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등 56차공판..안진 정모 회계사 증인신문 진행
정, 검찰 조사 때 진술 부인..“변호사가 제대로 조력 못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 재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합병비율검토보고서의 발행을 종용한 안진회계법인 임원이 자신의 검찰 조서가 왜곡됐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술을 뒤짚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박사랑·박정길)는 16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옛 미전실 최지성 실장·장충기 차장·김종중 전략팀장·이왕익 전략1팀 임원·김용관 전략1팀 임원, 삼성물산 최치훈 이사회 의장·이영호 전 건설부문 대표·김신 전 상사부문 대표,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전 대표·김동중 전무 등 삼성 전·현직 임원 11명과 변영훈 삼정회계법인 부대표, 심정훈 삼정회계법인 상무, 김교태 삼정회계법인 대표 등 삼정회계법인 임원3명 등 총 14명에 대한 56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안진회계법인 정모 파트너 회계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회계사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을 삼성이 원하는 대로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합병비율검토보고서의 발행에 관여한 인물이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추진 당시 정 회계사는 삼성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삼성어카운트 부서의 부대표를 맡고 있었다.

검찰과 안진회계법인 오모 전 상무의 증언에 따르면 당초 합병비율검토보고서를 최종 발행하기 전 오 상무는 합병비율검토보고서가 실제 합병비율을 설명하기에 부적합하기 때문에 해당 보고서가 발행되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회계사는  삼성과의 관계를 의식해 해당 보고서가 발행되야한다고 주장했고, 결국 삼성의 요구사항에 맞춰 보고서가 발행됐다.

정 회계사는 이날 법정 증언에서 자신이 검찰에서 진술했던 내용들이 의도와 다르게 적혀있다며 많은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조사에서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이재용 부회장님의 승계작업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이날 자신은 그런 식으로 말한 기억이 없다며 답변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검찰은 “변호인이 동석했는데도 아무런 기억이 안나는 것을 맞다고 서명했냐”라고 추궁하자, 정 회계사는 “당시 변호사는 사법시험에 통과한지 얼마 안된 변호사였고 조력을 거의 받지 못했다”며 자신의 진술이 제대로 적혀있지 않았다고 답했다.

검찰은 “서명날인 이후에도 수정할수 있는 기회를 줬는데 왜 진술을 수정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정 부대표는 “쓸내용이 많아서 다 쓰지 못했다”고 답했다.

자신이 오 상무에게 삼성과의 관계를 의식해 합병비율검토보고서를 제출해야한다고 말했다는 오 상무의 증언에 대해서도 “저는 감사보고팀이고, 해당 보고서내용도 제대로 모른다”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보고서 발행은) 오 상무가 결정할 일”이라며 사실관계를 부인했다.

검찰은 삼성물산 합병을 자문하는 팀의 총괄이지 않았냐며 정 회계사를 추궁했다.

정 회계사는  “인력을 구성하고, 업무 전반을 지원하는 것은 맞지만, 업무 총괄은 아니다”라며 자신의 책임은 아니라는 식으로 답변했다.

정 회계사는 또한 합병비율검토보고서의 최종버전의 내용을 제대로 모른 상태에서 검찰에서 진술한 사실이 많다며 자신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용 부회장 측 역시 정 회계사에게 같은 취지의 진술을 끌어내기 위한 신문을 이어갔다.

이 부회장 측은 “증인은 합병비율검토보고서 작성 이전 합병비율 검토를 위한 사전시나리오를 확인하는 사전검토 문건의 내용을 바탕으로 진술한 내용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고, 정 회계사는 “그렇다”고 답하며 맞장구를 쳤다.

이 부회장 측은 이같은 증언을 바탕으로 안진회계법인이나 삼성물산TF(테스크포스), 미래전략실 등이 당초 정해놓은 합병비율에 맞추기 위해 합병비율검토보고서를 조작하지 않았다고 재차 주장했다.

다음기일은 21일 오전 10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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