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콘텐츠] "제2의 '오징어게임'은 없다...방송노동자 3명 중 1명은 실질실업"
24일 '질주를 멈춘 K-콘텐츠 산업' 국회 토론회 종사자 78% 고용 불안...92% "실업급여 조건 완화해야" "근로계약 준수 법 장치, 사회보험 편입 등 사회안전망 필요"
[포쓰저널=이현민 기자] “'오징어게임'의 세계적인 흥행은 운이라는 요소가 따른 결과라고 봅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지 않는 지금과 같은 방송미디어 제작 구조 상황 속에서는 글로벌 K콘텐츠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더불어민주당 강유정·이기현·이용우 국회의원 주최로 열린 국회 토론회 ‘질주를 멈춘 K-콘텐츠 산업 그리고 방송 노동자의 고용불안’에서 김기영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구 방송스태프지부 지부장은 이같이 말했다.
토톤회에서는 방송산업 관계자들이 모여 고용안전망 개편 및 복지 서비스 강화 등 방송미디어 산업 내 제작 및 고용 환경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방송 현장 고용 불안 실태조사 결과와 시사점’ 주제발표에 나선 김 지부장은 “현재 방송미디어 산업은 성장 동력 약화로 콘텐츠 제작 규모와 수가 축소되고 방송미디어 종사자와 제작사를 열위에 놓이게 함으로써 산업 내 구조조정을 가능케 하고 일자리 규모의 감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는 “올해 3월부터 4월까지 방송미디어 산업 내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전‧현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방송현장 고용불안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대부분이 프리랜서‧위임‧도급계약 방식을 통한 고용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응답자의 78.2%는 프로그램 제작 종료를 비롯한 사측의 해고와 권고사직, 프로그램 제작 중단 등과 같은 비자발적인 사유에 의해 업무 계약이 종료되는 등 고용 불안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과반 이상은 산재보험, 건강보험,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험의 직장 가입 경험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응답자 중 34.4%는 실질 실업 상태며 1년 중 4개월 이상의 실업 상황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자리 상실 이후 발생하는 생계 곤란과 재취업을 위한 실업급여 수급 경험은 38.5%에 불과했다.
김 지부장은 “응답자의 92.1%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 고용 안전망이 실업 급여 수급 조건 완화였다”며 “이는 방송미디어 산업의 급속한 변동으로 인해 종사자들이 고용의 불안전성을 자주 겪고 있고 최근 들어 프로그램 제작 규모 및 지원이 축소되면서 동시에 일자리 규모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방송 현장 고용 불안 실태를 살펴본 결과 방송미디어 분야 종사자에 대한 촘촘한 사회 안정망 제공 노력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며 “이들에 대한 정책, 제도적 차원의 안전망이 확대되도록 기존 사회보험 제도로의 편입과 동시에 방송미디어 분야 종사자의 사회 안전망 보장을 위한 산업 전반의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실업 이후 재고용 단계에서 겪을 수 있는 업무 부적응을 낮출 수 있도록 방송미디어 제작 환경을 반영해 실업 기간 중 직업 훈연과 같은 역량 강화 지원 서비스가 시행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주제발표 이후에는 방송작가·방송스태프·연기자·프리랜서 등 각 분야의 방송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 방안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에 참석한 김기영 지부장은 방송 산업이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점을 꼬집었다.
김 지부장은 "냉정히 말해 '오징어게임 이후 세계적인 히트를 친 한국 콘텐츠는 없다고 봐야 한다"며 "'오징어게임'의 성공은 운이라는 요소가 잘 작용된 것이며 한국콘텐츠가 경쟁력이 있고 문화적인 우월성을 갖췄기 떄문이 결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드라마 제작 시스템은 인력시장이나 다름없는 구조를 갖췄다"며 "방송사는 비정규직을 여러가지로 파견직으로 쓰고 계약직도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활용하는 무기계약직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태프, 작가, PD들이 정해진 근로계약에 따라 노동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장치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선영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수 수석부지부장은 작품이 결방됐을 때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대책 및 보상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박 지부장은 "이번주 파리올림픽이 개최로 인해 TV프로그램 결방이 줄줄이 예상되고 있는데 이는 월 수익의 4분의 1이 날아가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기획료·결방료 지급 규정 체계를 마련해 프로그램 제작자들의 수익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했다.
박 지부장은 방송작가의 작업환경 개선안으로 서면계약서 체결 의무화, 방송사의 비정규직 인사관리 체계 확립, 단체협약을 통한 고용 안전장치 마련 등도 강조했다.
송창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사무총장은 연기자들의 소득 및 사회보장 개선방안으로 최저출연료 도입 및 방송출연표준계약서 의무화, 노동조합을 통한 연기자 단체 역할 강화 등을 꼽았다.
심순경 청년유니온 조직팀장은 "방송미디어 산업 현장의 고용불안 문제는 결국 방송미디어 산업의 현직, 예비 종사자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며 "방송미디어 산업 종사자와 사회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방송현장의 고용불안 문제에 관한 대안을 모색하고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