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도 "못할 것 같다"..'낙하산' 거부 KT, 초유의 'CEO 공백' 우려
구현모 이어 차기 대표 내정자 잇단 낙마 가능성 여권 "이권카르텔" 압박에 검찰 수사까지 위협
[포쓰저널=홍윤기 기자] 윤경림 KT 차기 대표 내정자가 후보직 사임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 내정자의 사임이 확정될 경우 KT는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서 구현모 현 대표에 이어 최종 후보자가 두번이나 중도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된다.
민간기업인 KT 대표 내정자들의 잇단 낙마에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의 압박성 발언과 검찰의 수사까지 영향을 미친 형국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국가기간통신사업자인 KT가 사령탑 없이 운영되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윤 후보는 전날 이사회 조찬간담회에서 “더 이상 못 버틸 것 같다. 내가 버티면 KT가 더 힘들어진다"며 후보 사임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들은 윤 후보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윤 후보 사퇴의사 표명과 관련해 현재는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며 “내부적으로 확인 중에 있고, 확인 시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가 사의를 공식으로 발표하더라도 31일 정기주주총회는 예정대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윤 내정자의 사퇴가 확정되면 대표이사 선임 건은 이번 주총 의안에서 제외된다.
업계에서는 윤 후보의 이런 심경 변화가 여권의 압박과 검찰 수사에 대한 부담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여권의 KT에 대한 압박은 윤석열 대통령이 1월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주인없는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선진화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포스코와 함께 대표적인 소유분산기업인 KT는 공교롭게 올초부터 차기 CEO 선임 건이 물리면서 정권의 직접적인 타깃이 됐다.
2월28일 차기 대표 후보 숏리스트 확정시 김성태·윤진식·권은희·김종훈씨 등 윤 대통령 대선 캠프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출신들이 죄다 탈락하면서 여권의 반발은 노골화됐다.
3월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KT 숏리스트와 관련해 "이권 카르텔" "그만들만의 리그"라며 강력 비난했다.
같은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브리핑에서 "주인 없는 회사들은 지배구조가 굉장히 중요한 측면이 있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가 이뤄져야 한다"고 사실상 KT를 겨냥했다.
그럼에도 KT가 윤경림 후보를 대표 후보로 최종 확정하자 이번에는 검찰이 나섰다.
시민단체 정의로운사람들이 7일 구현모 대표와 윤경림 내정자 관련 의혹을 이유로 고발장을 접수했고 검찰은 곧바로 이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KT 경영진은 윤석열 대선 캠프 출신인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임 후보가 발탁 이틀 만에 사퇴하면서 일은 더 꼬이기만 했다.
같은 맥락에서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들도 윤 내정자 선임 주총 안건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였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률 8.53%)는 물론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7.79%)도 의안 상정에 대주주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며 현재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 프로세스에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냈다.
신한금융 5.48%(신한은행 5.46%, 신한생명보험 0.01%, 신한투자증권 0.01%)까지 합치면 정권 입김을 받을 수 있는 주요 주주들 지분율은 21.8%에 달한다.
ISS, 글래스루이스, 한국ESG평가원 등 국내외 의견권 자문기관들이 대부분 윤 후보 선임에 찬성 권고 의견을 내놓긴 했지만 주총 통과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