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징주] 낙하산이 '디지코'를 알어?..구현모 낙마 KT 주가 급락

24일 종가 3만450원..1년여만에 최저로 떨어져

2023-02-24     홍윤기 기자
kt 주가 추이(주봉) 

 

[포쓰저널=홍윤기 기자]  구현모 KT 대표이사가 차기 후보직에서 사퇴한다는 소식에 KT 주가가 1년여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T는 이날 전장 대비 3.94% 떨어진 3만45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종가는 2022년 1월7일(3만250원) 이후 13개월 보름만에 최저 수준이다. 

KT 주가는 이번 주 내내 미끄러져 내렸다.  

차기 최고경영자(CEO) 공모에 여권 정치인 출신 등 외부 인사만 18명이 몰리면서 KT가 또다시 '낙하산' 무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구현모 대표의 후보직 사퇴로 차기 대표자리에 대한 불안정성이 커진데 따른 영향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외부 출신 후보자들이 대거 참여한 상황이 주주들에게는 그다지 반가운 소식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하나증권은 이달 초 KT 기업분석 리포트에서 구 대표의 연임을 두고 논란이 일자 단기적인 비중 축소를 권고하기도 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KT는 대표가 교체될 때마다 경영정책 변화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며 "과거에도 KT 경영진이 중도 하차한 경우가 많아 주총이 끝난 후에도 KT의 경영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구 대표는 2020년 3월 내부 출신으로는 오랜만에 KT 사령탑에 오른 뒤 탈통신을 표방하며 KT를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려는 시도를 거듭해왔다.

그 결과 '디지코KT'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KT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반 혁신기업으로 변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KT의 AI, 미디어콘텐츠 등 비통신 관련 매출 비중은 전체의 40%를 넘는다.

KT 실적도 수직상승했다.  KT의 연간 순이익은 구 대표 취임 직전인 2019년 6659억원에서 2020년 7033억원→ 2021년 1조4594억원 → 2022년 1조3877억원으로 급증했다. 

 디지털 트렌드를 이해 못하는 전문성 없는 낙하산 CEO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낙하산 CEO'는 KT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002년 민영화가 됐지만, 주파수 할당 등 규제를 받는 통신기업이다 보니 여전히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에 취약한 구조다. 

구 대표도 스스로 경선을 자청하는 등 공정성 논란을 피하려 노력했으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을 비롯한 외부 압박에 결국 연임을 포기했다. 

구 대표는 전날 차기 CEO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퇴 이유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KT이사회는 구 대표를 사내 후보자군에서 제외하고 차기 대표이사 선임절차를 예정대로 이어갈 방침이다.

외부출신 18명, 사내 후보 15명 등 총 33명의 후보자들이 응모한 상태다.

외부 출신 중에는  김성태(69)·윤진식(76)·권은희(64)·김종훈(71)씨 등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와 국민의힘 계열 국회의원 출신도 끼어 있다.   

최종 후보는 3월 7일 발표되며 3월 말 주주총회에서 승인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구현모 KT 대표가 2일 KT 송파사옥에서 열린 2023년 KT그룹 신년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 사진=K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