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프·티몬 사태] 미정산금 1700억원...금감원·공정위도 "사태해결" 총력

유화현 위메프 대표 "소비자 피해 충분히 커버 자금 있다" 류광진 티몬 대표 "피해 구제, 결제 재개 등 노력...정산지연 해결 최선" 이복현 금감원장 "판매대금 미정산, 지속 모니터링..추가 조치" 한기정 공정위장 "소비자원에 전담 대응팀 설치, 집단 분쟁조정 준비"

2024-07-25     문기수 기자
싱가포르 기반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 계열사인 위메프와 티몬 정산 지연 사태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25일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앞에서 환불을 원하는 피해자들이 우산을 쓰고 사측을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포쓰저널]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 해결에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정부가 적극 나서며 도산 위기에 내몰린 중소 판매자들과 환불이 막힌  소비자들의 피해 구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5일 공정위와 금감원은 위메프와 티몬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합동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업체 측에 책임있는 자세로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두 기관은 이날 현장점검에서 정산지연 규모 등 판매자에 대한 대금 미정산 현황, 판매자 이탈현황과 이용자 환불요청과 지급상황을 확인하는 한편, 소비자에 대한 대금환불 의무 및 서비스 공급계약 이행 의무 등 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를 점검했다.

금융감독원은 특히 8개 신용카드사 소비자 관련 임원들을 불러 티몬·위메프 소비자들이 물품 대금을 지급하고 받지 못한 카드 결제 건에 대해 환불을 차질없이 진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카드사들은 소비자들의 할부항변권 등을 수용한 이후 가맹점계약을 맺은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에 구상권 청구를 통해 손실을 보전할 수 있다.

금융당국과 카드사들은 소비자에게 할부항변권, 신용카드 이용대금 이의신청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안내할 예정이다.

할부로 결제하지 않은 소비자는 '물품 미수령' 사유를 들어 신용카드 이용대금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 같은 취소는 정상적으로 물품이나 서비스 대금에 대해 결제했는데 물품을 받지 못한 경우에 한정된다. 상품권 '깡' 등 불법 행위는 해당하지 않는다.

23일 KCP·토스페이먼츠·KG이니시스 등 PG 업체들은 위메프·티몬에 대한 거래를 중단하면서 신용카드 결제는 물론 결제 취소도 중단했다.

티몬과 위메프가 입점 판매자에게 정산하지 않은 금액은 최소 1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티몬·위메프의 정상지연 사태로 업체 당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판매대금을 물린 중소 판매자들이 줄도산 위기에 내몰리며 금융권에는 비상이 걸렸다.

KB국민은행·신한은행·SC제일은행 등 피해를 우려한 은행권도 티몬‧위메프 판매자에 대한 선정산대출 취급을 중단하면서 중소형 판매자들의 자금난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위메프와 티몬에서 보고한 미정산 금액은 1600억∼1700억원"이라며 "정확한 숫자는 점검반이 검증해야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정산을 위해 유입된 자금이 정산에만 사용되도록 은행과 에스크로 계약 체결을 유도하는 등 판매자 보호를 위한 정산자금 관리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또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소비자와 판매자가 신속히 민원을 접수할 수 있도록 금감원에 전담 창구를 설치해 운영하고, 신용카드사 등에서도 민원 대응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티몬·위메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적받으며 "이유 막론하고 국민들께 부담을 드리고 걱정을 끼쳐서 사과드린다"며 공정위와 금감원, 금융위를 중심으로 판매대금 미정산 문제를 지속 모니터링하고 추가 조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티몬과 위메프의 대금 정산 지연 문제와 관련해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주문을 취소한 소비자에게 대금 환불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재화와 서비스 공급이 계약 내용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도 철저히 점검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해 소비자원에 전담 대응팀을 설치하고 집단 분쟁조정 준비에 착수하겠다"며 "금융당국 등 관계기관과 협업해 피해가 확산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공정위에 따르면 1372 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접수된 티몬과 위메프 관련 소비자 상담은 23일 254건에서 24일 1300건으로 증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여행 상품 구매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여행업계에 적극적인 계약 이행을 당부할 예정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와 관련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7.25/연합뉴스

정부는 이와 별개로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문제 관련, 관계부처 긴급 점검 회의를 개최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위메프와 티몬 대표도 나서 사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여행상품 환불을 위해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 사무실을 찾아온 고객들에게 "마음 깊이 사죄드린다.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보상하고,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며 "소비자 피해는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금을) 갖고 있다. 그 이상으로,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오늘은 고객이 가장 급하게 원하시는 환불을 완수하려고 한다"며 "고객 환불부터 집중한 뒤 소상공인·영세상인 등 판매대금 지급 문제에 대응할 방침"이라며 “큐텐 그룹사 차원에서 다 같이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산 문제로 여행 계획에 차질이 생긴 고객 보호를 목표로 7월 출발 일정의 여행 상품의 빠른 취소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7월 이후 일정의 여행상품 구매한 고객들도 희망할 경우 일자에 따라 순차적으로 구매 취소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했다. 정확한 구매 취소 일정 및 방법은 추후 안내할 계획이다.

류광진 티몬 대표는 “피해 구제와 함께, 결제 재개 등 고객과 판매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정산 지연 또한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위메프에서 여행상품을 결제한 고객들은 25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위메프 본사 사무실을 찾아 오후 기준 700명 넘는 고객이 환불을 마쳤다.

위메프는 전날 밤부터 현장에 몰려온 고객들에게 결제자 이름과 연락처, 예약번호, 상품명, 환불요청 수량, 예금주 이름과 계좌번호를 종이에 적게 한 뒤 순차로 환불금을 입금해주고 있다.

고객들은 4∼6시간 대기한 뒤 환불받고 있다. 위메프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는 현장에 고객들이 몰리면서 환불 접수 방식을 QR코드를 통한 온라인 접수로 전환하고, 종이 신청은 받지 않고 있다.

환불이 완료됐는지 여부는 위메프 홈페이지의 마이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장에 방문하지 않은 여행상품 고객의 경우 홈페이지의 마이페이지 내에서 환불 신청을 해야 한다. 위메프는 25일과 26일 중으로 여행상품에 대한 환불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티몬의 경우 본사 문이 닫혀있어 현장에서 환불 신청을 할 창구가 없는 상태다.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위메프에서 티몬 고객들의 환불 신청서를 받아 티몬 측에 전달했지만, 티몬 고객이 몰리면서 현재는 이 절차를 중단했다.

티몬 고객이 환불받기 위해서는 온라인에서 환불 절차를 밟아야 한다. 티몬은 모바일앱과 홈페이지 일대일 톡 상담, 고객센터 등을 통해 환불 신청을 받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 모두 여행 상품 외에는 온라인에서 환불 신청을 해야 해서 '무한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에 따른 소비자 피해는 여행뿐 아니라 숙박·가전·식품·가구·게임·공연 등 각종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가 25일 새벽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정산 지연 사태로 상품을 환불받으려는 고객들을 응대하고 있다. 2024.7.25./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