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윤경림 결국 낙마...초유의 경영진 공백 사태 불가피

2023-03-27     홍윤기 기자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포쓰저널] KT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27일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하고 이사회에 이 같은 의사를 전달했다고 회사측이 전했다.

윤 사장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CEO(최고경영자)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KT 측은 "조기 경영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기간통신사인 KT는 초유의 최고경영진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

구현모 현 대표 임기는 이달 말 종료된다.

차기 대표이사 선임절차를 곧바로 재개한다고 해도 최소한 한달 정도의 기간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윤 사장의 사퇴 결정이 여권의 압박과 검찰 수사에 대한 부담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여권의 KT에 대한 압박은 윤석열 대통령이 1월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주인없는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선진화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포스코와 함께 대표적인 소유분산기업인 KT는 공교롭게 올초부터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건이 물리면서 정권의 직접적인 타깃이 됐다.

2월28일 차기 대표 후보 숏리스트 확정시 김성태·윤진식·권은희·김종훈씨 등 윤 대통령 대선 캠프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출신들이 죄다 탈락하면서 여권의 반발은 노골화됐다. 

3월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KT 숏리스트와 관련해 "이권 카르텔" "그만들만의 리그"라며 강력 비난했다.

같은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브리핑에서 "주인 없는 회사들은 지배구조가 굉장히 중요한 측면이 있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가 이뤄져야 한다"고 사실상 KT를 겨냥했다.

그럼에도 KT가 윤경림 사장을 대표 후보로 최종 확정하자 이번에는 검찰이 나섰다.

시민단체 정의로운사람들이 7일 구현모 대표와 윤경림 내정자 관련 의혹을 이유로 고발장을 접수했고 검찰은 곧바로 이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KT 경영진은 윤석열 대선 캠프 출신인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임 후보가 발탁 이틀 만에 사퇴하면서 일은 더 꼬이기만 했다.

같은 맥락에서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들도 윤 내정자 선임 주총 안건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였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률 8.53%)는 물론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7.79%)도 의안 상정에 대주주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며 현재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 프로세스에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냈다.

신한금융 5.48%(신한은행 5.46%, 신한생명보험 0.01%, 신한투자증권 0.01%)까지 합치면 정권 입김을 받을 수 있는 주요 주주들  지분율은 21.8%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