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정태영 '연봉킹' 비결.."금융사지배구조법 허점 이용"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 3사 대표이사직 10여년째 겸직 3사 보수총액 29억원...금융지주 회장들보다도 많아 금융사지배구조법 겸직 금지 불구 예외규정 허술해 빈틈

2021-08-18     오슬기 기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포쓰저널=오슬기 기자]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여신전문 금융 3사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에서 올해도 급여와 상여금으로 총 29억1300만원을 챙겼다. 작년보다 9.39% 늘었다.

정 부회장은 이들 3사의 대표이사로 재직중인데, 그의 보수는 이에 대한 대가로 받는 것이다. 

금융사 대표이사를 복수로 맡는 건 2017년 이후엔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정 부회장은 법상 예외규정을 이용해 3사 대표이사 겸직을 계속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런 변칙을 막기 위해선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8일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의 반기보고서를 보니, 정 부회장은 올해 상반기 이들 3사로 부터 총 29억13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현대카드에서 11억2400만원(급여 5억5000만원 상여 5억7100만원), 현대커머셜에서 9억7500만원(급여 5억5000만원 상여 2억6400만원), 현대캐피탈에서 8억1400만원(급여 5억5000만원 상여 4억2500만원)을 받았다.

급여는 총 16억5000만원, 상여금은 12억6000만원이다. 급여는 올 1~6월분이고, 상여금은 지난해 실적기여에 대한 것이다.

정 부회장의 보수총액은 국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중 가장 많다.

같은 카드업계 1위사인 신한카드 임영진 사장의 보수는 8억700만원이고, KB국민카드 이동철 사장은 8억9700만원, 롯데카드 조좌진 사장은 5억5800만원이다. 연말 사업보고서에 총보수를 공개하는 삼성카드 김대환 사장의 경우 작년말 공시된 총 보수가 9억7400만원이었다.

모두 정 부회장이 현대카드 한곳에서 받은 금액에도 미치지 못한다.  

금융지주사 회장들도 보수 면에서는 정 부회장 아랫길이다.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은 급여와 보너스를 합친 연 보수총액이 26억5700만원(작년말 공시 기준)이고,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 12억5100만원(작년말 공시 기준),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 19억5100만원,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 7억1000만원 등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금융사 상근임원 겸직을 금지하는 금융사지배구조법이 시행된 이후 현대차그룹 금융3사에서 받은 연 보수(급여+ 상여금) 현황 

정 부회장이 이들 3사 대표이사로서 급여와 상여금, 복리후생비를 챙겨온 건 오래된 일이다.

정 부회장은 2004년부터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대표이사 자리를 지키고 있고, 현대커머셜도 2007년 설립 이후 줄곧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 부회장의 대표이사 겸직은 현재는 원칙적으론 불법이다.

2017년 10월 시행된 금융회사의지배구조에관한법률은 "금융회사의 상근 임원은 다른 영리법인의 상시적인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정 부회장은 최소한 2018년부터는 3사 대표이사 겸직을 풀고 급여와 상여금도 한곳에서만 받았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2018년 이후에도 매년 22억5100만원, 19억6800만원, 26억6300만원을 이들 3사에서 보수로 받았다. 다만 2018~2019년 현대캐피탈에서 받은 보수는 5억원 미만이어서 구체적 액수는 확인할 수 없다.

정 부회장이 금융사지배구조법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겸직과 급여 중복수령을 할 수 있는 건 이 법의 허술한 예외규정 때문이다.

이 법 시행령은 카드사의 경우 "고객과 이해가 상충되지 아니하고 금융회사의 건전한 경영을 저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상근 임원 겸직을 허용해주고 있다.

사실상 정 부회장 한명을 위한 예외규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행령의 예외규정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법률상의 금지규정을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있고 정 부회장이 이를 이용해 과도한 보수를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1일  정 부회장 사례를 들며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