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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법 이야기] 헌법③ 베트남식 개혁개방? 김정은이 핵을 버릴 수 있는 헌법적 근거
이언하 기자  |  unha4t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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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04  12: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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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쇄신'이라는 뜻의 '도이머이'에 따라 1986년부터 시작된 베트남의 개혁개방 정책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북한헌법은 '개인소유'라는 개념을 인정하고 경제특구 설치 근거를 마련한 등 이런 미래 변화에 대비한 규정이 있다.사진은 호치민시 야경./출처=베트남뉴스

[포쓰저널=이언하 기자]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인 전향적인 모습은 사실 그 일주일 전에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북한은 4월20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마친 뒤 경천동지할 '결정' 내용을 발표했다. 결정는 두가지였는데, 국내외 언론이 보다 주목한 것은 '핵실험 및 미사일발사 중단' 건이었다.

하지만 북한 내부적으로 정작 중요하고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은 두번째 '결정'이었다.    

'혁명발전의 새로운 높은 단계의 요구에 맞게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할 데 대하여’라는 타이틀의 결정문이다. “당과 국가의 전반사업을 사회주의경제 건설에 지향하고 모든 힘을 총집중한다”는 요지다.

김정은 위원장의 기본방침이었던 '핵-경제 병진노선'이 '경제건설 총력노선'을 바뀐 것이다.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청와대 안팎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베트남식 개혁개방을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는 말이 돌았다.

김정은이 진짜 원하는 것은 북한의 경제강국화이고, 이를 통해 자신이 동북아의 진정한 리더로서 위상을 갖는 것이며, 오래전부터 내부적으로 베트남식 개혁개방에 대해 연구를 해왔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판문점 회담이나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에 비추어 이런 추측이 전혀 엉뚱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베트남식이든 중국식이든 북한이 진짜 개혁개방을 추진한다면 동북아 국제질서에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지각변동이 시작될 것이다. 

사실 이런 변화는 북한 스스로도 일찌감치 예감한 듯한 흔적들이 있다.

북한의 최고규범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에도 이런 변화를 염두에 둔 듯한 규정이 몇개 있다.
 
우선, 북한헌법은 제25조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인민들의 물질문화생활을 끊임없이 높이는것을 자기 활동의 최고원칙으로 삼는다"고 하고 있다. '조국통일'이 아니라 '경제'가 공화국의 최고원칙이라는 것이다. 

북한헌법은 '조국통일'과 관련해서는 제9조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북반부에서 인민정권을 강화하고 사상, 기술, 문화의 3대 혁명을 힘있게 벌려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며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투쟁한다"고 규정한다. 

대한민국헌법에서 경제에 대한 국가의 역할에 대한 규정은 '제1장 총강'에는 아예 없고, 제119조 2항에서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한 것이 전부다. 

이른바 '경제민주화' 조항인데, 북한헌법의 '공화국은 인민들의 물질문화생활을 끊임없이 높히는 것을 자기활동의 최고원칙으로 삼는다'는 규정만큼 강렬하지는 않다.

'경제우선 원칙'은 최소한 헌법규정으로만 보면 북측이 남측보다 한층 더 확고한 셈이다.

김정은이 기껏 고생해 개발한 핵무기를 미련없이 털어낼 양 하는 것도 북한 내부의 이런 뒷배경을 감안하면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닌 셈이다. 

문제는 개인소유 허용의 범위다.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발전을 하려면 내국인(북한에서는 이를 '공민'이라고 한다)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소유권 또는 거의 영구적인 임차권 등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은 중국과 베트남의 전례에서도 이미 확인된 사안이다.

북한헌법은 애초 사회주의 혁명 이념에 따라 주요 재화에 대한 개인소유를 일체 인정하지 않았다. 

북한헌법은 제20조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생산수단은 국가와 사회협동단체가 소유한다"고 한 뒤 제21조에서 "국가소유는 전체 인민의 소유이다.국가소유권의 대상에는 제한이 없다. 나라의 모든 자연부원, 철도, 항공운수, 체신기관, 중요공장, 기업소, 항만, 은행은 국가만이 소유한다"고 규정한다.

이어 제22조는 "사회협동단체소유는 해당 단체에 들어있는 근로자들의 집단적소유이다.토지, 농기계, 배, 중소공장, 기업소 같은 것은 사회협동단체가 소유할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들 조항만 보면 개인이 북한에서 무언가를 내것이라고 하면 그 자체가 위헌이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재임 말기인 1998년 헌법개정때 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현재는 헌법 상 개인소유가 공식적으로 인정된다.
  
북한헌법 제24조는 "개인소유는 공민들의 개인적이며 소비적인 목적을 위한 소유이다"라고 정의한 뒤 "개인소유는 로동에 의한 사회주의분배와 국가와 사회의 추가적혜택으로 이루어진다.터밭경리를 비롯한 개인부업경리에서 나오는 생산물과 그밖의 합법적인 경리활동을 통하여 얻은 수입도 개인소유에 속한다"고 규정한다.
 
같은 조항에는 "국가는 개인소유를 보호하며 그에 대한 상속권을 법적으로 보장한다"는 규정도 있다. 

개인소유가 가능한 것이 여전히 터밭(텃밭)에서 나오는 곡물 등 '생산물'과 '경리활동에서 나온 수입'에 한정되지만, 최고 규범인 헌법이 '개인소유'라는 개념을 제도권으로 흡수한 것 자체가 중요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터밭 자체도 사실상 개인소유가 허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에는 협동농장 이외에 텃밭, 부업밭, 뙈기밭이 있는데, 텃밭은 30평 이하로 제한되긴 하지만 개인소유가 허용된다는 것.

토지는 생산수단 중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북한 당국이 토지에 대한 개인소유를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면 북한 내부의 소유권 체계에 상당한 변화가 발생했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인정하고 있는 것은 텃밭의 소유권이 아니고 이직은 사실상의 경작권일 가능성이 높다.

아무튼, 김정은 정권이 개혁개방을 실제로 추진하면 헌법상 소유권 규정도 대폭 바뀔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내부적으로는 이미 조성돼 있는 셈이다.    

개성공단과 나진선봉경제특구 등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의식한 규정도 북한헌법에 마련돼 있다.

북한헙법은 제37조에서 "국가는 우리나라 기관, 기업소, 단체와 다른 나라 법인 또는 개인들과의 기업합영과 합작, 특수경제지대에서의 여러가지 기업창설운영을 장려한다"고 규정한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자유경제무역지대법', '경제개발구법', '황금평,위화도경제지대법' 등 다수의 특별 법령을 만들어 놓고 있다.

1978년 시작된 중국의 개혁개방도 초기에는 심천 등 일부 경제특구에 한정해서 실시됐다. 특구 활성화를 위한 각종 특별법이 제정됐고, 나중에 이것들이 중국 전역으로 확대 실시되면서 사회 전체가 개혁개방되는 과정을 거쳤다. 

북한도 유사한 경로를 거칠 가능성이 높다. 
 
북한에는 원칙적으로 세금이 없다. 북한헌법 제25조는 "세금이 없어진 우리 나라에서 늘어나는 사회의 물질적 부는 전적으로 근로자들의 복리증진에 돌려진다"고 하여 이를 간접적으로 천명한다.  

하지만 북한에도 세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관세인데, 북한헌법은 제38조에서 "국가는 자립적민족경제를 보호하기 위하여 관세정책을 실시한다"고 규정한다. 

북한이 당장 개혁개방하더라도 세금을 걷는 데는 헌법상 모순이 발생하지 않는 셈이다.

이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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