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불법합병] 이재용- 골드만삭스 만남 두고 공방 지속

골드만삭스 서울지부 대표 증인신문 검찰 “골드만삭스 제안내용 프로젝트G 내용과 유사” 이재용 “아이디어에 불과 구체적 논의 없었다”

2021-11-11     문기수 기자
11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물산 불법 합병 사건 관련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11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 사건 재판에서는 프로젝트G 문건 작성 이전부터 있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골드만삭스 고위 임원들의 만남과 이의 성격을 싸고 검찰과 삼성측의 첨예한 법정공방이 오갔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골드만삭스로부터 그룹 승계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고 프로젝트G 문건의 존재와 내용도 파악하고 있었다는 입장인 반면, 이 부회장 측은 골드만삭스와의 만남 자체가 통상적인 비즈니스 차원에 불과했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이날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옛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장충기 차장·김종중 전략팀장·이왕익 전략1팀 임원·김용관 전략1팀 임원, 삼성물산 최치훈 이사회 의장·이영호 전 건설부문 대표·김신 전 상사부문 대표,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전 대표·김동중 전무 등 삼성 전·현직 임원 11명에 대한 2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직전 기일에도 증인으로 출석했던 정모 골드만삭스 서울지부 IB대표에 대한 이 부회장 측의 반대신문이 진행됐다.

이 부회장 측은 골드만삭스 고위임원인 크리스 콜 IB대표와 이 부회장이 프로젝트G가 작성되기 이전부터 수시로 만나며 친분을 유지해왔다는 사실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크리스 콜 대표가 이 부회장에게 삼성 지배구조 개편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은 단순히 삼성그룹내 계열사 매각이나 합병과 같은 일감을 수주받기 위한 영업의 일환이었을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측은 “2005년 골드만삭스에서 작성한 이재용에 대한 고객 관리 현황을 보면 크리스콜은 2005년 이전부터 이재용에게 접촉해왔다”며 “크리스 콜은 특정한 이슈가 없어도 본인이 한국에 오거나 이재용이 미국을 갈때 만나는 등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클라이언트 관계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 역시 관련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며 크리스콜과 이 부회장과의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된 사이라는 것에 대해 긍정했다.

이 부회장 측은 “골드만삭스가 2007년 7월12일 삼성으로부터 일감을 수주받기 위해 삼성생명,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등 삼성 계열사 발전 방향 검토한 문건들을 살펴보면 증인(정 대표)이 작성하고 크리스 콜이 코멘트를 주면서 보충했지 않았냐”고 물었고 정 대표는 “그렇다”고 했다.

해당 문건에는 프로젝트G에 나오는 그룹 지배구조 강화 방안들과 유사한 내용들이 나온다. 골드만삭스가 2007년 작성한 문건과 2013년 미전실과 삼성증권에 의해 작성된 문건에도 그룹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지주사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시돼 있다.

2008년에도 크리스콜은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지주사 설립이 필요하다고 이 부회장에게 제안했다.

정 대표는 크리스 콜의 이 부회장에 대한 이같은 제안에 대해 “마케팅을 목적으로 제안했을 뿐”이라며 “실제로 구체적인 방안까지 논의된바 없다”고 했다.

이같은 정황들을 바탕으로 검찰은 이 부회장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등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관련 내용이 들어 있는 프로젝트G 문건에 대해서 몰랐다는 삼성측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4일 진행된 공판기일에서 “2011년 11월11일 골드만삭스와 미전실이 논의한 자료에는 ‘M사와 합병시 고려사항’, ‘합병비율과 합병시기’ 등의 내용이 나온다”며 “이미 오래전부터 골드만삭스와 미전실, 이 부회장 등이 에버랜드 상장,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등을 논의해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당초 2013년 미전실이 삼성증권과 논의해 프로젝트G를 작성한 뒤 이 부회장에게 보고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과 미전실 임원들이 골드만삭스 크리스콜이나 정 대표 등과 소통하면서 프로젝트G의 근간이 되는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보고 있다.

정 대표는 미전실 임원들과 논의한 내용들에 대해 “이재용 등 대주주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그룹 지배구조가 강화되면 모든 주주들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제안했던 내용들”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