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1~2월 전기차 글로벌 점유율↓…스텔란티스·BMW에도 밀려
1~2월 현대차·기아 점유율 3.6% 전년비 1.1%p↓ 中 BYD 역성장에도 1위 수성..테슬라 2위로 밀려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1~2월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이 전년동기 대비 20% 이상 성장했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며 스텔란티스와 BMW에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1~2월 세계 각국에서 차량 구매자에게 인도돼 당국에 등록된 전기차(PHEV 포함)는 184만3000대로 전년동기 대비 24.4% 증가했다.
이 기간 현대차·기아는 6만6000대를 인도해 전년동기(7만대) 대비 -4.9% 역성장했다.
글로벌 톱10에 든 업체 중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곳은 중국의 비야디(BYD)와 현대차그룹 밖에 없었다.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7%에서 올해 3.6%로 1.1%포인트(p) 떨어졌다.
점유율 순위도 지난해 1~2월 6위에서 스텔란티스 4.6%, BMW 4.0%에 추월당해 8위로 밀려났다.
SNE리서치는 "현대차그룹은 주력 모델인 아이오닉 5·6, EV6의 판매량이 부진한 결과이나 신형 코나 일렉트릭(SX2 EV)과 EV9의 글로벌 판매 확대, 스포티지와 투싼 PHEV의 해외 판매량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의 경우 배터리 성능 향상 및 편의사양 추가로 전반적인 상품성이 개선된 더 뉴 아이오닉5를 비롯해 2024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6 블랙 에디션을 함께 출시했다. 2030년까지 전기차에 24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톱3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밝혔다"며 "기아도 EV9의 해외 판매 본격화와 EV3부터 EV5로 이어지는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소형 전기차 판매를 통해 친환경차 시장 리더십을 굳건히 하고 판매 물량 확대를 통해 수익성 강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계는 BYD를 필두로 4개사가 글로벌 10대 전기차 메이커에 오르며 약진을 지속했다.
BYD는 1~2월 29만9000대의 전기차를 인도해 전년동기 대비 -8.5% 역성장하며 뒷걸음질쳤지만 글로벌 1위 자리는 지켰다.
BYD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22.1%에서 16.2%로 1년새 5.9%p 대폭 하락했다.
BYD는 Seagull(海鸥), Dolphin(海豚) 같은 경형 전기차 판매량이 호조를 나타내며 1~2월에도 선두를 유지했다.
경형 전기차뿐 아니라 Song, Yuan plus와 같은 다양한 세그먼트와 Denza(腾势), Yangwang(仰望)과 같은 서브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폭을 제공하며 시장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SNE리서치는 분석했다.
지리자동차(Geely)의 글로벌 점유율은 지난해 5.8%에서 올해 8.6%로 오르며 폭스바겐(VW)을 밀어내고 3위에 올라섰다.
지리는 1~2월 15만9000대를 인도하며 전년동기 대비 83.1%의 성장률을 기록, 톱10 업체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지리도 경형 전기차 Panda(熊猫) MINI가 1만6000대 이상 판매되며 호조를 나타냈다.
볼보 자동차의 모기업인 Geely그룹은 이외에도 Galaxy(银河), ZEEKR(极氪), LYNK&CO(领克)과 같은 서브 브랜드를 론칭하며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중고급형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상하이자동차(SAIC)는 12만대로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이 50.4%로 뛰며 5위 자리를 지켰다. 글로벌 점유율은 5.4%에서 6.5%로 증가했다.
창안자동차(Chngan)는 글로벌 점유율이 지난해 3.1%에서 3.6%로 0.5%p 오르며 다임러를 밀어내고 9위에 랭크됐다. 글로벌 인도량은 6만6000대(성장률 42.4%)로 8위인 현대차그룹과 같았다.
미국 테슬라는 24만2000대를 인도해 10.5% 성장하며 BYD에 이어 2위 자리를 유지했다. 점유율은 14.8%로 전년동기(13.1%) 대비 1.7%p 하락했다.
테슬라는 주력 차종인 모델3/Y의 판매량이 호조를 보이고 있고 이 중 모델Y의 판매량이 전년동기 대비 약 2배 이상 증가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9월 중국 상하이 공장 생산 차량의 판매가 11% 급감했다는 소식이 있었지만 올해 180만대 판매목표까지 순항할 것으로 SNE리서치는 전망했다.
테슬라는 주력 차종인 모델Y의 판매량에 힘입어 성장세를 유지했다. BEV(배터리 100%사용 전기차) 판매량만을 비교하면 테슬라 24만2000대, BYD 15만6000대로 테슬라가 크게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폭스바겐은 13만대를 인도해 전년동기 보다 28.1%, 스텔란티스는 8만5000대로 23.0% 늘며 각각 4위, 6위에 랭크됐다.
BMW는 7만4000대로 20.9% 인도량이 증가했고 점유율은 4.1%에서 4.0%로 소폭 떨어졌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역성장으로 한 단계 올라서며 7위를 차지했다.
다임러는 글로벌 점유율 3.2%로 중국의 창안에 밀리며 10위로 내려앉았다.
지역별 전기차 인도량에서도 중국은 지난해 1~2월 보다 28.4% 늘어난 102만대로 글로벌 점유율 55.4%를 차지, 여타 국가와 지역을 압도했다.
유럽 전기차 인도량은 42만2000대로 20.2% 늘어났으나 글로벌 점유율은 지난해 23.7%에서 올해 22.9%로 줄었다.
북미 지역은 26만6000대로 17.6% 증가했지만 글로벌 점유율은 지난해 15.3%에서 올해 14.4%로 하락했다.
중국 제외 아시아지역은 9만8000대로 8.8% 한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고 글로벌 점유율은 6.1%에서 5.3%로 감소했다.
SNE리서치는 "지역별로 보면 55.4%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중국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자리를 견고히 유지했다"며 "2월에 춘절의 영향으로 성장률이 둔화됐지만 보조금 중단 이슈로 인해 판매량이 급감했던 지난해 초와 달리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경형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서브 브랜드 출시로 인한 소비자 선택의 폭 확대, NEV 의무생산 강화로 점차 전기차 대중화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과 관련해서는 "BEV, PHEV, HEV 모두 비슷한 성장세를 꾸준히 나타내고 있고 그동안 BEV 중심의 성장을 보이던 유럽에서 BEV의 성장률이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자동차 강국인 독일과 이탈리아를 필두로 유럽연합(EU)이 만든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법안에 반대의 뜻을 나타냈고 기존 유로6 수준의 완화된 유로7 규제가 합의되며 유럽지역 내에서의 전기차 속도조절론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북미 지역은 테슬라와 JEEP의 PHEV 라인업의 판매량에 힘입어 성장세를 나타낸 한편, IRA(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 보조금정책으로 성장세를 유지했다"며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둔화세를 보이고 있고,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을 위한 배기가스 규제 강화 계획 수정 검토, 바이든 정부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 비난 및 내연기관차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 등이 나타나고 있다"며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SNE리서치는 "전세계적인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 ‘전기차 전환 속도조절론’이 급부상하면서 주요 완성차 업체 또한 전기차 투자 계획과 전동화 전략을 연기하거나 감축하고 있다"며 "전기차 전환에 대한 방향이 아닌 속도 문제인 현황에서 얼리어답터 수요층을 넘어 보편적인 영역으로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수요가 향후 몇 년간 완만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