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우종순을 고소하며

자유민주주의 힘은 결국 말할 자유, 글쓸 자유, 즉 언론의 자유에서 나온다.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까지 합쳐진 ‘말과 글의 자유’야 말로 민주주의와 독재를 가르는 기준이다.

언론의 자유가 있는 나라는 평상시에는 서로 지지고 볶느라고 정신없어 보이지만, 막상 공동체가 큰 위기에 처하면 그 지지고 볶은 것이 플러스 알파가 되어 힘으로 분출된다.

반면 입과 펜이 묶인 사회는 평상시에는 마치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 일사분란 하지만, 막상 위기 국면이 되면 콩가루 집안으로 전락할 확률이 99%다. 평상시에 억눌린 걸 위기를 틈타 풀고 싶은 욕구가 폭발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언론자유와 검열금지를 천명하고 있다. 그래서 암튼 헌법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 파푸아뉴기니보다 못한 대한민국 언론자유지수

하지만 대한민국 언론 자유의 역사는 그야말로 피의 역사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시대를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다. 지금도 대한민국 언론 자유는 피를 요구한다.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대통령 하야를 주장했다고 재판정으로 끌려가야 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떠도는 말들을 글로 적었다고 외국인 기자까지 검찰청사에 소환당한다.

현직 판사가 내부통신망에 쓴 글이, 필자가 보기에는 논리정연하고 합리적, 교훈적 주장을 담은 글이었는데, 대법원에 의해 한순간에 딜리트돼 버렸지만 누구 하나 문제제기할 엄두 조차 못내고 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대한민국은 올해 57위를 기록했다. 작년보다 7단계나 떨어졌다. 우리보다 언론자유가 앞선 나라 중에는 아이티(47위) 파푸아뉴기니(44) 엘살바도르(38) 가나(27) 도 있다.

굳이 이런 조사보고가 없어도 오늘 대한민국 언론 공기가 유신이나 5공때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건 생각있는 언론인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점이다.

매체수가 많아져 마치 이땅에 언론자유가 만개한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디테일로 들어가보면 권력과 자본의 간섭과 탄압은 30년전보다 더 심하면 심하지 덜하지 않다.

▲ 자본과 권력에 반하면 기사 쓸수도 없고 존재할 수도 없고

16일 필자는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과 우종순 아시아투데이 사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혐의는 협박죄, 강요죄, 업무방해죄 등이다.

그들이 합세해 기사를 무단삭제했기 때문이다. 김성태 의원이 7월31일 국회 국토교통위에 대표발의한 공동주택관리법안이 아파트 입주민들의 권익은 도외시한채 특정 이익 단체에 이권을 몰아주고 불요불급한 위원회를 만들어 예산낭비와 함께 퇴직관료용 관피아 조직만 양산할 우려가 있다는 게 그 기사의 주요내용이다.

물론 기사 내용이 잘못될 수도 있다. 기자에게는 수사권도 없고 기소권은 더구나 없다.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 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합리적 의심 또는 확신의 단계 까지만 가면 일단 기자는 기사를 쓰는 것이고, 그 결과인 기사가 마음에 안드는 사람은 언론중재위원회나 검찰 법원을 통해 권리구제를 청구하는 것이 자유주의 언론 시스템이다.

그런데 8월 25일 당해 기사에 대한 김성태 의원의 대응은 언론사 오너인 우종순 사장한테 전화를 걸어 기사 안내리면 콩밥 먹이겠다는 식의 협박이었다.

그는 막상 기사를 쓴 필자에게는 전화 한통 하지 않았다. 기사 내용 중 무엇이 잘못됐다고 김 의원이 주장하는 지 그 기사를 쓴 필자는 아직도 전혀 모르고 있다.

더 한심한 것은 그런 전화를 받은 우종순 사장의 액션이다. 상식적으로 그런 전화가 오면 ‘기자 한테 항의하지 왜 나한테 그러냐’고 짜증이나 화를 낼 법 한데, 그는 전혀 아니었다.

우 사장은 전화를 끊자마자 편집국장에게 기사삭제를 지시했고, 편집국장이라는 사람은 필자에게 “사장님이 그 기사 내리라고 하네요” 한마디 툭 던지고 딜리트 버튼을 눌러버렸다.

우 사장은 편집권은 사장 겸 편집인인 자신에게 있고 그러니 기사도 맘대로 낼릴 수있다고 나중에 항변했다.

이 부분이 이번 송사의 핵심 쟁점이다. 필자가 고소장을 낸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우 사장의 편집권 주장은 어쨌든 뭔가 있어 보인다. 쉽게 말해 ‘내가 내 사업하면서 기사 하나도 마음대로 못 내리냐' 이것이다.

▲ 과연 언론사 사장은 마음대로 기사를 내릴 수 있나

우 사장의 주장은 옳은가? 아니다. 엉터리다. '편집권'이라는 이 한 단어에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이 베여 있는 지도 모른채 함부로 내지르는 아전인수, 견강부회에 불과하다.

편집권과 편집권 독립이라는 개념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 전세계 선배 기자들이 1세기가 넘는 기간 피와 청춘을 바쳐 일궈낸 기나긴 투쟁의 산물이다.

신문사 오너의 횡포로부터 기사를 지키기 위해 나온 개념이 편집권인데, 우 사장은 엉뚱하게도 그게 사주인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웃기는 짜장도 보통 짜장이 아니다.

‘편집인’ 이라는 직책도 ‘발행인’에 대항하는 개념이다. 신문사의 경영자나 오너가 발행인이고, 신문을 제작하고 기사를 취사선택해 보도하는 책임자가 편집인이다.

즉 편집인이라는 개념은 오너인 발행인의 간섭에서 벗어나 신문제작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사주는 경영에 전념하고 신문만드는 일은 별개 인격체인 편집인에게 일임해 신문이 오너의 생각에 따라 좌우되지 않도록 하자, 이게 편집인이라는 개념이 생긴 연혁이다.

아시아투데이 주식회사의 오너인 우종순 사장은 자신이 편집인이고 그래서 편집권도 자기한테 있으니까 기사 한꼭지 정도는 맘대로 내릴 수 있다, 이런 주장인데, 우 사장이 편집인 명함을 계속 사용하려면 그 회사 주식 지분부터 처분해야 할 것이다.

발행인과 편집인이 무슨 차이인지도 모른채 그냥 대충 직책 나눠 먹기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신문사 사장, 회장이라고 거들먹거리는 한 대한민국 언론자유는 요원하다.

결론적으로 우사장이 기사를 무단으로 삭제한 것은 별개 법인격체인 아시아투데이 주식회사의 정상적인 신문제작업무와 기자의 취재보도 업무를 방해한 범법행위에 다름아니다.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의 주범인 김성태 의원의 협박에 무슨 연유에선지 극심한 공포심을 느낀 우종순 사장이 사장 겸 편집인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회사와 기자의 취재보도 업무를 방해하는 데 합세한 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인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 검찰이 이 사건을 순조롭게 기소단계까지 가져가지라고 기대해서 고소장을 낸 건 아니다.

설사 검찰이 기소하더라도 대한민국 법원이 필자가 희망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낼 지도 솔직히 신뢰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어차피 대한민국의 언론자유는 아직도 누군가의 피를 원하고 있다. 내 피가 그 피의 일부라도 될 수 있으면 그 또한 영광일 것이다. 필자가 실패하더라도 훗날 또 누군가에겐 타산지석이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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