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소비자 환불은 '숨통'..수천억대 물린 입점업체들은 어쩌나

판매대금 미정산금 5월분만 1600억원..6~7월분 합치면 기하급수 큐텐 "700억원 8월 중 조달 가능"..전체 대금 정산 사실상 불가능 "판매대금 두달간 묶어두고 유용할 수 있는 구조가 근본 원인"

2024-07-28     이현민 기자
2024년 7월 26일 티몬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JK타워 앞에 현장 환불을 받기위해 몰린 피해자들을 통제하기 위해 경찰이 출동해 있다. /사진=이현민 기자

[포쓰저널] 위메프·티몬 사태에 얽힌 일반 소비자들에 대한 환불 등 구제 절차가 어느정도 진척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판매대금을 못받은 판매업체들 문제가 본격 대두되고 있다.

28일 유통업계와 관련 당국 등에 따르면 위메프·티몬 사태에 따른 일반 소비자들의 불만·불편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용카드사와 간편결제사, 전자결제대행업체(PG)들까지 결제 취소 및 환불 조치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두 플랫폼에 판매자로 입점한 소상공인들인데, 정산을 제때 받지 못한 중소상공인들이 자금 경색으로 연쇄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판매대금을 플랫폼이 두달 앞팎 아무런 이유없이 묶어 놓을 수 있게 방치한 규제 상의 허점이 지적되면서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부각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파악한 미정산 판매 금액은 22일 기준 티몬 750개사 1097억원, 위메프 195개사 565억원 수준이다.

이는 5월 판매대금 미정산금만 산정한 것으로, 앞으로 도래할 6∼7월 미정산분이 추가되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

티몬·위메프의 모회사인 큐텐은 최근 금융당국에 해외 이커머스 플랫폼인 위시를 통해 5천만달러(약 700억원)를 8월 중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600억원 정도인 5월치 미정산금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티몬, 위메프 입점 업체들은 이날 오후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판매자들은 정부에 집단 청원을 넣고, 집단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영배 쿠텐 대표가 위시 인수 자금 충당 과정에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만큼 판매자들이 구 대표와 티몬, 위메프 경영진들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진행할 가능성도 높은 상태다.

법조계에서는 구 대표 등이 판매업체들의 사전 양해없이 판매대금을 위시 인수자금으로 유용했다면, 업무상 횡령이나 업무상 배임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횡령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 배임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위메프·티몬 뿐 아니라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전반에 불합리한 판매대금 정산 관행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입점업체들은 응당 받아야할 판매대금을 제때 받지못해 고금리의 선정산 대출을 받는 반면, 플랫폼은 그동안 이자 이익을 챙기고 심지어 위메프·티몬 사태처럼 모기업 지원 등 엉뚱한 곳에 정산대금을 유용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이커머스 플랫폼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선(先)정산 대출' 상품을 제공하는 곳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SC제일은행 등이다.

이들 3개 은행이 지난해 1년간 취급한 이커머스 플랫폼 입점업체의 선정산 대출은 모두 1조2300억원이 넘고 올해 상반기 취급액만 750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수시로 이들 업체가 선정산 대출을 받고 갚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올해 6월 말 기준 대출 잔액은 700억원대 규모다.

선정산 대출 기간, 즉 각 플랫폼의 판매대금 정산 주기는 위메프 37∼67일,  쿠팡 30∼60일, 무신사 및 SSG 10∼40일, G마켓 5∼10일  등으로 알려졌다.

선정산 대출 금리는 연 6% 안팎으로 신용대출에 가까운 수준이다.

위메프·티몬의 판매대금 정산이 미뤄지면서, 선정산 대출을 받은 플랫폼 입점업체는 당장 원금·이자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25일 두 플랫폼 관련 선정산 대출의 만기가 처음 도래했고, SC제일은행에서도 앞서 이달 중순께부터 관련 선정산 대출의 미정산(미상환) 사례가 확인되기 시작했다.

금감원은 26일 15개 국내은행 부행장을 불러 관련 선정산 대출 업체에 대한 지원을 당부했다.

KB국민은행은 위메프·티몬과 거래하며 선정산 대출을 받고 만기를 맞은 업체들에 대출금 기한 연장, 원리금 상환 유예, 이자율 인하 등의 맞춤형 프로그램을 적용하기로 했다.

선정산 대출을 취급하는 3개 은행은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정책은행, 은행연합회 등과 함께 29일 금융당국이 주재하는 위메프·티몬 피해업체 대책 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한편 티몬과 위메프에서의 소비자 환불은 차츰 속도를 내고 있다.

티몬은 이날 오전 현재 600건의 주문을 취소하고 환불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도서문화상품권 선주문건 2만4600건은 26~27일 취소 처리했다.

티몬은 PG사의 협조를 얻어 8월 핀 발송 예정이던 도서문화상품권 주문 취소를 26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취소액은 KG이니시스 약 26억원, 나이스페이먼츠 약 42억원, KCP와 KICC(한국정보통신) 약 40억원 등 모두 108억원이다.

위메프도 현장과 온라인 접수 양방향으로 28일 오전까지 3500건의 환불 절차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간편결제사들과 PG사들도 이번 주부터 티몬과 위메프 결제 건 취소를 진행할 예정이다.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은 이날 오전부터 티몬과 위메프에서 네이버페이로 결제한 금액에 대한 결제 취소·환불 요청을 받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이날 정오에 자사 플랫폼에 티몬·위메프 결제 취소 접수 채널을 열었다.

토스페이는 전날부터 토스앱·카카오톡·고객센터 등을 통해 환불 절차를 지원하기 위한 이의제기 신청 절차를 시작했다.

PG사 중에서는 토스페이먼츠가 29일 오전 8시부터 이의제기 신청 절차를 받을 예정이다. 

여타 PG사들도 대부분 이번 주 내로 결제 취소나 이의제기 신청 절차를 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위메프·티몬 사태 피해자들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큐텐 입주 건물 앞에서 티몬·위메프 피해자 '우산집회'를 열기로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우천 여부와 관계 없이 우산을 들고 마스크를 쓴 채 큐텐 측의 사과와 피해 보상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