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작년 12월 성희롱 상사 정도경영실에 신고
가해자에 감봉 3개월 '솜방망이'..다섯달 후 성폭행 당해
남성 가해자들 혐의 부인..사측은 언론 막는데 급급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포스코 여직원 성폭력 사건이 확대된 건 최초 신고 당시 가해자에게 경징계만 내리는 등 가볍게 처리한  당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및 경영진들의 잘못된 성인식과 성인지감수성 부족 탓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1일 민주노총 포스코 지회는 만약 최 회장 등 포스코 경영진들이 성희롱 신고를 접수했을 때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사려깊게 처리했다면 피해자 ㄱ씨가 성폭행까지 당하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포스코 지회 관계자는 "피해자의 첫 신고가 있었던 지난해 12월 말은 최정우 회장 등 경영진들이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만들기에 여념이 없던 시절이었다"며 "만약 그 당시 경영진이 가해자들에 대해서 제대로 조사했더라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 경영진들의 안이한 태도가 일을 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근무하는 여성 직원 ㄱ씨는 해당 부서를 총괄하는 상사 ㄴ씨와 ㄹ씨, 선임 ㄷ씨와 ㅂ씨 등 총 4명의 상사가 자신에게 성희롱, 성추행을 일삼았고 이 중 ㅂ씨는 성폭행까지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ㄱ씨는 해당 부서에서 유일한 여성 직원으로 3년 넘게 일했다. ㄱ씨가 근무하는 부서 구성원 수는 50여명다.

ㄱ씨는 부서 회식 자리에서 상사 ㄴ씨가 자신에게 술을 따르라고 시키고, 허벅지 안쪽까지 손을 넣는 등의 추행을 했으며 술자리 후에는 노래방에 억지로 동행하게 하고 그곳에서도 성추행을 일삼았다고 주장한다.

선임인 ㄷ씨는 근무시간에 다른 직원들 앞에서 ㄱ씨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음담패설로 모욕감을 주고 조롱하는 식으로 성희롱했다고 한다.

이런 행위가 지속되자 ㄱ씨는 지난해 12월 포스코 감사부서인 정도경영실에 ㄷ씨를 성희롱 가해자로 신고했다.

하지만, 성희롱 가해자 ㄷ씨는 감봉 3개월의 경징계만을 받았다.

이후 ㄱ씨는 오히려 팀에서 따돌림을 받았고 결국 정신과 치료까지 받는 등 극심한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성추행을 제보해도 피해자가 보호받지도 못했고, 되레 왕따를 당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것이다.

이후 ㄱ씨는 선임에게 성폭행을 당하면서 사태가 크게 악화됐다. 

ㄱ씨는 올해 5월 말 같은 건물에 살고 있던 선임 ㅂ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ㄱ 씨에 따르면 선임 ㅂ씨의 전화를 받은 뒤 주차문제인 줄 알고 아래층에 내려갔다.

그런데 ㅂ씨는 자신의 집 도어락이 방전됐다며 ㄱ씨에게 도구를 빌려달라고 요구했고, ㄱ씨가 도구를 챙기러 들어가자 ㅂ씨는 ㄱ씨를 따라 들어가 폭행해 정신을 잃게한뒤 성폭행했다는 것이다.

ㄱ씨는 ㅂ씨를 유사강간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술자리에서 자신을 추행한 상사ㄴ씨와 ㄹ씨 등 2명과 성희롱을 한 ㄷ씨도 고소했다.

ㄱ씨는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한 ㄴ씨가 대내외적으로 활동이 왕성해 보복할 것이 두려워 신고를 못했었지만, ㅂ씨를 성폭행으로 고소하는 과정에 용기를 내 다른 상사와 선임들도 고소하게 됐다고 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포스코 남성 직원들은 성폭력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동료직원이 회식 자리 등에서 ㄱ씨의 허벅지등을 쓰다듬는 등 성추행을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언론에 폭로하고 나서면서 의혹은 더 짙어지고 있다.

이 동료직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회식때 허벅지 등을 쓰다듬는 것을 봤다”며 “(상사가) 노래방에서 몸을 밀착해 심하게 비볐고, ㄱ씨가 충격을 받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해당 부서 리더인 ㄴ씨의 보직을 해임하고, 피고소인 4명은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올 때 까지 업무에게 배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포스코 사측은 이번 사태가 커지는 것을 막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민주노총 포스코 지회에 따르면 여직원 성폭행사건과 관련해 첫 보도가 나온 20일 포스코 홍보담당자들이 포항MBC에 방문해 항의를 했다.

20일 MBC를 통해 성폭행 사건 사건이 보도되기 전인 20일 오후 피해자의 상사 ㅇ씨가 사실과 다른 제목이 나갈것 같다며 피해자ㄱ씨에게 제목을 수정해야한다고 압박하고 있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캡쳐=민주노총 포스코지회
20일 MBC를 통해 성폭행 사건 사건이 보도되기 전인 20일 오후 피해자의 상사 ㅇ씨가 사실과 다른 제목이 나갈것 같다며 피해자ㄱ씨에게 제목을 수정해야한다고 압박하고 있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캡쳐=민주노총 포스코지회

포스코 지회에 따르면 성폭행 사건 보도가 MBC를 통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자 피해자ㄱ씨의 다른 상사인 ㅇ씨는 20일 '포항MBC의 보도가 사실과 맞지 않다. 이런 것은 수정해야 하지 않겠냐'며 ㄱ씨를 압박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포스코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들은 본지의 관련 질의에도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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