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30년 결혼 마무리 참담..가정의 가치 법에 의해 지켜지길"
최태원 회장과 이혼소송 항소심 첫 변론기일 직접 출석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최태원(64) SK그룹 회장과 이혼소송 중인 노소영(63)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9일 "참담하다"면서도 법에 따른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노 관장은 이날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 강상욱 이동현) 심리로 열린 이혼소송 항소심 첫 변론준비기일에 직접 참석한 뒤 취재진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회색 수트 차림을 한 노 관장은 다소 침울한 표정으로 짧게 소회를 밝혔다.
그는 “30여년 간의 결혼 생활이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된 것에 대해 참담하다고 (재판부에) 말씀을 드렸다”며 “이 자리를 빌어서 우리 가정의 일로 국민 여러분들께 많은 심려를 끼친 거 너무 죄송하고 민망하기 그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바라는 것은 저의 이 사건으로 인해 가정의 소중한 가치가 법에 의해서 지켜지는 그런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했다.
노 관장 측은 SK이노베이션이 서린빌딩에서 아트센터 나비의 철거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노 관장 측 변호인은 “미술관은 미술품을 보관하는 문화시설로서 그 가치가 보호돼야 하고, 근로자들의 이익을 고려해야 할 책임과 책무가 있기 때문에 퇴거는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퇴거하면) 미술품을 둘 곳도 없고 직원들도 모두 해고해야 한다"며 "이혼을 한다는 이유로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했다"며 퇴거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가사 소송에서 당사자가 법정에 나오는 일은 드물지만 노 관장은 이날 재판에 직접 출석했다.
해외 출장 중인 최 회장은 이날 재판에 불참했다.
이날 변론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앞서 지난해 12월 1심은 노 관장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여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로 1억원, 재산 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의 이혼 청구는 기각했다.
노 관장은 SKK그룹 지주사 (주)SK 주식에 대한 분할도 요구했지만 1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 관장은 최 회장에게 위자료 3억원과 함께 최 회장이 보유한 (주)SK 주식 1297만5472주 중 42.29%인 548만7327주를 요구했다.
금액으로 환산한 분할지분 가치는 당시(2022년 12월 5일) 종가(21만1000원) 기준 1조1158억원 규모다.
노 관장 측은 결혼 기간이 오랜 기간 지속돼 재산 유지 및 형성에 크게 기여한 만큼 최 회장의 SK 지분이 분할 대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주)SK 주식 자산은 형성 과정에 노 관장의 기여분이 없다며 분할 대상에서 뺐다.
노 관장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전업주부의 내조와 가사노동만으로는 주식과 같은 사업용 재산을 분할할 수 없다고 판단한 1심 판결을 수긍할 수 없다는 취지다.
최 회장 측은 재산 분할액 665억원에 대해서는 다투지 않지만, 위자료 1억원과 자신이 제기한 이혼 청구에 대한 기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역시 항소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1988년 9월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슬하에 윤정·민정·인근 등 세 자녀를 뒀으나 파경을 맞았다.
최 회장은 2015년 혼외 자녀를 인정하며 노 관장과 성격 차이로 이혼하겠다고 언론에 밝혔다.
최 회장은 2017년 7월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으나 노 관장의 반대로 2018년 2월 조정이 결렬됐다.
합의 이혼에 이르지 못하면서 두 사람의 이혼 사건은 정식 소송으로 번졌다.
이혼에 반대하던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이혼에 응하겠다고 입장을 바꿔 맞소송(반소)을 냈다.
두 사람의 세 자녀는 올해 5월 15~16일 2심 재판부에 잇따라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탄원서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노 관장은 이혼 소송과는 별개로 최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48)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3월 30억원의 위자료 청구 소송도 제기해 이달 23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최태원 회장 측은 "1심 때와 마찬가지로 법정 심리에만 집중하며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겠다”며 “부산엑스포 관련 해외 출장 중인 최 회장이 재판에 앞서 '경위 불문하고 개인사 문제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고 있는데 대해 송구하다'는 심경을 전해왔다”고 SK가 전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이혼 소송 외에 부동산과 관련해서도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SK이노베이션이 아트센터나비 미술관을 상대로 제기한 부동산 인도 청구 소송의 첫 조정기일을 열었다.
아트센터나비는 서울 종로구 SK그룹 본사 서린빌딩 4층에 2000년 12월 개관했다.
서린빌딩을 관리하는 SK이노베이션은 아트센터나비와의 계약이 2018~2019년 무렵 종료됐기 때문에 공간을 비워줘야 한다며 4월 소송을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은 노 관장 측이 사무실을 비우지 않아 임직원들 불편은 물론 경영상 손실도 크다고 반박하며 퇴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 재판부는 22일 한 차례 더 조정기일을 갖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