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CEO 대화하자"...파업은 유보
노조 "최고경영진과 대화 결렬시 그룹 노조 연대 투쟁" 사측 "대화방식 차이, 어떤 형태로든 노조와 계속 대화"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2021년 임금교섭을 놓고 사측과 대립 중인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쟁의권을 확보한 데 이어 이재용 부회장 등 최고경영진과의 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삼성전자 내 4개 노조로 결성된 삼성전자노조공동교섭단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공동교섭단 중 가장 큰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의 이현국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고경영진과의 대화를 요청해 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파업을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 등은 당장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회사가 이 마저도 거부하면 투표부터 시작해 연대 투쟁까지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작년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에서 노동3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임금교섭에서 진심이 아닌 것을 알게 됐다"며 "사측 교섭위원들은 한 사람도 결정권이 없었고 15차례 진행된 임금교섭은 입장차만 확인하고 노조가 요구한 44개 조항 중 단 한 건도 수용되지 않은 채 결렬됐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그간 회사의 교섭 행태를 보면 대화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앞으로는 최고경영진을 향해 계속 발언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대화 상대로 거론한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에는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 경계현 대표이사(내정) 사장을 비롯해 이재용 부회장까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사 요구안의 핵심은 임금 수준 자체가 아니라 임금 지급의 불투명, 불공정, 일방성의 폐해를 완화하자는 것"이라며 "최고경영진과 노조 대표자가 전격적으로 만나 결정하자"고 촉구했다.
공동교섭단은 파업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현재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시작될 삼성그룹 계열사의 2022년 임금교섭 상황에 보조를 맞춰 연대 파업 등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 측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의 2020년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후 삼성화재, 삼성화재, 애니카서비스, 웰스토리, 에스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삼성 12개 사에서 사측과 임금 교섭을 추진중이다.
공동교섭단은 "모든 삼성 그룹사들이 연대해서 총투쟁을 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민주노총이든 한국노총이든 삼성과 관련된 모든 노조들과 총 연대해 투쟁 범위를 크게 넓힐 계획”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간 2021년도 임금교섭을 15회에 걸쳐 진행했지만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노조는 이에 4일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접수했다.
노사 양측은 11일과 14일에 걸쳐 2차례 조정회의를 가졌지만 성과없이 마쳤다. 이에 중노위가 14일 오후 '조정중지' 결정을 내림에 따라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노조가 발언한 지적 하나하나와 관련해 모두 얘기하긴 무리가 있다”며 “대화하는 과정에서 노사 간 얘기하는 방식이 조금 다른 것이라고 본다. 어떤 형태로든 회사는 노조와 계속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