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거부한 KT '폭풍 속으로'..친윤 후보 사퇴에 검찰 수사까지
尹캠프 출신 임승태 사외이사 후보 사임 검찰은 구현모 윤경림 고발건 수사 착수 주요주주 현대차도 주총서 반대표 시사
[포쓰저널=홍윤기 기자] KT 차기 대표이사 선임이 2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압박에 이어 검찰까지 무대 전면에 등장한 가운데 친여 성향 사외이사 후보는 추천 이틀만에 돌연 사퇴했다.
10일 KT 공시에 따르면 31일 정기주주총회에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 임승태 법무법인화우 고문이 이날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등을 지낸 임 고문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캠프에서 상임경제특보로 활동했다.
임 후보는 KDB생명보험 대표이사로 추천돼 그 일에 전념하기 위해 KT 사외이사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된 윤경림 후보 등 KT 경영진이 자신을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의도를 파악하고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기 전에 KT를 떠난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KT 경영진은 여권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맥이 닿는 인물들을 영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KT의 주요 계열사인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에도 윤 대통령의 충암고 선배인 윤정식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 고문의 사퇴로 KT는 이번 주총에서 이달말 임기가 끝나는 강충구·여은정·표현명 등 3명 사외이사만 재선임하고 신규 선임은 할 수 없게 됐다.
대표이사 후보 결정 과정에 이강철·벤자민홍 2명의 사외이사가 사임했는데 이들의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KT 사외이사진은 기존 8명에서 6명으로 줄게 됐다.
검찰 수사도 주총에 변수로 떠올랐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구현모 현 대표이사와 윤경림 대표 후보 겸 현 트랜스포메이션 부분장에 대한 업무상 배임 혐의 고발사건을 배당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여권에 어긋난 상대를 시민단체가 고발하고 이를 근거로 검찰이 저인망식 수사를 하는 방식이 이번 KT 건에도 적용될 지 주목된다.
주총까지는 아직 20일이나 남은 만큼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은 7일 구 대표와 윤 후보가 KT텔레캅의 일감을 시설관리업체인 KDFS에 몰아주고 이사회 장악을 위해 사외이사들에게 향응 제공했다며 고발장을 접수했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윤경림 후보 등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향후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또 다른 주요주주인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신한은행 등도 여권을 의식해 국민연금과 보조를 같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KT 측에 "대표이사나 사외이사 선출과 같은 주요 이슈에서 이사회가 대주주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말 주주명부폐쇄일 기준 KT 지분율은 국민연금 10.12%, 현대차그룹사 7.79%, 신한금융그룹사 5.48%로 이들을 합치면 비중이 23.39%에 달해 주총에서 어느정도 결정력을 가질 수 있다.
혼돈 상태가 지속되면서 KT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KT새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KT의 지배구조 전반의 위기가 폭발 일보 직전이라며 이사회는 정치적 줄대기를 중단하고 정치권은 개입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KT새노조는 "KT 이사회의 독립성과 견제 역할은 실종됐고 급기야 이권카르텔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치권의 개입 역시 정당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며 "윤경림 내정자와 이사회는 더 이상 정치적 줄대기에 나서지 말라"고 경고했다.
또 "KT이권카르텔에 검찰도 한 몫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며 "검찰은 적당히 사장 내치고 수사 덮어 정치권 자리 만들어주기 용 수사라는 비판이 없도록 KT내 경영비리 발본색원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