발 총괄 부사장은 2022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EQE 모델에 CATL이 공급한 배터리 셀이 탑재된다"고 말한 바 있다.

벤츠 전기차 차주들로 구성된 '벤츠 EQ 파라시스 기만 판매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오후 벤츠코리아 본사가 위치한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앞에서 집회를 열고 "허위 정보를 알려 이익을 얻는 행위는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문제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공정위는 지난달 10일 벤츠코리아 본사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해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벤츠코리아 측은 딜러 교육 자료에 대해 "해당 문서는 특정 모델에 국한하지 않고 벤츠 전기차 전반을 아우르는 자료로 전기차 시장, 차량, 기술, 서비스 등을 종합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제작된 문서 중 일부만 발췌된 내용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정 납품업체가 유일한 배터리 셀 공급사라는 취지로 언급된 바 없으며, 특정 모델에 특정 배터리 셀이 장착됐다고도 설명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2024 년 9월 27일 오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본사가 입주한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앞에서 벤츠가 일부 EQE 전기차에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해놓고 소비자들에게는 CATL 배터리를 장착했다고 알렸다며 이를 규탄하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