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2천여명 서초사옥서 2차 쟁의
전삼노 문화행사 형식 집회..민주노총 200여명도 참석 "사업지원TF, 노사협의회 앞세워 노조 무력화 시도"
[포쓰저널] 인공지능(AI)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고전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노동조합의 파업 리스크까지 떠안았다.
24일 오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노조 측 추산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문화행사 형식의 2차 쟁의 행위를 벌였다.
전삼노의 단체행동은 지난달 17일 삼성전자 경기 화성사업장 부품연구동(DSR)에서 조합원 3000명이 모여 창사이래 첫 쟁의를 한 후 이번이 두 번째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조합원 200여명도 참석, 한국노총 산하인 전삼노가 민주노총으로 상급단체를 바꾸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삼노는 삼성전자 노조 중 최대 규모로 조합원 수는 약 3만명이다.
노조는 ▲노사협의회가 아닌 노조와의 입금 협상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 성과급 지급 ▲실질적인 휴가 개선 등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사용자 위원과 근로자 위원이 참여하는 노사협의회에서 별도 임금 조정 협의를 진행해 평균 임금인상률을 5.1%로 정했지만 전삼노는 6.5%의 인상률을 요구한 바 있다.
노조는 또 경쟁사 LG전자와 SK하이닉스의 사례를 근거로 성과급을 영업이익 기준으로 투명하게 지급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올해 디바이스솔루션(DS)에서 영업이익 11조원이 나더라도 사측은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 기준으로 성과급 0% 지급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영업이익 기준으로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다면 직원들에게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교섭에서는 휴가 개선안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23·2024년 교섭을 병합하는 조건으로 휴가 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노조는 "이번 문화 행사는 삼성전자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에 노사협의회를 앞세운 노조 무력화 시도를 철회하고, 노동조합과의 대화를 통한 원만한 단체교섭을 요구하기 위해 열었다"며 "노조는 끝까지 대화를 통해서 회사의 노조 무력화 시도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회사는 여전히 노동조합을 무시하고 직원들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 사측과 전삼노는 1월부터 교섭을 이어갔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3월에 교섭이 결렬됐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이 무산되자 전삼노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다만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21일 임금 실무교섭을 재개, 타결을 위해 서로 노력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으며 28일 본교섭을 진행한다.
노조는 본교섭에서 뚜렷한 성과가 없으면 다음 날인 29일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에서는 1969년 창사 이후 파업이 벌어진 적은 없다. 2022년과 2023년에도 임금교섭이 결렬되자 노조가 조정신청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했으나 실제 파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인해 지난해 DS부문에서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