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반도체 동맹...삼성전자, 테일러시에 첨단 파운드리 2공장
역대 최대 170억불 투자..150만평 부지 내년 상반기 착공, 2024년 가동 기흥·화성-평택-오스틴·테일러 잇는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생산 체계 구축
[포쓰저널] 삼성전자가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2공장의 부지를 텍사스주 테일러시로 확정, '2030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삼성전자는 23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그렉 애벗(Greg Abbott) 텍사스 주지사, 존 코닌(John Cornyn) 상원의원 등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선정 사실을 발표했다.
이달 14일부터 미국을 방문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최근 워싱턴DC에서 백악관 고위 관계자, 미 의회 핵심 의원들과 잇따라 만나 반도체 2공장을 포함한 반도체 공급망 현안 전반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테일러시에 세워지는 파운드리 신규 라인은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4년 하반기 목표로 가동될 예정이다.
건설·설비 등 예상 투자 규모는 170억 달러, 한화 약 20조원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이다.
이번 신규 라인에는 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될 예정이다. 5G,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AI(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AI(인공지능), 5G, 메타버스 관련 반도체 분야를 선도하는 전 세계의 시스템 반도체 고객에게 첨단 미세 공정 서비스를 보다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기존 오스틴 생산라인과의 시너지, 반도체 생태계와 인프라 공급 안정성, 지방 정부와의 협력, 지역사회 발전 등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테일러시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1997년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고 파운드리 공장으로 운영해왔다. 테일러시에 마련되는 약 150만평의 신규 부지는 오스틴 사업장과 불과 25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기존 사업장 인근의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용수와 전력 등 반도체 생산라인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도 우수하다.
기존 오스틴 공장은 14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이 주력으로 14나노 기반 IT 기기용 전력 반도체와 통신용 반도체를 생산했다. 제 2공장에서는 차세대 초미세 공정을 위한 설비가 들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팅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수요가 급증한 차세대 반도체 공정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텍사스 지역에 있는 다양한 IT 기업들과 유수 대학들도 이점이다. 파운드리 고객과 우수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
테일러시 교육구 정기 기부, 학생들의 현장 인턴십 제도 등 인재 양성을 통한 지역사회와 동반성장 효과도 기대됐다.
인구 1만7천명의 텍사스 중부 소도시 테일러시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약속, 국내를 비롯해 미국의 뉴욕과 애리조나 등 여러 후보지들을 제치고 삼성전자의 투자를 유치했다.
삼성전자가 사용할 토지에 대해 10년간 재산세의 92.5%, 이후 10년간 90%, 그 후 10년간은 85%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해당 부지에 건설되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10년간 세금의 92.5%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삼성이 테일러시와 윌리엄슨 카운티, 테일러 독립교육구로부터 받는 전체 세금감면 혜택은 10억달러(약 1조2천억원) 이상일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삼성은 첨단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미국을 중심으로 파운드리 기술력을 앞세워 파운드리 업계 1위 기업인 대만의 TSM에 대한 추격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에서 각각 43.6%, 34%의 점유율(올해 2분기 매출 기준)로 글로벌 1위지만, 파운드리 분야에선 1위 기업 TSMC의 점유율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TSMC가 52.9%로 압도적 1위다. 2위인 삼성전자는 17.3% 수준에 그쳤다.
테일러시에 들어서는 신규 라인은 평택 3라인과 함께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핵심 생산기지 역할을 할 전망이다.
삼성은 5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부문의 투자 규모를 종전 133조원에서 171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라인 건설로 기흥·화성-평택-오스틴·테일러를 잇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생산 체계 강화, 고객사 수요에 대한 보다 신속한 대응은 물론 신규 고객사 확보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와 함께 장기적으로 다양한 신규 첨단 시스템 반도체 수요에 대한 대응 능력을 확대해 4차 산업혁명 가속화 등 차세대 IT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도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5월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첨단 제조 분야 공급망 구축을 통해 양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미국에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김기남 부회장은 "올해는 삼성전자 반도체가 미국에 진출한 지 25주년이 되는 해로, 이번 테일러시 신규 반도체 라인 투자 확정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신규 라인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 인재양성 등 지역사회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들이 계속해서 텍사스에 투자하는 이유는 텍사스가 갖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비즈니스 환경과 뛰어난 노동력 때문"이라며 "삼성전자의 신규 테일러 반도체 생산시설은 텍사스 중부 주민들과 가족들에게 수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텍사스의 특출한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이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텍사스가 첨단 기술분야의 리더는 물론 역동적인 경제 강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우리의 파트너십을 확대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미국 투자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맞서 반도체 공급망 내재화에 나선 미국과의 '반도체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