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님, 나비되어 훨훨 날으소서"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님, 나비되어 훨훨 날으소서"
  • 염지은 기자
  • 승인 2019.01.30 0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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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의기억연대
/사진=정의기억연대

[포쓰저널=염지은 기자] "나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지만, 지금 세계 각지에서 우리처럼 전시 성폭력 피해를 입고 있는 여성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여성들을 돕고 싶습니다." -2012년 3월 8일(세계여성의 날), 나비기금 설립 기자회견에서 김복동 할머니의 선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김복동 할머니가 28일 오후 10시 41분 별세했다. 향년 93세.

김 할머니는 최근 1년간 대장암과 합병증으로 투병 생활을 이어왔다.

1926년 경상남도 양산에서 태어난 김복동 할머니는 1940년 15세 때 일본군 위안부로 납치됐다. 이후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로 끌려다니며 성노예로 고통받았다. 1947년 22세의 나이에 귀향했다.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국제사회에 처음으로 알린 인권운동가였다. 1992년 8월 제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 연대회의’에서 위안부 피해를 처음 증언했다.

할머니는 이후 1993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세계인권대회를 시작으로 세계를 돌며 국제사회에 위안부 피해 사실을 알리는데 앞장섰다.

김복동 할머니의 활동은 국제사회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전시 성폭력 피해의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으로 국제여론을 이끌어냈다.

특히 김복동 할머니는 매주 수요일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학생 시민들과 수요 집회를 갖고 일본의 사과를 촉구해 왔다.

또 유엔인권이사회와 미국·일본과 유럽 각지를 다니며 전쟁없는 세상,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는 세상을 만들자고 호소하며 세계의 전시 성폭력 피해 여성들과 연대했다.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 ‘평화운동가’였던 김복동할머니의 생전 소원은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였다. 하지만 끝내 사과는 받지 못했다.

김복동 할머니의 임종을 지킨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대표는 "숨을 거두시기 전 갑자기 눈을 뜨셔서 사력을 다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끝까지 해달라'고 말씀하셨다"며"'재일 조선학교 지원도 끝까지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하셨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오후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조문 후 길원옥 할머니,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등을 만나 김 할머니를 애도했다.

문 대통령은 조문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할머니의 영면 소식을 전하며 "역사 바로 세우기를 잊지 않겠다. 살아계신 위안부 피해자 스물 세분을 위해 도리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4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8명을 청와대로 초청할 당시 김복동 할머니가 오지 못하자 김 할머니를 문병해 쾌유를 기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2017년 충북 제천, 2018년 경남 밀양의 화재 사건 희생자 합동분향소 조문 이후 특정 개인의 빈소를 찾은 것은 처음이다.

장례식장에는 학생과 일반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의원,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정치인들도 조문했다. 미국 워싱턴, 시카고 등 해외에서도 추모제가 열린다.

아울러 이날 또 다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모(94) 할머니도 노환으로 별세했다. 이 할머니는 17살에 일본 시모노세키로 끌려갔다.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는 연세대 세브 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장례식은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시민장'으로 치러진다. 29일 오전 11시부터 일반인도 조문할 수 있다.

발인은 2월 1일이다.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장례위원회는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서울광장에서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으로 가며 노제를 지낸다. 오전 10시 30분 일본대사관 앞에서 영결식을 지낼 예정이다. 장지는 충남 천안 국립 망향의 동산이다.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가 첫 증언을 한 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는 모두 240명. 김복동 할머니와 이모 할머니가 이날 별세하면서 일본군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23명으로 줄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위안부 피해 생존자의 평균 나이는 91세다. 85~89세가 7명, 90~96세가 15명이다.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 님 (1926-2019)>

1926년 경상남도 양산에서 출생

1940년 만 14세에 일본군‘위안부’로 연행

1948년 일본군‘위안부’로 끌려간 지 8년째 되던 22세에 귀향

1992년 제1차 일본군‘위안부’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증언

1993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세계인권대회에 참석하여 증언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의회로부터 용감한 여성상 수상

2012년 정대협과 함께 전시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나비기금 설립

2015년 전쟁.무력분쟁지역 아이들 장학금으로 5천만 원 나비기금에 기부

2017년 서울특별시 명예의 전당에 선정

2019년 바른의인상 수상, 상금 500만원 재일조선학교를 위해 <김복동의 희망>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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