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일각선 대통령실과 다른 해명 내놓아 혼선 가중
배현진 "'XX'는 '사람들', '바이든'은 '말리믄' 이다" 주장

 

[포쓰저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돌출된 비속어 논란을 싸고 정치권이 극단적인 말폭탄을 쏟아내며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세에 국민의힘 쪽에서는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과거 '형수 욕설'까지 소환하는가 하며 '좌파가 제2의 광우병 파동을 획책한다'는 등의 극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 와중에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문제의 발언 중 국회를 겨냥한 비속어 'XX' 와 '바이든' 이 완전히 다른 단어라고 주장하며 대통령실의 해명과도 다른 주장을 내놓아 혼선을 키우고 있다. 

민주당은 24일 윤 대통령에게 귀국 즉시 총체적 외교 무능과 외교 참사에 대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외교라인 경질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쇼설미디어(SNS)에 잇달아 글을 올리며 윤 대통령 엄호와 대야 비판에 나섰다.

조수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과거 형수에게 욕설한 내용을 다룬 기사를 공유하며 "이것이 진짜 욕설"이라고 주장했다.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번 논란을 염두에 둔 듯 "조작된 광우병 사태를 다시 획책하려는 무리들이 스멀스멀 나타나 꿈틀거리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무책임한 선동과 속임수로 나라를 혼란에 빠뜨렸던 추억이 그리워지는 모양입니다만 두 번 다시 속지 않는다"고 적었다.

전 원내대표인 권성동 의원도 페이스북에 "2008년 광우병 조작 선동의 시발점이었던 MBC는 이번에도 여러가지로 들릴 수 있는 말 한마디를 최악의 워딩으로 주석을 달아 국민에게 '인지적 유도'를 꾀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이어 "국적보다 당적이 우선인 민주당은 국가의 외교마저 폄훼해 반사이익을 얻어내려 했다"며 "민주당과 좌파언론이 만든 조작과 선동의 티키타카가 바로 사건의 본질로, 해프닝을 애써 외교참사로 비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서병수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이 하셨다는 말씀에 대해선 저 또한 마뜩잖다. 하지만 사사로운 장소에서 사사로이 주고받은 말씀"이라며 "외교는 총칼 없는 전쟁터이고, 그 전쟁터에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나선 대통령이다. 제 얼굴에 침 뱉는 행위는 이제 그만하자"라고 적었다.

당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해당 영상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물론 비속어도 쓰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배현진 의원은 전날 밤 페이스북을 통해 "음성을 연구하는 모 대학에서 잡음을 최대한 제거한 음성이랍니다"라며 한 음성 파일을 올렸다.

그는 "국회의원 '이 사람들이' 승인 안 해주고 '아 말리믄' 쪽팔려서 어떡하나 라고 아주 잘 들린다"며 "'이 XX'도 없었고 '바이든'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수영 의원도 배 의원처럼 '잡음을 제거한 음성파일' 이라며 윤 대통령의 문제 발언 부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박 의원도 해당 발언이 '국회에서 이 사람들이 아 승인 안해주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며 "대통령의 사적발언에 대한  MBC의 보도를 둘러싼 논란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잘 들리지도 않는 소리를 놓고, 좌파는 '이새끼, 바이든' 우파는 '이 사람들, 날리면'이라고 각자 믿는대로 해석하고 논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일각에선 박 의원 등이 비속어 등 일부 단어들이 잘 들리지 않도록 원본파일을 윤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등 되레 혼선이 커졌다.

배 의원과 박 의원이 주장한 대로라면 대통령실이 김은혜 홍보수석을 통해 내놓은 해명도 허위가 되는 셈이다.

논란이 커지자 박 의원은 다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제가 음성파일을 조작해서 '이 XX', '바이든' 같은 내용을 지웠다고 좌파언론들이 거짓 선동을 하고 있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저는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응당 해야 했을 일을 대신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비속어를 쓴 적 없다는 주장과 관련 영상은 전날 저녁 국민의힘 의원들의 단체 SNS 방에서도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의원들은 '대통령실의 해명과 배치된다', '신중해야 한다' 등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뉴욕에서 주최한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며 박진 외교부장관 등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후 15시간 가량 경과한 뒤 김은혜 홍보수석은 현지 브리핑을 통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돼 있다"며 윤 대통령의 발언이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의회를  지칭한 게 아니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귀국길에 오른 윤 대통령을 향해 "국격이 무너진 일주일"이었다며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안귀령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귀국 즉시 총체적 외교 무능과 외교 참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외교라인을 경질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영국 도착 첫날 '조문 외교'를 하겠다더니 교통 통제를 핑계로 조문을 취소했다"며 "뉴욕으로 자리를 옮긴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11분간 알맹이 없는 '자유'의 구호만 외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끈질긴 구애 끝에 얻어낸 기시다 일본 총리와의 30분 간담, 회담 불발로 대체된 바이든 대통령과의 48초 환담은 '구걸 외교', '굴욕 외교' 논란을 낳았다"고 했다.

안 부대변인은 "특히 48초 환담 이후 내뱉은 충격적인 비속어는 '욕설 외교' 파문을 불러일으켰다"며 "하지만 대통령실은 사과를 거부하고, 변명과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며 국민 분노를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부대변인은  또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관련, '광우병 사태'를 언급한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을 향해 "당권 욕심에 눈이 멀어 혹세무민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민심은 보지 않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비속어를 쓴 사실이 명백한데 무엇이 선동이고 속임수라는 것인지 묻는다"며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의 실언을 감싸는 김기현 의원이나 아직도 사건을 덮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국민의 판단은 내려졌다. 전 세계의 평가도 끝났다"며 "하루라도 빨리 실언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위기 탈출의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영국ㆍ미국ㆍ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9월23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올라 환송인사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연합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영국ㆍ미국ㆍ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9월23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올라 환송인사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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