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현무 미사일 추락 7~8시간 엠바고 걸어 보도금지
'한국형 3축체계' 핵심 무기..국제적 망신에 안보 구멍
권성동 "재난문자 없이 무작정 엠바고 무책임한 처사"

 

[포쓰저널] 군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 사격한 국산 미사일이 도심 인근에 추락, 주민들이 공포에 떨었는데도 엠바고(보도시점 유예)를 이유로 7~8시간 동안이나 관련 보도를 통제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추락한 현무-2C 미사일은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 무기 중 하나여서 한국군의 체면을 구긴 것은 물론 안보에도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5일 강원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4일 밤 11시경부터 강릉에서는 "폭발소리가 난다" "불이 난 것 같다" "하늘에서 뭔가 떨어진 것 같다" "큰 소리가 난다"는 119 신고가 폭주했다. 

소방당국은 즉시 소방차 등 8대를 사고 지역으로 추정되는 군부대 인근으로 출동시켰지만 이동 중 군부대 측에 문의한 결과 "군 훈련중이고, 자세한 내용은 보안 사항이라서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고 119대원들은 돌아와야 했다. 

강릉시청에도 시민들의 문의 전화가 쇄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원인은 다음날인 5일 오전 7시에야 일반에 알려졌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대응해 발사한 현무-2C 탄도미사일이 발사 직후 비정상 비행 후 기지 내로 낙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뒤늦게 밝혔다.

군에 따르면 한미는 4일 심야부터 5일 이른 새벽까지 북한의 IRBM 도발에 대한 대응 조치로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훈련을 실시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사격에는 한국군 현무-2C(사거리 1000㎞)와 에이태큼스(ATACMS·사거리 300여㎞) 2발, 주한미군의 에이태큼스 2발 등이 동원됐다. 

먼저 한국군의 현무-2C를 사격하고 이어 나머지를 순차적으로 발사하는 계획이었다.

이에 4일 심야 시간에 현무-2C 1발을 발사했으나 발사 직후 비정상적으로 비행하다가 인근 기지 내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군은 사고 이후 추가적인 안전 조처를 하고 5일 새벽 1시경 에이태큼스를 사격했다.

군 관계자는 "사고 후 미사일 추진제(연료)가 연소하면서 화재가 발생했고, 탄두는 폭발하지 않았으며 기타 자세한 내용은 아직 파악 중"이라고 했다.

4일 저녁 우리 군이 발사한 '현무-2' 탄도미사일이 비정상 비행 후 강릉 공군기지 내 떨어진 사고와 관련, 밤사이 불길과 함께 큰 폭발음이 여러 차례 들려 주민들이 '무슨 일이 일어난 게 아니냐'며 불안한 밤을 보냈다. 군은 연합 대응 사격에서 '현무-2' 탄도미사일도 발사했으나 발사 직후 비정상 비행 후 기지 내로 낙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연합
4일 저녁 우리 군이 발사한 '현무-2' 탄도미사일이 비정상 비행 후 강릉 공군기지 내 떨어진 사고와 관련, 밤사이 불길과 함께 큰 폭발음이 여러 차례 들려 주민들이 '무슨 일이 일어난 게 아니냐'며 불안한 밤을 보냈다. 군은 연합 대응 사격에서 '현무-2' 탄도미사일도 발사했으나 발사 직후 비정상 비행 후 기지 내로 낙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연합

지역 정치권에서는 일제히 군의 부실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강릉시가 지역구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현무미사일 낙탄으로 인한 폭발과 섬광은 많은 강릉시민과 국민께 걱정과 염려를 초래했다"면서 "국민의 혈세로 운용되는 병기(兵器)가, 오히려 국민을 위협할 뻔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군 당국이)재난 문자 하나 없이 무작정 엠바고를 취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군의 대응 태도를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도 이날 논평을 통해 "낙탄사고가 일어난 곳은 강릉시내에서 멀지 않은 강릉 제18전투비행단 인근이다"며 "자칫 궤도를 달리해 민가로 떨어졌다면 차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아침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에서는 우리 군의 'ATACMS 2발', '주한미군의 ATACMS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하여 가상표적을 정밀타격하고, 추가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연합전력의 대응능력을 현시하였음'이라며 자화자찬만 하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강릉시위원회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강릉시민은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이런 무책임한 훈련과 대응을 경험 한 적 없으며, 도대체 한반도 평화와 시민들의 안전을 누가 위협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안보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정부에서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정부와 군에 대응 능력이 있긴 한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훈련 상황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만, 관공서 등에 항행경보 등의 절차를 알린 것으로 안다"면서 "주민들이 늦은 시간에 많이 놀라신 것에 대해선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5일 새벽 군 당국이 연합 대응 사격으로 발사한 '현무-2' 탄도미사일이 발사 직후 비정상 비행 후 기지 내로 낙탄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이날 오전 군부대 입구에 폭발물처리반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날 미사일이 낙탄하면서 발생한 강한 섬광과 굉음에 놀란 강릉지역 주민의 문의가 관공서와 언론에 쇄도했다./연합
5일 새벽 군 당국이 연합 대응 사격으로 발사한 '현무-2' 탄도미사일이 발사 직후 비정상 비행 후 기지 내로 낙탄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이날 오전 군부대 입구에 폭발물처리반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날 미사일이 낙탄하면서 발생한 강한 섬광과 굉음에 놀란 강릉지역 주민의 문의가 관공서와 언론에 쇄도했다./연합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