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불법합병] 입잠근 삼성증권 韓팀장.."엘리엇 보고서 지시 기억안나"
프로젝트G 보고서 연루 삼성증권 직원 증인 신문 검찰 '엘리엇 문건 지시 주체' 추궁에 "기억안난다" 韓 "삼성그룹도 고객…프로젝트G, 보고서 아닌 자문"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합병 재판의 핵심 문건에 해당하는 ‘프로젝트G’ 등 경영권 승계 관련 문서 작성에 관여한 한모 전 삼성증권 팀장이 문건 작성 지시 주체 등 핵심 질문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20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11명에 대한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도 한 전 팀장에 대한 증인 신문이 계속됐다. 한씨는 이 부회장의 승계 계획서로 알려진 프로젝트G 작성에 관여했던 인물이다. 지난달 6일과 20일 공판에도 출석해 검찰의 신문에 답한 바 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엘리엇매니지먼트 대응 방안 보고서'와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언론 대응 방향 등과 관련해 신문을 진행했다.
검찰은 당시 7%대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한 헤지펀드 엘리엇이 합병에 반대하고, 다른 우호 주주들까지 모으려고 하자 이 부회장이 직접 미전실 등과 대응 전략을 찾았다고 봤다.
‘엘리엇 대응 방안 보고서를 누가 지시했냐’, ‘보고한 대상은 누구고, 논의는 누구와 했냐’는 검찰의 질문에 한 팀장은 “오래된 일이라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엘리엇이 유명한 헤지펀드고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주주라고 생각해 전체적인 내용을 정리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여러 사람과 논의했고 그 중 미전실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작성을 요청한 주체는 생각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삼성증권이 언론 대응 보도, 애널리스트 보고서 발간을 유도한 것으로 보고 이를 지시한 주체도 추궁했다.
한 씨는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으나 당시 저희 입장에서 충분히 생각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한씨가 미전실 요청으로 프로젝트G를 작성했으며 이 문건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계획안이 됐다고 보고 있다.
반면 삼성 측은 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자문 과정에서 작성된 보고서였을 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삼성 기업집단도 삼성증권의 IB(기업금융) 고객이었나’, ‘정식으로 자문 계약을 체결하고 자문료를 받았냐’라는 삼성 측 변호인 질문에 한씨는 “그렇다. 자문료를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사전 자문이라는 점에서 다른 기업에 제공한 것과 차이가 없었냐’는 물음에는 “저희의 인식은 고객 중 하나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변호인이 프로젝트G의 성격에 대해 “보고가 아닌 고객사에 하는 자문 아니었냐”고 묻자, 한 팀장은 “저희는 자문을 한다고 생각했다. 같은 그룹이라서 조심스러운 것은 있었지만, 삼성그룹도 중요한 고객 중 하나라고 인식하고 요청에 맞춰 대응했다”고 말했다.
이날 증인신문은 3차 공판기일에 마무리하지 못한 검찰의 주신문 위주로 진행됐다.
오후에 변호인단이 반대신문을 할 예정이었으나 검찰의 주신문이 길어지면서 재판 말미 30분 가량 신문하는 데 그쳤다.
향후 공판은 10일, 17일, 24일 등 1주일 간격으로 열린다. 7월에도 1일을 시작으로 8일, 15일, 22일 속행된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 측이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이 높았던 제일모직에 유리한 비율로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