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신경영' 31주년 앞둔 이재용 美 출장 광폭 행보

버라이즌 CEO와 갤럭시AI 협력 모색..현지 사업 점검 美 동부 뉴욕부터 서부까지 30여 건 일정 소화 AI, 반도체, IT 분야 기업 및 의회·정부 미팅 "모두가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잘 해내고 아무도 못하는 사업은 먼저 해내자"

2024-06-06     문기수 기자
2021년 11월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버라이즌 본사를 방문해 한스 베스트베리 CEO와 기념촬영하고 있다./삼성전자

[포쓰저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이른바 '신경영 선언' 31주년을 앞두고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달 31일 삼성호암상 시상식이 끝난 직후 미국으로 출국해 이달 중순까지 현지의 주요 정보기술(IT)·인공지능(AI)·반도체·통신 관련 기업 최고경영자(CEO) 및 정관계 인사들과 릴레이 미팅을 이어간다.

이동통신사 버라이즌 등 주요 고객사와의 협력 강화는 물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출장길이라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뉴욕과 워싱턴D.C. 등 동부에서 서부의 실리콘밸리까지 30여 건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현지시간 4일에는 미국 뉴욕에서 한스 베스트베리(Hans Vestberg) 버라이즌 CEO와 만나 차세대 통신분야 및 갤럭시 신제품 판매 등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과 베스트베리 CEO는 ▲AI를 활용한 기술 및 서비스 방안 ▲차세대 통신기술 전망 ▲기술혁신을 통한 고객 가치 제고 전략 ▲버라이즌 고객 대상 안드로이드 에코시스템 확대 협력 ▲하반기 갤럭시 신제품 판매 확대 협력 등 사업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갤럭시S 시리즈 신제품 관련 공동 프로모션 및 버라이즌 매장내에서 갤럭시 신모델의 AI기능을 체험하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이날 미팅에는 삼성전자 ▲노태문 MX(Mobile eXperience)사업부장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 ▲최경식 북미총괄 사장 등이 배석했다.

미팅 후 이 회장은 "모두가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잘 해내고 아무도 못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고 말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삼성전자는 5대 매출처이자 글로벌 최대 이통사인 버라이즌과의 협력을 강화해 차세대 통신 사업 육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버라이즌은 글로벌 통신 사업자 중 삼성전자의 최대 거래 업체로, 두 회사는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웨어러블 기기, 네트워크 장비 등에 걸쳐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버라이즌이 2020년에 체결한 '5G를 포함한 네트워크 장비 장기공급 계약'은 7조9000억원 규모로, 한국 통신장비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 계약이다.

삼성전자는 해당 수주를 계기로 미국 5G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와 버라이즌이 갤럭시 단말기부터 네트워크 장비까지 광범위하게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는 데에는 삼성전자의 앞선 기술력은 물론 이재용 회장과 베스트베리 CEO의 오래되고 각별한 인연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 회장과 베스트베리 CEO는 2010년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 콩그레스'에 각각 삼성전자 부사장과 스웨덴 통신기업 에릭슨 회장 자격으로 나란히 참석한 것을 계기로 10년 이상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베스트베리 CEO가 버라이즌으로 옮긴 뒤에도 이어져, 5G 분야의 대규모 장비 공급 계약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재용 회장과 베스트베리 회장은 계약 과정에서 수시로 화상 통화를 하며 새로운 협력 방인에 관한 논의도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단말기 분야에서도 올해 초 세계 최초의 AI 스마트폰인 '갤럭시S24'를 출시하며 글로벌 통신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로서의 위상을 키워가고 있다.

글로벌 통신 업계는 지난 10년간 '비디오 콘텐츠'가 통신 산업 발전을 이끌어 온 것처럼, 향후 10년은 'AI'가 산업 발전을 촉진할 것으로 전망하며 삼성의 '갤럭시AI'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신 갤럭시S24 제품 이외에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S23 ▲Z폴드5 및 Z플립5 ▲탭S9 등 기존 제품 고객들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갤럭시 AI'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AI 저변 확대를 선도하고 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켐핀스키호텔에서 계열사 임원들을 모아놓고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상징되는 '신경영 선언'을 발표했다.

이후 삼성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는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