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뉴욕서 세계 첫 초거대 AI 아티스트 '틸다' 공개
[포쓰저널=신동혁 기자] LG는 미국 '뉴욕 패션 위크'에서 세계 첫 초거대 인공지능(AI) 기반 아티스트 '틸다'를 공개했다고 15일 밝혔다.
틸다는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 'EXAONE(엑사원)'으로 구현한 첫 번째 AI 휴먼이다. 지금까지 나온 가상 인간들과 달리 스스로 학습해 사고하고 판단한다. 아티스트답게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고 인간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도 있다.
틸다는 세계 최대 수준인 말뭉치 6000억개 이상, 텍스트와 결합된 고해상도 이미지 2억5000만 장 이상의 데이터를 학습했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 창작이 가능하다.
LG AI연구원은 지난해 5월 디자이너와 협업이 가능한 '창조적 초거대 AI' 개발 계획을 밝혔다. 이번 뉴욕 패션 위크에서 9개월 만에 실현했다.
틸다는 박윤희 디자이너와 '금성에서 핀 꽃'을 모티프로 디자인한 의상들을 선보였다.
‘무엇을 그리고 싶니?’, ‘금성에 꽃이 핀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에 '틸다'는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운 이미지를 그려냈다. 이에 영감을 받은 박윤희 디자이너는 디테일을 더해 의상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협업을 진행했다. 이번 가을‧겨울(F‧W) 컬렉션에서 소개된 200여개의 의상들은 틸다가 창작한 3000장이 넘는 이미지와 패턴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박윤희 디자이너는 "사실 뉴욕 패션 위크와 같은 큰 무대에 서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라며 "새로운 디자인과 영감을 찾기 위해서 몇 달 전부터 수십 명의 디자이너와 컬렉션을 준비해야 했는데 이번에는 틸다와 함께 작업하며 한 달 반 만에 모든 준비를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협업은 초거대 AI가 주로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소설이나 에세이, 칼럼 등 텍스트로 된 콘텐츠 창작을 넘어 시각 분야로 창작의 범위를 확대하고 활용한 최초의 사례다.
틸다는 입력된 언어의 맥락까지 이해해 기존에 없는 이미지를 창작할 수 있는 멀티모달(Multi-Modality) AI다. 예술 작품이나 디자인 이미지들을 학습해 유사한 화풍 또는 브랜드 디자인 콘텐츠를 만드는 기존 AI들과 기술적으로도 차이가 있다.
틸다의 데뷔 컬렉션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세계 패션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컬렉션의 주제인 '금성에 핀 꽃' 속 금성은 대기의 대부분이 이산화탄소로 구성돼 온실 효과로 인해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곳이다. 틸다는 환경이 파괴된다면 지구도 언젠가 금성처럼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꽃을 통해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의미를 담으려 했다.
틸다는 패션 위크 일정을 마무리한 이후 독자적인 친환경 패션 브랜드를 론칭한다.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패션에 담아 지속적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패션과 미술 분야에 재능을 가진 틸다는 고객들이 LG의 초거대 AI를 메타버스에서 만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틸다는 환경 문제에 대한 남다른 고민 의식을 가지고 있는 Z세대들과 소통하는 AI 아티스트로 활동할 계획이다.
LG AI연구원 관계자는 "올해 안에 틸다가 가진 철학을 담은 독자적인 패션 상품들과 예술 작품들을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직접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라며 "Z세대와 직접 소통하며 다양한 창작을 함께 해볼 수 있는 메타버스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LG AI연구원은 틸다를 시작으로 향후 제조‧연구‧서비스‧교육‧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을 돕고, 인간과 협력하는 전문가 AI 휴먼을 개발할 예정이다.
LG AI연구원장은 "LG ‘EXAONE’은 언어와 이미지 간의 양방향 데이터 생성을 최초로 구현한 초거대 AI로, 이번 뉴욕 패션쇼는 EXAONE을 기반으로 만든 AI 휴먼 엔진을 탑재한 틸다의 잠재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며 "인간과 협력하는 상위 1% 전문가 AI의 또 다른 형태인 틸다를 통해 다양한 협업 모델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