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수석 이코노미스트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더 나아가 유럽(EU) 경제의 재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 역시 유로 경제가 이대로 가면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 즉 장기 불황사이클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유로 경기가 장기 불황 혹은 디플레이션 국면에 빠질 수 있다는 시그널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생산자물가의 장기 마이너스 흐름과 더불어 경기 둔화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유로존 경기선행지수 추이를 보면 지난 4월을 정점으로 둔화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동행 및 후행지표라 할 수 있는 산업생산과 실업률 흐름 역시 회복세가 재차 둔화되는 양상이다.

개선 추이를 보이던 실업률 등 고용시장은 현 생산활동 흐름을 감안할 때 금년 4분기부터 재차 악화될 여지가 높다는 점에서 유로존의 경기둔화, 더 나아가 장기 불황 리스크를 높여주고 있다.

유로존 경제 상황이 과거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이후 일본 경제보다 심각하다는 점은 마이너스 단기 국채 금리 수준과 더불어 일부 유로존 국가의 생산활동이 90년대 초,중반 일본 경제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과거 일본에 비해서 높은 실업률도 유로존 경기의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잘 반영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과거 90년대 중반 일본 실업률의 경우 5% 중반이 최고 수준이었지만 현 유로존 실업률은 11.5%로 2배 이상이 높은 수준이다.

요약하면 유로존 경기가 과거 90 년대 일본 경제보다 결코 나은 상황이 아닌 것이다.

유로존 경기의 장기 불황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는 배경과 관련하여 우선 구조조정 지연을 들 수 있다. 

유로존 내 더 나아가 글로벌 수요가 둔화되었지만 유로존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생산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과잉리스크가 투자의 장기 부진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두번째로는 정책 여력의 한계를 들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각종 부양적 통화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에 비해 강력한 통화정책을 적시에 추진하는 못하고 있다.

또한 통화정책 이외의 강력한 재정정책이 병행되지 못하고 있음도 유로존이 안고 있는 정책적 한계라 할 수 있다.

세번째로 새로운 성장동력의 부재다. 미국의 경우 셰일혁명 및 스마트폰 등 신 성장산업을 주도하고 있지만, 유럽 경제 및 기업들이 이러한 신 산업 트렌드에서 뒤쳐지고 있어 투자동력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러시아 리스크. 최근 러시아 루블/달러 환율이 연일 역사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루블화 약세 흐름이 확대되고 있음은 러시아 경제는 물론 유럽 경제 및 금융 기관에 악재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유로 경제가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국면에 빠져들 리스크는 매우 높다고 평가할 수 있어 당분간 경기조정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ECB의 추가 부양책과 더불어 재정확대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유로존 경기는 여전히 부양 정책에 기댈 수 밖에 없다.

또 하나는 유가 변수다. 70달러대로 유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 유로존 경기 등 글로벌 경기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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