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정의선 취임 3년...눈부신 양적성장에도 미래는 '안갯속'

올 예상 영업이익 26.6조..취임후 3년 새 6배 증가 로보틱스·자율주행·AAM 등 미래모빌리티 구체화 배터리 내재화, 지배구조, 중국시장 등 난제 수두룩

2023-10-14     서영길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현대자동차그룹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정의선(53)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4일 취임 3주년을 맞았다.

정 회장의 3년 동안  현대차그룹은 양적 성장과 함께 뿐 질적 도약을 위한 토대 구축에도 어느정도 성공했다는 평이다.

지난해 사상 첫 글로벌 판매 3위를 달성했고 올 상반기에도 같은 순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역대 최대 이익을 시현했다. 

전동화 전환과 자율주행,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로보틱스 등을 아우르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미래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전기차 확대의 전제인 배터리 기술 내재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의 입지 회복  등 쉽지 않은 숙제가 쌓여있다.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 확대나 수조원대에 달할 상속·증여세 재원 확보 등 지배구조 문제도 불확실성 요인으로 상존해 있다.

◇ 질적성장 통해 ‘글로벌 톱3’ 안착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반도체 수급난,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불안정한 대외 경영환경 속에서도 세계 시장에서 전년대비 2.7% 증가한 684만5000대를 판매하며 사상 처음 3위에 올라섰다.

올 상반기에도 현대차·기아는 세계 시장에서 366만대 가량 판매하며 순위를 유지했다. 4위인 스텔란티스와의 격차를 지난해 상반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벌렸고 해외 판매 증가율(9.9%)은 글로벌 1위인 도요타(0.6%)를 압도했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은 17조529억원으로, 2020년 4조4612억원의 3.8배를 웃돌았다.

올해도 매분기 시장 예측을 상회하는 경영실적을 거두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6조4667억원으로 도요타와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 중 2위에 올랐다. 2분기에는 7조6410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했다.

상반기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2위에 오른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률은 10.9%로 글로벌 완성차 업계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26조6231억원에 이른다.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3년 새 무려 6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현대자동차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사진=현대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성장 배경으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제네시스 등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확대, 품질 경쟁력 향상, 경영환경 능동 대처 등 선택과 집중 전략 및 근본적인 체질개선 노력 등이 주효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외형 성장뿐 아니라 수익성 확보에도 성공하며 대규모 투자가 필수인 전동화·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완성차 이외의 그룹 내 사업 부문에서도 친환경, 스마트, 고부가가치 신사업 영역을 적극 개척하며 다각적인 분야에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외형보다는 ‘내실’과 ‘미래’에 방점을 찍어온 정의선 회장의 경영철학이 뒷받침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 E-GMP 앞세운 ‘퍼스트 무버’ 전략…단기간 세계 전기차 시장서 두각

전기차 ‘퍼스트 무버’ 전략도 효과를 나타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신차를 연이어 출시해 판매 증가, 품질 호평, 실적 증대 등 ‘일거삼득’의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정 회장은 “전기차 시대에는 모든 업체들이 공평하게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다. 경쟁 업체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성능과 가치로 전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고 신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 회장의 전기차 퍼스트 무버 전략 실행의 본격 출발점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개발이었다. 정 회장 취임 직후였던 2020년 12월,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전기차 라인업의 뼈대인 E-GMP의 상세 기술과 스펙을 전세계에 공개했다.

E-GMP는 전동화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경쟁사들이 갖지 못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전기차 플랫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정 회장의 결단에 따라 개발됐다.

정 회장은 E-GMP 개발 당시 경쟁 업체들이 비용과 시간 때문에 시도하지 않은 고사양 혁신 기술을 기본으로 적용할 것을 적극 주문하고 완성도에 있어서도 집요한 마무리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2년 1월 미국에서 열린 CES 2022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사족보행 로봇 '스팟'을 옆에두고 로보틱스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그룹

◇ 로보틱스·자율주행·SDV·AAM 등 미래 모빌리티 속도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를 비롯해 로보틱스, 자율주행, AAM(미래항공교통), SDV, 수소생태계 등 미래 신사업에도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로보틱스는 현대차그룹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로보틱스랩을 중심으로 로봇 분야 기술 초격차 확보 및 핵심 기술 내재화를 위한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로봇 AI(인공지능) 연구소를 미국 보스턴에 설립해 차세대 로봇의 근간 기술, 로봇 기술의 범용성 개선을 위한 AI 모델을 연구하는 한편 중장기 로봇 AI 플랫폼도 개발하고 있다.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은 2021년부터 뉴욕시 소방국과 경찰국에 판매돼 재난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는 '공장 안전 서비스 로봇'으로 운영 중이며 국내 건설 현장에서도 안전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물류 로봇 '스트레치(Stretch)'도 지난해부터 머스크, DHL, 갭, H&M 등 노동집약적인 산업인 대형 물류·유통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로보틱스랩은 의료용 착용로봇 '엑스블 멕스'를 자체 개발해 하반신 마비 환자의 재활치료 및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장시간 근무하는 작업자를 보조하는 착용로봇 '벡스(VEX)' 보급도 시작하는 등 인간과 공존하며 이동과 공간의 제약으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가장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말 자율주행 합작사인 ‘모셔널’을 통해 우버와 손잡고 라스베이거스에서 아이오닉 5 기반의 무인 로보택시 사업을 론칭한다. 리프트와도 본격 사업 추진을 앞두고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국회와 남양기술연구소 테스트베드에서 레벨4 자율주행 로보셔틀 시범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세종시 일대와 서울 강남구·서초구에서 4단계 자율주행 서비스 실증도 진행하는 등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한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청계천에서 운행하는 포티투닷 자율주행 버스./사진=포티투닷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인 ‘포티투닷’도 교통이 복잡한 서울 청계천에서 자율주행 모빌리티 플랫폼 '탭(TAP!)'을 접목해 이용자 맞춤형 자율주행 셔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로 전환해 고객들이 소프트웨어로 연결된 안전하고 편안한 이동의 자유와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2025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종에 무선(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기본 적용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구독 등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늘을 통해 이동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하는 AAM은 스마트 시티 등 미래 도시 발전에 핵심기술로 부각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슈퍼널’을 설립하고 전문 인력을 영입해 기술 확보, 기체개발, 사업 기반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8년 미국에서 UAM(도심항공교통)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30년 이후 RAM(지역 간 항공교통) 기체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슈퍼널은 지난해 7월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중인 eVTOL(전기수직이착륙기)의 내장 콘셉트 모델을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내년 초 프로토 타입 기체를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영국의 항공기 엔진 제조회사인 롤스로이스, 버티포트 스타트업인 어반 에어포트, 마이크로소프트, KT, 대한항공 등 국내외 파트너들과 전략적 협업을 확대하며 AAM 전반에 걸친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착륙장과 관련해서도 서울시, LA 등 주요도시 및 싱가포르 등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생태계 구축을 통해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행동에도 나서고 있다.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상용화하며 수소 에너지를 실질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수소생태계 확장을 위해 현대차그룹의 여러 주체들이 협업하는 ‘수소사업 툴박스’ 구축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수소사업 툴박스는 수소 생산부터 공급망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수소사업 모델로, 현대차는 향후 HMGMA에 적용할 계획이다. HMGMA는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일컫는다.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위한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허브인 HMGICS(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도 본격 출범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유럽 등 전통적인 자동차 시장 외에도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내연기관차뿐 아니라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거점 및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혁신과 정 회장의 리더십은 세계 경영학계의 연구 대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정 회장의 게임 체인저 비전 및 파괴적 혁신을 심층적으로 다룬 미국 스탠퍼드대 MBA 사례연구 ‘현대차그룹 : 패스트 팔로어에서 게임 체인저로’에서 윌리엄 바넷 석좌교수를 비롯한 공동저자들은 “현대차그룹은 기회를 새롭게 정의, 인류에 더 큰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며 모빌리티 시장의 최전선에 섰다”며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 아래 구성원들의 인식과 사고도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자동차는 5월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에서 '현대 리유니온' 행사를 열고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을 최초로 공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과 조르제토 주지아로 디자이너가 포니 쿠페 복원 차량에 탑승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