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1주기...이재용 '뉴삼성' 언제 뜰까
지배구조 개편, 신규 투자 등 '뉴삼성' 과제 산적 연말 인사 및 조직개편 통해 경영전략 제시할 듯
[포쓰저널]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1942.1.9.~2020.10.25.)이 25일 타계 1주기를 맞았다.
1주기 추모 행사는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조촐하게 치러질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과 사장단 일부만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12일 이건희 회장의 49재도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유족들만 참석해 비공개로 조촐하게 치러졌다.
관심은 ‘포스트 이건희’ 1년을 맞은 이재용 부회장이 새 미래비전에 관한 메시지를 낼 지 여부에 쏠린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른 취업제한 등을 의식한 듯 제한적 행보를 보여온 이 부회장이 부친의 1주기를 기점으로 경영 행보에 조금씩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광복절 직전인 8월 13일 가석방된 이 부회장은 지난달 14일 정부 공식 행사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나 향후 3년간 청년 일자리 3만개 창출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 이외에는 이렇다 할 대외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이 부회장은 1월 새해 첫 현장경영의 일환으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사업장을 방문해 "2021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삼성으로 도약하자"며 '뉴삼성' 혁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2주 만에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207일 동안 수감생활을 하며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하지 못했다.
가석방 직후인 8월 24일 내놓은 반도체와 바이오, 5G 차세대 통신, AI(인공지능), 로봇 등 분야 240조원 신규 투자 계획도 구체적인 전략을 담지 못하며 이렇다 할 ‘뉴 삼성’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부친을 뛰어 넘는 뉴삼성 실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 중 하나는 새로운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삼성에서는 지난해 이 부회장의 '4세 경영 승계 포기' 선언 이후 전문경영인이 이끄는 집단지배체제 등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삼성전자와 주요 관계사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는 삼성 지배구조 개편 방안과 관련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외부 용역을 맡긴 상태다. 연말까지 보고서가 나오는데로 이를 토대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 체제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 지주사 설립,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을 아우르는 '통합 콘트롤타워' 신설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2조원대에 달하는 상속세 부담도 있다. 홍라희 전 관장 등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SDS 등 2조원이 넘는 삼성 계열사 주식을 처분했다.
중단됐던 신규 투자도 조만간 구체화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그간 총수 부재로 인해 주요 결정이 지연되면서 2017년 9조원을 들인 하만 인수 이후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꾸준한 M&A로 전장 사업을 강화하는 LG전자 등 경쟁사들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5월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공식화한 17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공장 증설 투자 계획도 아직 최종 투자 지역을 결정하지 못했다. 이 부회장이 내달 직접 미국을 방문해 공장 건설 부지를 확정 지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파운드리 선두주자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줄여야 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5% 수준으로 격차가 크다.
지난해 무노조 경영을 철폐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이후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립하는 과제도 있다.
연말께 발표될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두 번째인 삼성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에는 미래 사업에 대한 이 부회장의 구상이 담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엔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삼성물산 부당합병·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 등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큰 부담으로 남아 있다.
가석방 형기 만료 시점인 내년 7월까지 회장 승진은 지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