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SK매직·LG케어솔루션 방문점검원들 증언 대회

26일 오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은 서울 서대문구 가전노조 대회의실에서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증언대회’를 열어 방문점검원의 열악한 노동실태 공론화와 표준근로계약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사진=서영길 기자
26일 오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은 서울 서대문구 가전노조 대회의실에서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증언대회’를 열어 방문점검원의 열악한 노동실태 공론화와 표준근로계약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사진=서영길 기자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조직장의 서류 한 장으로 간단히 해촉이 가능하다면, 부당한 처사에 생계를 내팽개치고 매달려야만 간신히 바로잡을 수 있다면, 이는 정상적인 근무환경이 아니다." "고객 집에 방문했더니 만취한 고객이 칼을 들고 위협해 탈출한 경우도 있고 반려견이 짖는 바람에 놀라니 ‘개에게 사과하라’는 요구를 받은 적도 있다." "200계정을 기준으로 월 평균 180만원의 수수료를 받지만 차량유지비, 유류비, 식대, 헛걸음, 차량 감가상각비, 컨텍 시간 비용을 제하면 실질적으로 남는 돈은 130만원 정도다.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렌탈 업체의 방문점검원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을 성토하며 '표준계약서' 작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26일 오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은 서울 서대문구 가전노조 대회의실에서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증언대회’를 열고 방문점검원의 열악한 노동실태 공론화와 표준계약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가전제품 방문점검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신분이다. 법이 강제하는 근로계약서 대신 회사가 임의로 규정한 위임계약서에 따라 일을 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노조에 따르면 가전렌탈 업계에 통용되는 위임계약서에는 방문점검원의 일방적 손해와 희생을 강요하는 독소조항들이 다수 포함됐다.  

△일방적 계약해지로 인한 고용불안 △불합리한 수당되물림 제도의 폐해 △업무상 사용비용 미보전 △방치된 감정노동 등이 대표적이다.

이현철 전국가전통신노조 위원장은 “최근 관리자의 갑질에 시달리던 한 방문점검원이 관리계정(제품점검 건)을 모두 빼앗겨 극심한 스트레스로 건강이 악화되면서 고독사했다”며 “최소한의 기준도 없는 한 달짜리 위임계약서로 인해 방문점검원은 관리자의 갑질에 언제든지 잘릴 수 있다는 고용불안에 시달린다”고 했다.

가전렌탈 시장 성장세는 최근 1~2인 가구 확대와 코로나19 영향으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국내 개인 및 가정용품(생활가전·웰빙·헬스) 렌탈 시장 규모는 2011년 3조7000억원 수준에서 △2016년 5조5000억원 △2018년 7조6000억원 △2020년 10조7000억원으로 점차 커지고 있다.

렌탈 시장이 커지는 만큼 방문점검원 수도 증가하고 있다.  

2020년 6월 고용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가전제품 방문점검서비스 종사자 수는 총 3만여 명에 달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가전렌탈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며 현재는 이보다 훨씬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렌탈 시장이 황금기를 맞으며 방문점검원들의 수는 늘었지만 이들은 고용불안 등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고 주장한다.

국내 렌탈 시장 규모 및 추이./자료=KT경제경영연구소
국내 렌탈 시장 규모 및 추이./자료=KT경제경영연구소

이날 증언대회에 나온 코웨이 방문점검원 이성대씨는 “코디(여)·코닥(남)의 과실과 상관없이 모든 손실에는 회사가 공제와 환수를 할 수 있고 별도의 통지없이 급여에서 차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회사가 시기를 불문하고 업무해지를 할 수 있고 본 계약 및 규정을 위반하면 위반행위 처리는 해약이냐 아니냐 두 가지만 있다”고 했다.

이씨는 “현재 노사가 교섭하고 있지만 코디·코닥의 요구안을 무시하고 온갖 시간 끌기와 변명으로 버티고 있는 코웨이 측을 신뢰할 수 없어 표준계약서 투쟁에 나섰다”며 “표준근로계약서가 적용되면 우리의 요구를 관철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LG케어솔루션 매니저인 김정원씨는 “일반적인 근로계약서와 달리 우리는 계약서의 작은 조항조차 변경할 수 없다”며 “세세하게 읽어보지 못한 채 모바일 계약서에 무조건 서명을 하고 사측은 사본조차 주지 않는다”고 했다.

김씨는 “우리는 노동자다. 앞에 ‘특수고용’이라는 딱지가 붙었지만 노동자다”며 “LG의 이름을 달고 LG의 수익 창출에 가장 커다란 공을 세웠으면 그만한 대가를 받아야 마땅한데 특수고용이라는 사각지대를 만들어서 한낱 소모품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K매직 방문판매원 이두일씨는 강제해촉 위기에 몰리고 조직 내에서 ‘왕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직장의 파행적인 지국 운영방식에 도저히 버틸 수 없어 조직원들을 대표해 문제를 제기하며 몇 가지 제안을 했는데 돌아온 건 조직장이 주도한 왕따와 강제해촉이었다”고 했다.

이어 "사측으로부터 계정 몰수(제품점검 건)를 당했고 지국장과 지부장이 담합해 날조한 면담보고서로 조직 분위기를 해치는 나쁜 MC(방문판매원)라는 프레임을 씌웠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현재는 노조가 설립돼 그 전처럼 무턱대고 강제해촉 하는 만행은 많이 줄었지만 전국의 SK매직 지국에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조직장들의 갑질로 MC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오늘 이 자리에서 하는 증언이 업무의 선순환과 불합리한 해촉을 방지할 수 있는 표준계약서로의 한 걸음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고질적인 ‘수당되물림’ 관행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수당되물림은 고객이 렌탈계약 체결 이후 회사가 정한 기간 내에 렌탈제품을 반환할 시 방문점검원이 받은 영업수수료를 회사가 도로 받아가는 제도다. 고객이 렌탈료를 체납해도 마찬가지다.

노조는 표준계약서를 통해 △일방통보 계약해지 금지 △위임계약 연단위 자동갱신 △인사·징계위원회 노조참여 △관리계정 갑질 봉쇄 △정기 건강검진 등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에 나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법률원 박현익 변호사는 “방문서비스 노동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표준계약서”라고 했다.

그는 ”회사와 위임계약서를 작성한 방문점검원은 근로기준법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근로기준법 상 보호를 받는 노동자와 달리 최소한의 보호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로서 표준계약서가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윤미향(무소속) 국회의원은 “6월 상급자의 갑질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방문점검원이 고독사한 사건은 이들의 참혹한 노동현실을 보여준다”며 “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마련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추후 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 및 10만 서명운동, 관련 정부부처와의 협의테이블 마련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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