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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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생태계의 문제다. 2015년부터 정부는 핀테크를 창조경제의 핵심 아젠다로 삼았다. 대단히 현명한 선택이었다. 이는 2008년 경부터 영국이 기존 금융의 한계를 아이폰으로부터 시작된 인터넷의 진화와 기술기업에서 금융의 미래를 찾겠다는 정책적 결단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금융과 기술을 융합함으로써 은행, 증권사, 보험 등 기존 금융회사(financial instrument)들의 금융을 와해적으로 혁신(Disruptive Innovation)할 핀테크(fintech)를 금융제국 영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은데서 비롯된 혁신이었다. 

영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 벤처와 인터넷 붐으로 결제 등에서 미국과 대등한 혁신을 경험하였고 금융결제원이라는 지구상에서 유일한 통합된 소액결제 정산기관(Clearing House)을 보유 하고 있었다. 핀테크를 시작한 영국이 2013년에야 중앙은행(BOE) 산하에 PSP(payment service provider)를 위한 소액결제 클리어링하우스를 만들었으며 미국 FED가 2020년에야 은행간 통합시스템 개발을 시작한 것에 비하면 가히 혁명적인 시스템 구축이었다.

물론 당시 금융결제원 조차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이 무엇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핀테크연구회장을 맡고 있던 필자는 이니시스, 한국사이버결제, 다날 등 결제대행업(PG)을 업종으로 법률(여신전문금융업법)에 규정(대표 가맹점)하고 개별 회사의 설립부터 상장까지 자문한 경험으로 금융결제원이 가진 소액결제시스템이야 말로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인프라가 되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핀테크연구회가 국회, 금융위원회와 함께 주최한 행사에 금융결제원을 초대하였으나 자신들이 왜 상관도 없는 핀테크 행사에 나와야 하는지 필자에 대해 불만을 조심스럽게 토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연구회와 김상민 의원실이 공동주최한 행사에서 필자가 주도하여 오픈플랫폼을 제안하고 당시 금융위 도규상 금융서비스국장이 이를 수용하였다. 수행기관으로는 금융결제원이 사실상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므로 api정도만 개발하면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행사에 참석하였던 박광헌 금결원 상무로부터 확인을 하였다. 2년에 걸친 우여곡절 끝에 오픈플랫폼이 개설되었고 그 후 ‘오픈뱅킹’으로 전 은행권이 참여하는 시스템으로 확장되었다. 1997년에 우리나라 첫 쇼핑몰인 데이콤의 인터파크 개발시 만들어진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payment gateway)이 공인인증서 없는 간편결제로 다시 시작된 것이다. 

이후 서울시가 서울페이를 만들고 정부가 이를 확장하여 제로페이를 출범시켰다. 금융결제원에는 제로페이를 담당하는 간편결제원의 시스템도 새로 개설되었다. 이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담당자들이 ‘전자지급결제대행업’ 등 전자금융업 자체를 곡해해서 제로페이 회원사 자격을 잘못 규정하는 있어서는 안되는 불상사가 벌어졌고 급기야는 문재인 정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내용을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장안까지 발의하였다는 사실이다. 

전자금융거래법 제2조 제19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전자지급결제대행업’에서 ‘대행’이라는 문구에 대해 그 역사성과 근원성을 모르는 담당자들이 ‘결제업체’를 ‘대행’하는 것으로 해석하여 결제업체를 전자금융거래법에서 찾다가 같은 법 제2조 제14호 ‘선불전자지급수단’을 발행하는 업체를 결제업체로 인정하는 우를 범한 것이다. ‘전자지급결제대행업’에서 결제업체가 대행하는 것은 가맹점, 그러니까 인터파크 같은 ‘쇼핑몰’을 ‘대행’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저지른 실수였다. 국가의 법령은 대단히 엄중하다. 한치의 실수도 있으면 안된다. 법령을 위반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지적하였음에도 아직도 수정이 안되고 있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규제와 규제설계에 무심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윤석열 정부의 금융위가 금융규제혁신위원회(박병원 의장)를, 기재부가 규제개선TF(공동의장 추경호 장관, 김종석 전 의원)를 출범시켜 금융과 경제분야의 규제를 개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기존 가상자산 규제까지 고려하면 멀고도 험하다. 과연 제대로 출발하고 제대로 항해하여 목적지에 기착할지가 저어되는 것은 쓸데없는 노파심일까. 기사 하나가 나를 다시 일깨운다. 그냥 잠자코 있으면 규제가 *** 널뛰게 될 것이라는 점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도 언제가는 뱅크런이 발생할 것이다’라는 페북글이 루나 사태를 ‘예견’한 것이라는 인터뷰다. 세가지 문제를 제기해 보았다. 

먼저, 스테이블코인과 뱅크런의 인과관계이다. 문제제기 자체가 합리성을 가지고 있는가. USDT나 XRP가 기능적으로 뱅크런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은행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가. 코인으로 스테이킹 서비스를 하는 경우는 해당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코인 발행사나 재단을 바로 뱅크런 위험이 있는 은행에 비유하는 일반화의 오류가 있는 판단이다.

다음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가끔 뱅크런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주 일반적인 문제기임에도 그 내용을 테라나 루나에 대한 문제제기로 보고 루나사태를 예견했다고 할 수 있는가. 전혀 인과관계가 없다. 당시 페북글을 보면 루나나 테라 자체를 몰랐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루나 사태가 뱅크런 때문에 발생했는가. 누구나 알듯이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자체의 문제와 앵커토큰과 미러토큰 등 DeFi 문제점 등에 의해서 가격이 폭락한 것이지 뱅크런이 발생하여 코인을 지급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이 혁신국가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혁신은 어떤 생태계를 만들 것인지를 명확하게 하고 이를 설계하지 않는다면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들 수가 없다. 문재인 정부의 금융결제원이 핀테크 스타트업을 오픈플랫폼, 오픈뱅킹에서 축출하고 기존 금융권과 대기업 중심의 생태계로 돌아 간 것은 혁신에 대한 설계가 부재함을 방증하는 사례다. 

윤석열 정부가 혁신성장과 규제혁신에 성공하려면 생태계를 지속가능하게 설계해야 할 것이다. 혁신은 결국 생태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글쓴이: 배재광 월드블록체인컨버전스 의장(인스타페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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