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세계 첫 'AI 규제법' 합의…이르면 2026년 시행
AI 위험성 분류 및 투명성 강화..생성AI 등 '고위험군'으로 분류 위반시 최고 500억원 벌금..한국 상황 맞는 규제 마련 필요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AI) 규제 법안을 만드는 데 합의했다.
유럽의 AI 규제가 향후 글로벌 AI 규제 표준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은만큼 한국도 이에 상응하는 적절한 수준의 제도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 EU 27개 회원국 대표는 AI 기술 이용을 규제하고 위반하는 기업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AI 법(The AI Act)에 최종 합의했다.
최종 법안이 만들어지고 유럽의회와 EU 회원국들의 승인이 끝나면 이르면 해당 법은 2026년 초 시행될 전망이다.
합의안을 보면 AI의 위험성을 분류하고 투명성 강화키로 했다.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에는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정치·종교적 신념, 성적 지향, 인종과 같은 민감한 특성을 기준으로 사람들을 분류하는 안면 인식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인터넷 혹은 보안 영상에서 생체 정보를 스크랩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구체적으로 보면 AI 기술 위험에 따라 4등급으로 분류해 차등적 규제를 적용, 규정을 어긴 기업에는 최대 3500만유로(약 497억원) 또는 세계 매출 7%에 해당하는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가장 강한 등급인 ‘용인할 수 없는 위험’ 등급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이용되는 실시간 원격생체인식 시스템 사용, 인터넷이나 CCTV 영상에서 스크랩을 통해 안면인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했다.
자율주행 자동차나 의료 장비와 같은 제품 등 ‘고위험’ 등급에 해당하는 AI는 위험관리 시스템의 구축 및 유지, 품질 기준 충족 등 의무가 부과된다.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바드 등 거대언어모델(LLM)에도 EU 저작권법 준수, 학습에 사용한 콘텐츠에 대한 요약본 배포 등 투명성 의무를 부과했다.
EU를 시작으로 미국, 나아가 유엔(UN) 등 AI 규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 세계 규제 움직임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국, 영국, 중국 등은 자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법안 마련도 검토하고 있다.
EU의 AI 규제 논의는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2021년 4월 법안 초안을 발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새로운 기술 혁신이 등장하면서 법안을 다시 작성하게 됐다. 초기 버전에서는 챗GPT를 지원하는 범용 AI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이번 협상에서는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들이 자국 기업에 불리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일부 규정 완화를 주장하면서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다만 최종 합의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고 기술적인 세부 사항에 관한 논의는 지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 초안은 유럽 의회와 회원국들의 공식 승인을 거쳐야 한다. 승인 후 완전히 발효되기까지는 2년이 소요되고 이후 EU는 AI 규제를 위한 국가 및 범유럽 규제 기관을 창설할 예정이다.
아울러 한국도 AI 관련 시장을 차세대 먹거리로 규정하고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는만큼 상황에 맞는 규제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 업계와 학계에서는 AI 기술 산업을 지원하면서도 사회적 기준을 지키기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에 한창이다.
앞서 정부는 9월 안전한 AI 활용 가치를 담은 ‘디지털 권리장전’을 마련했고, 국회에서는 AI 기본법(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이 발의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