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엔지 합병 무산 미스터리
삼성중-엔지 합병 무산 미스터리
  • 이언하 기자
  • 승인 2014.11.19 2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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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 현금자산 2조원인데...3000억원 아낄려고?
▲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회사 개요.(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19일 합병 계획을 철회한다고 공식발표했다.

삼성중공업 주가는 이날 하루에만 6.19% 급락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9.31%나 미끌어졌다.

합병철회 이유에 대해 두 회사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예상보다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금액이 예상보다 많아 이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에는 합병회사의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8조원 규모 빅딜을 무산시킨 이유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해명이라는 지적이다.

주식매수청구를 다 받아주더라도 추가로 들어가는 총 비용은 2698억원이다.  

즉, 두 회사가 애초 예정한 매수 상한선은 삼성중공업 9500억원, 삼성엔지니어링 4100억원, 합쳐서 1조3600억원이었다.

실제로 매수청구가 들어온 금액은 삼성중공업 9235억원, 삼성엔지니어링 7063억원, 합계 1조6298억원이다. 

삼성중공업은 예상 상한선보다 265억원 적게 매수청구가 들어왔지만, 삼성엔지니어링만 보면 추가 부담액이 2963억원이다. 이것 때문에 합병을 취소한다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정도 현금은 삼성엔지니어링에도 있을 뿐더러  삼성중공업과 회계를 합치면 이 자체만으로는 현금흐름에 별 타격이 없다.

두 회사의 3분기말 현재 현금보유액(현금+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은 합쳐서 2조26억원이다.

합병회사로 보면 추가 매수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현금자산이 여전히 1조70000원대에 이르게 된다.

더구나 추가로 지불되는 돈도 단순 지출이 아니고 주식을 돌려받는 대가일 뿐이다.

즉 자사주 취득률이 높아지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어 ‘합병 회사의 재무적 타격’ 운운한 삼성의 해명은 사실상 억지에 가까운 주장인 것이다.

합병계약서의 강제조항 때문도 아니다. 공시된 계약조항을 보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금액이 예상보다 많을 때 합병을 해제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삼성그룹 수뇌부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핑계로 두 회사의 합병을 일부러 무산시켰다고 추론 할 수밖에 없다.

두 회사의 합병은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대비한 삼성그룹 전반의 사업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추진돼 온 사안이다.

“합병을 통해 육상, 해양을 아우르는 초일류 플랜트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고자 한다”는 것이 9월1일 두 회사가 공시한 합병추진 이유다.

실제로 합병된 삼성중공업은 육, 해상 플랜트 시장에서 이탈리아의 사이펨, 프랑스의 테크닙 등 글로벌 강자들과 맞불을 수 있을만한 덩치가 된다.

이재용 시대 개막을 눈앞에 두고 전략적 새판 짜기 작업으로 추진해온 8조원대 빅딜을 주주들에게 돈 몇푼(?) 더 주는 것이 아까워서 무산시켰다는 해명이 납득될 리 없는 구조인 것이다.

수뇌부 내부에 심각한 파워게임이 벌어지고 있다거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목소리에 앞으로 더욱 무게가 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자초한 셈이다.

애초 합병 결의 자체가 시장 논리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플렌트 부문을 강화한다는 것이 명분은 되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은 중공업 보다는 건설 쪽에 가까운 업태를 갖고 있어 합병을 하더라도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하는 게 시너지 효과 측면에서 맞다는 것이었다.

▲ 삼성중공업 주가 추이./이트레이드증권

조선과 건설업의 업황이 이미 오래전 기울었고 양사의 주가도 하향추세에 있었는데도 주식매수청구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도 상식밖이다.

결국 투자자들만 잔뜩 손해를 보는 꼴이 됐다.

합병계획 발표 이후 두 회사 주가는 하락세를 거듭했다.

삼성중공업 주가는 9월1일 주당 2만8950원에서 19일 종가 기준 2만3450만원으로 내려앉았다. 18.9% 하락한 셈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9월1일 7만1900원에서 25.4% 하락한 5만3600원에 19일 장을 마쳤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합병 무산으로 두 회사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주가도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 삼성엔지니어링 주가추이./이트레이드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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