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위기' SK, 새판 짠다...CEO 총집결 1박2일 끝장토론
28~29일 이천 SKMS연구소서 경영전략회의 회의 최태원 美 출장지서 화상 참석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SK그룹이 리밸런싱(구조조정)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본격 돌입한 가운데, 이번 주말 CEO(최고경영자)들이 총 집결해 1박2일간 경영 전략을 논의한다.
27일 SK그룹에 따르면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SK Management System)연구소에서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하는 경영전략회의(구 확대경영회의)가 열린다.
22일 미국 출장길에 오른 최태원 회장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할 예정이다.
올해 SK 경영전략회의는 그룹 안팎에 닥친 복합위기 상황을 고려해 예년과 달리 1박 2일로 늘리고 만찬과 종료 시간없이 ‘무제한 토론’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SK는 매년 그룹의 거시적인 경영 방향에 대한 논의 차원에서 확대경영회의를 열어 왔다. 확대경영회의는 8월 이천포럼, 10월 CEO 세미나와 함께 SK그룹 최고 경영진이 모여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3대 연례행사다. 올해는 경영 현안과 기업문화 차원의 논의를 함께하자는 차원에서 확대경영회의 명칭이 경영전략회의로 바뀌었다.
최 회장이 최근 사업의 '양적 성장'보다 내실 경영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언급한 만큼 이번 회의에서는 ‘사업의 질’에 대한 토론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최 회장은 그동안 확대경영회의를 통해 '딥체인지 2.0', '파이낸셜 스토리' 등의 경영 '화두'를 던져 온 만큼 올해도 어떤 화두를 제시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SK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계열회사는 859개사(상장 21개사, 비상장 838개사)로 국내 대기업 집단 중 가장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2022년 말 기준 770개사(상장 21개사, 비상장 749개사)에서 168개사가 늘었다.
SK그룹은 최근 대규모 사업구조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SK그룹 지주사인 (주)SK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주)SK의 연결대상 종속회사 수는 698개로 1월 1일 기준 716개에서 3개월 만에 18개사가 줄었다.
상장 15개, 비상장(해외법인 포함) 701개 등에서 상장 14개사(SK렌터카 상장폐지), 비상장 684개사로 축소됐다.
SK는 지난해 1월 572개(상장 13개사, 비상장 559개사)의 종속회사수를 연말 716개(상장 15개사, 비상장 701개사)까지 늘였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최근 경영진 회의에서 “계열사 숫자가 너무 많다. 관리 가능한 범위 내로 줄일 필요가 있다”고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번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장기 적자 등 성과를 내지 못하는 계열사들은 일제히 정리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가 예상되고 있다.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의장은 지난해 말 취임해 현재 SK그룹의 리밸런싱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말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로 분산된 투자 기능이 SK㈜로 모두 이관되는 등 조직 슬림화를 위한 움직임은 그룹내 곳곳에서 가시화된 분위기다.
최근에는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이 알짜 계열사 SK E&S와의 합병을 검토한다고 공시했다. SK온과 SK엔무브 합병, SK온과 SK E&S합병,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 매각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예상되고 있다.
SK온은 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 중 한 축을 맡은 사업이지만 그간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의 여러 차례 자금 수혈에도 좀처럼 적자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K그룹은 유동성 확보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는 최근 베트남 재계 2위 유통기업 마산그룹 지분 9%를 처분하는 풋옵션(주식매도 권리)으로 매각 협상을 마무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인 빈그룹과도 지분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분 매각이 성사되면 SK그룹은 1조원 이상의 실탄을 확보하게 된다.
최근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계열사 SK팜테코가 덴마크 대형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와 미국 버지니아주 피터스버그에 있는 CDMO 공장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엔 SK네트웍스가 자회사 SK렌터카를 글로벌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8200억원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SK네트웍스의 또 다른 자회사 SK매직은 1월 가스레인지, 전기레인지, 전기오븐 총 3개 품목을 경동나비엔에게 370억원에 양도했다.
11번가도 지난해 IPO(기업공개)가 실패하면서 강제 매각이 추진중이다.
실적이 부진한 그룹 계열사 수장들도 잇달아 교체되고 있다.
그동안 방만한 투자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혀온 SK스퀘어 박성하 사장은 해임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25일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2021년 출범한 그룹 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는 23개 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중 18개 회사가 지난해 적자를 냈다. SK스퀘어의 지난해 연 영업손실은 2조3397억원에 달했다.
SK에코플랜트에서는 지난달 박경일 사장이 물러나며 김형근 SK E&S 재무부문장이 대체 투입됐다. 실적 부진에 빠진 SK온의 성민석 최고사업책임자(COO·부사장)는 1월 영입된 지 10개월 만에 보직 해임되기도 했다.
다만 연일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내부적으로 임원급을 비롯한 구성원들의 동요가 커지면서 최태원 회장은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