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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이 직접 나선 공약파기 '은산분리 완화'...왜?
염지은 기자  |  senajy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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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8  10:3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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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서울시의 '인터넷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 현장을 찾아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청와대>

[포쓰저널=염지은 기자] 2016년 2월15일.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차 독대를 가진 당일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은 자신의 수첩에 '금융지주회사-글로벌 금융-은산분리'라고 썼다.

2017년 7월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이 부회장과 최지성 부회장 등 삼성 임원 5명에 대한 공판에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죄와 관련해 이같은 내용이 담긴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을 증거로 공개했다.

박영수 특검은 이 수첩 내용을 증거로 이재용 부회장이 대통령을 만나서 금융지주회사를 삼성에서 만들어야 되고 은산분리 완화 등의 문제를 잘 처리 해달라며 부정한 청탁을 한 것으로 주장했다.

'은산분리 규제'는 산업자본이 은행 등 금융기관의 지분 소유 한도와 금융 계열사가 보유한 여타 계열사 지분 행사를 제한하는 제도로 삼성, 현대차 등 재벌의 금융산업 진출을 막아온 원칙이었다.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구체적으로 은행법 상 산업자본은 의결권이 있는 은행 지분을 4% 넘게 보유할 수 없고 의결권 미행사를 전제로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더라도 최대 10%의 지분만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 발의된 은산분리 규제 완화 법안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34~50%까지 늘려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

은행법 4%룰은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라고 하고, 공정거래법상 의결권 제한까지 포함하면 금산분리(금융산업과 산업자본의 분리)라고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문기구인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는 지난 6월  대기업 금융 계열사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5%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금산분리를 원칙적으로 지켜야 할 대기업 금융계열사들이 총수의 지배력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3월 말 기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8.75%, 1.44%의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행 기준대로라면 두 회사의 지분 10.19%는 총수 특수관계인 지분과 합산해 15% 이내로 행사할 수 있지만 규제가 강화되면 의결권은 5%으로 줄어든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이재용 부회장의 완벽한 삼성 승계에 대한 물꼬를 터주는 것이 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은산분리 개념이 흐려지면 공정거래법상 금융 계열사의 의결권 제한도 궁극적으로는 완화하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날 인도 순방 일정중 현지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적극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에 힘써 달라"는 메시지를 던진 후 한달 만에 직접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히며 논란이 일고 있는 핵심 배경중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서울시의 '인터넷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 현장을 찾아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IT 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입장을 처음 밝혔다.

문 대통령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민병두 정무위원장, 박영선 의원, 정재호 의원 등을 앞에 두고 "국회가 나서서 입법으로 뒷받침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시중 은행이 아닌 인터넷전문은행에 국한된 조치라고는 했지만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19대 국회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당론과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배치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공약집에서 '산업자본의 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규제 강화 등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원칙을 준수한다'면서 '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등 각 업권에서 현행법상 자격을 갖춘 후보가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진보진영은 문 대통령의 입장 선회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정의당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참여연대는 같은 날 국회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를 열고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은산분리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내세워 입장을 갑자기 바꾼 것에 대해 "빅데이터 활용과 블록체인 기술 등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와는 무관하고 오히려 기존 은행의 IT 투자 촉진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케이뱅크 직원수가 대략 300명으로 창구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성상 고용창출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상인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은 2013년 동양그룹이 경영권 유지를 위해 금융계열사를 통해 자금을 불법 지원해 1조7000억원의 손해를 끼친 사례를 들며 은산분리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또 "카카오뱅크가 자본확충에 성공적이었던 것에 반해 케이뱅크가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은산분리 규제 때문이 아니라 케이뱅크가 가계 신용대출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지 못했고, 존속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회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정부가 인터넷전문 은행에 한해 규제완화를 하겠다고 하지만 재벌의 입김이 센 현실로 볼 때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풀고 소유규제를 없애면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고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했다.

김경률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회계사)은 "케이뱅크 인가 시점인 2016년과 2017년 21개 주주사의 감사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출자여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도 허다했다"며 "대규모 자본을 필요로 하는 정부의 인허가 사업이 출범하자마자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은 애초의 심사과정이 졸속이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5일에도 금융위원회에 질의서를 보내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에 대해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파기 ▲금융위의 기존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최종 의견과 배치 ▲고용을 줄이려는 기존 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전환하거나 알리바바나 아마존 같은 외국의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얻어 사실상 은행업에 진출할 가능성을 들어 반박했다. 중장기적으로는 핀테크 관련련 스타트업들이 다 죽고 결국 재벌, 대기업 판이 될 것으로도 우려된다.

당장 '은산분리 완화' 찬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곳은 KT(10%)와 우리은행(13.79%) 등이 대주주로 있는 케이뱅크다.

케이뱅크는 1조원의 증자에 성공한 카카오뱅크와 달리 20개 주주로 쪼개진 지분 구성 탓에 증자에 실패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케이뱅크는 올 1분기 188억원, 2분기 207억원 등 매분기 2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내고 있다. 하반기 추가 증자가 없으면 부실 우려로 금융당국의 경영개선조치를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케이뱅크는 올 초 5000억원 규모 증자를 추진했지만 지난달까지 300억원만 납입됐다. 현재 자본금은 3800억원 수준으로, 은행 건전성 기준인 BIS 자기자본비율이 지난해 말 18.1%에서 올 12월 7.9%로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4월 3일과 7월 27일 각각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서비스의 편리성과 금리 혜택을 무기로 돌풍을 초반 일으켰다. 출범 1년 반 만에 고객수 700만명, 총 대출액 8조원을 바라볼 정도로 성장했다.

6월 말 기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대출잔액은 각각 1조1300억원과 6조8100억원, 수신잔액은 1조5700억원과 8조3000억원, 고객 수는 76만명과 618만명이다.

하지만 케이뱅크과 카카오뱅크는 출시 초기 기존 은행권을 긴장시킨 것과 달리 신한·국민 등 주요 은행이 금융 앱 등 비대면 거래를 강화하면서 현재는 '메기'에서 '미꾸라지'로 불릴 만큼 시들해진 상태다.

지난해 인터넷은행의 자산 비중은 전체 은행의 0.2%에 불과하다. 케이뱅크는 자본금이 부족, 대출을 계속 늘릴 수 없어 대출상품 판매가 수시로 중단되기도 한다.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우리은행은 재무건전성이 국내 은행 평균에 미달하는 데도 케이뱅크 인가를 따내며 특혜 논란이 일고 있는 상태다. 또 KT,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은 은행법상 '동일인'임에도 법정 한도를 넘어 지분(37.79%)을 보유, 은산분리 원칙에 위배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성인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방침에 대해 "인터넷전문은행이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로 금융위 관료를 문책하고 케이뱅크를 다른 은행과 합병해 문제를 정리하면 됐으나 금융위 관료를 중용하고 케이뱅크 문제 해결을 미루다 이 상황에 이르렀다"며 "케이뱅크의 부실화와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 실패를 은폐하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염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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