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쿠팡지회 조합원들이 모형으로 만든 '에어컨'을 들고 배달 행진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쿠팡지회 조합원들이 모형으로 만든 '에어컨'을 들고 배달 행진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폭염대책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쿠팡의 물류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와 쿠팡 노동조합이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며 진실게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25일 CFS는 입장문을 내어 노조와의 갈등 장기화와 관련해 노조 측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했다며 사옥 무단 점거에 대해 법적 조치를 포함,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지회는 지난달 23일부터 CFS가 입주한 서울 잠실 쿠팡 사옥 로비를 점거하고 장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냉방시설 확충을 통한 폭염대책 마련 △유급 휴게 시간 보장 △직장 내 괴롭힘 방지책 마련 및 가해자 처벌 △임금 인상 및 고용 안정 △부당해고 철회 △노조 할 권리 보장과 사측 면담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에선 노조 농성이 불법 시위에 해당하며 그에 따른 회사와 입주민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며 점거 중단 및 협상 재개를 요구해 왔다.

CFS에 따르면 이후 양측 대립은 한 달여간 지속되다 23일 현안 이슈에 대한 노사 합의가 이뤄졌고 24일부로 농성 해제 및 단체교섭 재개 합의가 이루졌다.

쿠팡 관계자는 “양측은 농성 해제 후 다음달 4일 단체교섭을 재개해 단체협약을 포함한 현안 이슈들에 대해 교섭하기로 합의하고 합의문 서명을 앞두고 있었다”며 “하지만 노조는 동탄물류센터 집회 직후인 23일 합의 사항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오히려 외부 인원을 추가 대동해 야간에 잠실 건물 무단침입을 시도하는 등 불법 점거 상황을 더 강화,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기간의 불법 점거 농성에 더한 이같은 일방적 합의 파기와 무단 점거 확대 시도는 노사 간의 정상적 협의를 위한 기본적인 신뢰마저 훼손하는 행위”라며 “CFS는 노조의 불법행위와 범죄행위, 합의파기에 대해 법적 조치를 포함해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노조는 사측 주장과 달리 양측 간에 어떤 합의도 없었다고 했다. 노사가 만나 논의한 사실은 있지만 농성을 철회한다는 등의 합의는 없었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23일 오전 CFS 측이 자신들의 최종안이라며 노조 쪽에 줬는데 구체적 내용없이 추상적인 문구가 대부분이었다”며 “그래서 23일 오후 최종안을 거부한다고 사측에 통보했다. 하지만 농성을 철회 한다든지 다음달 단체교섭을 재개한다든지 등의 내용은 합의한 적 없다”고 했다.

노조는 사측이 15번의 교섭에도 안을 가져오지 않고 로비 농성을 시작한 직후에도 교섭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노조 관계자는 “23일 회사가 제시한 제안서에는 폭염대책 마련, 부당해고 철회 등 노조에서 요구하는 그 어떤 내용도 포함돼 있지 않는 일방적인 제안서였다”며 “내용없는 제안서에 합의하지 않을 시 잠실 본사 건물 출입을 통제하고 농성장 물품을 철거하겠다는 협박도 했다.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무시하고 기만하는 쿠팡의 태도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언론을 동원해 거짓 선전을 펼치는 쿠팡을 강력히 규탄하며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앞서 노조는 20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앞에서 '폭염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동탄센터까지 모형 에어컨을 들고 약 50㎞를 도보로 이동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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