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탕 가처분 신청은 시세 조종 노림수"..고려아연, 영풍에 법적 대응 예고
[포쓰저널]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과 영풍 측이 공개매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영풍의 잇단 가처분 신청을 두고 고려아연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고려아연은 3일 영풍·MBK연합이 재판부를 무시한 것을 넘어 시세조종 및 시장교란 의도를 가진 악위적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며 금융감독원 진정과 함께 검찰 고발 등 강력한 법적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풍·MBK연합은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신청이 전날 법원에서 기각된 직후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 매수 절차를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추가로 제기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해당 가처분이 앞서 본인들이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 재판부에 똑같이 배당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또한 동일한 이유로 자신들의 가처분이 기각될 것을 알면서도 일단 시장 불안을 키우고 시간을 벌기 위해 또다시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주주나 투자자들이 응하지 못하도록 사실상 각종 소송제기를 통해 ‘겁박’하려는 속셈도 담겨 있다"며 "영풍이 고려아연 주가를 낮추기 위해 ‘재탕’ 가처분신청을 의도적으로 오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고 했다.
또 "이번 가처분 신청은 영풍이 공개매수 절차에 혼란을 야기함으로써 투자자들로 하여금 MBK파트너스 공개매수에 응하게 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며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은 주가를 낮추기 위해 시세를 조종하는 행위를 즉각 멈춰야 한다”고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재판장 김상훈)는 2일 영풍이 고려아연 대표이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을 기각했다.
법원은 △주식회사가 법에 따라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적법하고 △자기주식 취득이 공개매수기간 중에 진행돼도 위법하지 않고 △영풍 스스로 공개매수가격을 66만 원에서 75만 원으로 상향한 점 등에 비추어 고려아연의 적정주가를 명확히 산정할 수 없어 배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시세조정 역시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영풍 측이 주장한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한도가 586억원에 한정된다거나, 시세조종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연합한 고려아연은 영풍·MBK 연합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저지하기 위해 4∼23일 총 3조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 매수에 나선다.
공개 매수가는 주당 83만원으로 영풍·MBK 연합이 제시한 75만원보다 10.7% 높은 수준이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최대 320만9009주(지분 15.5%)를 2조6635억원을 들여 공개 매수하고, 베인캐피털을 통해서도 51만7582주(지분 2.5%·약 4300억원)를 추가로 매수하는 등 총 18%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이미 공개 대항 매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놓은 상태로, 베인캐피털에 이어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이 추가 참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은 최윤범 회장 측 33.99%, 영풍 장형진 고문 측 33.13%로 비슷한 수준이다.
영풍·MBK 연합은 약 2조3000억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 7∼14.6%를 공개 매수한 뒤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 보유 전구체 제조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판정 여부가 조만간 결론이 날 수도 있어 이번 경영권 분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24일 자사의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판정해달라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고려아연이 산업부에 판정을 신청한 기술은 '리튬이차전지 니켈 함량 80% 초과 양극재의 양극 활물질 전구체 설계, 제조 및 공정 기술'이다.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은 그동안 중국에 전구체를 비롯한 양극재 소재를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 왔는데, 고려아연은 국내에서 하이니켈 전구체 대량 양산을 준비 중이다.
산업기술보호법은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전 보장 및 국민 경제 발전에 중대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정부 예산이 투입된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 인수·합병(M&A) 등 방식으로 외국 기업에 매각될 때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정부 예산이 들어가지 않은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도 정부가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인수 금지 또는 원상회복 등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
고려아연은 정부가 183억6천만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해 발주한 '2024년도 소재부품 기술개발 사업' 관련 과제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10개 산학연 기관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영풍과 연합군을 형성한 MBK가 고려아연 공개 매수에 활용하는 바이아웃6호 펀드는 중국계 자본이 5% 안팎 포함돼 있다.
MBK가 고려아연 인수 뒤 중국 등 해외 재매각으로 수익을 챙길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지만, MBK는 중국 매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