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정태영 '연봉킹' 비결.."금융사지배구조법 허점 이용"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 3사 대표이사직 10여년째 겸직 3사 보수총액 29억원...금융지주 회장들보다도 많아 금융사지배구조법 겸직 금지 불구 예외규정 허술해 빈틈
[포쓰저널=오슬기 기자]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여신전문 금융 3사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에서 올해도 급여와 상여금으로 총 29억1300만원을 챙겼다. 작년보다 9.39% 늘었다.
정 부회장은 이들 3사의 대표이사로 재직중인데, 그의 보수는 이에 대한 대가로 받는 것이다.
금융사 대표이사를 복수로 맡는 건 2017년 이후엔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정 부회장은 법상 예외규정을 이용해 3사 대표이사 겸직을 계속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런 변칙을 막기 위해선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8일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의 반기보고서를 보니, 정 부회장은 올해 상반기 이들 3사로 부터 총 29억13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현대카드에서 11억2400만원(급여 5억5000만원 상여 5억7100만원), 현대커머셜에서 9억7500만원(급여 5억5000만원 상여 2억6400만원), 현대캐피탈에서 8억1400만원(급여 5억5000만원 상여 4억2500만원)을 받았다.
급여는 총 16억5000만원, 상여금은 12억6000만원이다. 급여는 올 1~6월분이고, 상여금은 지난해 실적기여에 대한 것이다.
정 부회장의 보수총액은 국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중 가장 많다.
같은 카드업계 1위사인 신한카드 임영진 사장의 보수는 8억700만원이고, KB국민카드 이동철 사장은 8억9700만원, 롯데카드 조좌진 사장은 5억5800만원이다. 연말 사업보고서에 총보수를 공개하는 삼성카드 김대환 사장의 경우 작년말 공시된 총 보수가 9억7400만원이었다.
모두 정 부회장이 현대카드 한곳에서 받은 금액에도 미치지 못한다.
금융지주사 회장들도 보수 면에서는 정 부회장 아랫길이다.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은 급여와 보너스를 합친 연 보수총액이 26억5700만원(작년말 공시 기준)이고,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 12억5100만원(작년말 공시 기준),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 19억5100만원,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 7억1000만원 등이다.
정 부회장이 이들 3사 대표이사로서 급여와 상여금, 복리후생비를 챙겨온 건 오래된 일이다.
정 부회장은 2004년부터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대표이사 자리를 지키고 있고, 현대커머셜도 2007년 설립 이후 줄곧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 부회장의 대표이사 겸직은 현재는 원칙적으론 불법이다.
2017년 10월 시행된 금융회사의지배구조에관한법률은 "금융회사의 상근 임원은 다른 영리법인의 상시적인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정 부회장은 최소한 2018년부터는 3사 대표이사 겸직을 풀고 급여와 상여금도 한곳에서만 받았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2018년 이후에도 매년 22억5100만원, 19억6800만원, 26억6300만원을 이들 3사에서 보수로 받았다. 다만 2018~2019년 현대캐피탈에서 받은 보수는 5억원 미만이어서 구체적 액수는 확인할 수 없다.
정 부회장이 금융사지배구조법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겸직과 급여 중복수령을 할 수 있는 건 이 법의 허술한 예외규정 때문이다.
이 법 시행령은 카드사의 경우 "고객과 이해가 상충되지 아니하고 금융회사의 건전한 경영을 저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상근 임원 겸직을 허용해주고 있다.
사실상 정 부회장 한명을 위한 예외규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행령의 예외규정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법률상의 금지규정을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있고 정 부회장이 이를 이용해 과도한 보수를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1일 정 부회장 사례를 들며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