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탑재 '벤츠EV' 화재...초유의 '책임 공방' 불붙나
인명·재산 피해 눈덩이..수백세대 이재민 생고생 벤츠 EQE·파라시스 배터리, '화재' 이유로 리콜 이력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난 벤츠 전기차(EV)에 중국 '파라시스 에너지'(Frasis Energy)의 배터리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지며, 벤츠와 파라시스, 차주 간 법적 책임 공방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5일 국토교통부와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1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붙은 메르세데스-벤츠 EQE 세단에 탑재된 배터리 셀은 파라시스의 제품인 것으로 조사됐다.
벤츠 EQE에는 중국 닝더스다이(CATL)나 파라시스의 EV 배터리가 탑재되고 있다.
화재 차량의 배터리는 NCM(니켈·코발트·망간) 타입으로, 정확한 모델명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전기차 화재로 입주민 23명이 연기 흡입 등으로 병원에 이송됐고 인근에 주차돼 있던 차량 140여대도 전소 등 피해를 입었다.
화재로 인해 아파트 입주민 수백세대가 단전 및 단수로 수일째 이재민 신세가 되는 유·무형의 피해도 유발됐다.
선례가 없을 만큼 피해 규모가 큰데다 이재민까지 발생한 터여서 향후 피해보상을 싸고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화재 차량인 EQE 전기차는 기존에도 배터리 문제로 수차례 리콜을 받은 전력이 있다.
벤츠코리아는 7월 EQE 6개 차종 726대를 대상으로 리콜을 진행한 바 있다. BMS(고전압 배터리 관리시스템)에서 제작 결함이 발견됐다는 이유에서다.
4월에도 벤츠는 EQE 등 8개 차종 2만7406대의 48V 배터리 접지부의 연결 볼트 고정 불량으로 리콜을 진행했다.
두 차례의 리콜 사유는 모두 배터리 화재 가능성이었다.
배터리 자체의 문제로 화재가 났다면 귀책 사유가 파라시스에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
파라시스는 2018년 벤츠 모회사인 다임러와 10년간 170GWh 규모의 배터리 주문 계약을 체결했다.
2020년에는 벤츠가 9억위안(약 1700억원) 을 투입, 파라시스 지분 약 3%를 인수해 EV 배터리를 공동 개발해 왔다.
중국 내에서도 파라시스 배터리 제품은 화재 위험으로 리콜을 유발한 사례가 있다.
2021년 3월 중국 국영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은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3만1963대가 '특정 환경에서 배터리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리콜을 시행했다. 당시 파라시스는 결함을 인정하고 리콜 비용을 모두 부담했다.
화재 피해 당사자인 차주 역시 책임 공방에 말려들 여지가 있다.
경찰이 현장 폐쇄회로텔레비번(CCTV)를 분석한 결과 차량 주인인 ㄱ씨가 마지막으로 주차를 하고 불이 나기까지 차량에 외부적인 충격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7시 경 주차를 하고 차량을 운행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화재는 ㄱ씨가 주차한 후 59시간 뒤 갑자기 일어났다.
다만 ㄱ씨가 앞서 실시된 리콜에 응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과실 및 배상책임을 져야할 수 있다.
벤츠코리아 측은 “이번에 발생한 사고 관련해 아파트 및 피해 지역 주민 등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당사는 (이번 차량 화재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당국에 협조해 차량을 철저히 조사하고, 사고에 대한 근본 원인을 파악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