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4주째 '파업 진통'...전삼노 "이재용 직접 나서 파업 해결해야"
전삼노 1일 이 회장 용산 자택앞 집회 "외부와 연대해 투쟁수위 높일 것" 사측 "파업에도 고객대응 문제없어"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삼성전자의 창사 이래 첫 파업 사태가 4주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노동조합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노조에 대한 존중없는 안건 제안으로 교섭이 결국 결렬됐다"며 "이 회장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제 삼성전자의 실태를 내부에서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알려가며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투쟁 수위를 높일 것임을 예고했다.
전삼노는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제도 개선 등을 놓고 삼성전자 사측과의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자 7월 8일부터 4주째 무기한 총파업을 진행 중이다.
노사는 최종적으로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집중 교섭을 가졌으나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사측은 아직까지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경영자들은 여전히 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조합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손 위원장은 "(사측이) 조합원들 직원들의 목소리는 전혀 듣고있지 않고 있다. 이는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며 "이는 전삼노가 5년간 교섭을 해오며 느꼈던 것이다. 사측은 지금까지 5년간 단 한 번도 노조의 안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게 한 가지도 없다"고 했다.
이어 "직원들의 휴식권을 위해 조합 창립기념일 단 하루의 휴가권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사측은 휴가권을 제한하며 ‘의무사용 연차 15일을 10일로 줄이겠다’, ‘일을 해서 돈을 더 받아가라’는 식의 대응으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그룹의 오너가 얘기하고 있는 무노조 경영 철폐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것이냐"며 "이재용 회장은 본인이 이야기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또 이번 총파업을 해결하기 위해 본인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과급 지급 제도와 베이스업(공통 인상률) 0.5% 추가 인상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성과급 지급과 관련해 노조가 요구한 0.5% 인상은 월급으로 치면 3만4000원가량이다. 일각에선 ‘이거 더 받자고 노조가 파업했다’는 비난도 있다"며 "노조는 성과급의 경우 예상할 수 있게 제도를 투명화해달라는 것이다. 돈을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한 게 아니라 삼성전자에 헌신했던 우리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임금교섭은 2023~2024년 병합해서 2년치의 임금교섭을 하는 것이다. 교섭을 병합하는 조건으로 휴가 제도 개선 약속했었다. 하지만 사측은 이같은 약속을 3월 18일 일방적으로 철회했다"며 "이번 총파업은 휴가 제도 개선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사측의 결정으로 인해 파생됐다. 약속을 깬 사측에 전적인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교섭 막판 노사 협상 결렬의 단초가 됐던 삼성패밀리넷(임직원 대상 삼성전자 제품 구매 사이트) 200만 포인트와 관련해선 "2년간의 임금 교섭 체결이니 적어도 200만원에 상당한 보상은 받아겠다는 게 과한 요구인가"라며 "이를 놓고 사측에선 언론을 이용해 노조를 ‘되팔이범(포인트로 물건을 구매해 되팔아 현금화 하는 것)’으로 몰아가는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위원장은 "노조는 패밀리넷 200만 포인트라도 사측이 받아들이면 일선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고도 했다.
사측의 "생산 차질은 없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수천명이 파업에 참여했는데 말도 안돼는 언론플레이"라며 "반도체 공정은 당장 타격이 나타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벌어질 일은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노조가 확인하기로는 반도체 공정 중 필름 공정에서 문제가 생겨 웨이퍼 1천랏(lot)이 대기 중"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전삼노의 대표교섭권 유지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도 이어졌다.
이 부위원장은 "타 노조에겐 공문을 보내 공식적으로 교섭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회신을 받았다"며 "하지만 동행노조에선 회신이 오지는 않은 상황이다. 해당 노조도 그분들만의 입장이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잘 판단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삼노의 노조 대표교섭권은 4일부로 종료된다. 사내 다른 노조가 교섭권을 사측에 요구할 경우 전삼노는 대표노조 자격을 잃는다.
현재 삼성전자에는 전삼노를 비롯해 사무직노동조합, 구미네트워크노동조합, 동행노동조합,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옛 DX노조) 등 5개 노조가 있다.
전삼노에 따르면 이들 노조 중 동행노조가 총파업 진행 상황과 관련해 전삼노와 견해차를 보이는 상황이다.
노조는 총파업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확실히 하며 사회적 이슈화를 위해 외부와 연대해 규모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허창수 부위원장은 "앞으로 현장 장악력을 강화하고 조합원의 소통창구가 되는 '챌린저'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라며 "이와 함께 쟁의기금 마련과 국회, 법조계, 시민단체 등과 연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삼노는 5일 국회에서 추가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노조와 대화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삼노와 합의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결렬되어 안타깝다"며 "앞으로도 계속 노조와 대화를 이어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파업에도 불구하고 현재 고객 물량대응에는 문제가 전혀 없다"며 "파업이 지속되더라도 경영과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적법한 범위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삼노는 1월부터 2023~2024년 임금 교섭을 병합해 사측과 교섭해 왔지만 3월 중앙노동위원회 사전조정과 6월 사후조정 과정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며 7월 8일부터 파업을 벌여왔다.
무기한 파업을 선언하면서 ▲전조합원 대상 노동조합 창립휴가 1일 보장 ▲기본급 3.5% 인상 ▲성과급(OTI,TAI) 개선 ▲무임금 파업으로 발생한 조합원들의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요구해 왔다.
사측은 막판 교섭에서 ▲노조 총회 8시간 유급 노조활동 인정 ▲전직원 여가포인트 50만 지급 ▲향후 성과급 산정 기준 개선 시 노조 의견 수렴 ▲2024년 연차 의무사용일수 15일에서 10일로 축소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