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전국 유통·물류 버틸 기한 2∼3일 불과"
"현대차·기아 생산 유통 물류도 멈추게 할것"
파업 이틀째 충돌 심화..경찰, 15명 무더기 체포
시멘트,레미콘 이어 타이어 운송도 중단
평택,인천항 컨테이너 이동도 봉쇄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본부 관계자들이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본부 관계자들이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전면파업을 통해 전국 물류망을 뒤흔들고 있는 화물연대가 안전 운임제의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화물연대는 8일 정부가 대책마련보다는 탄압에 초점을 둔다면, 모든 물류 유통망을 멈춰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법대로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침성 발언을 이어받아 강경대응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화물연대의 핵심 요구인 '안전 운임제 일몰 폐지 및 확대'를 수용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파업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민간주도 자율'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와는 정면으로 충돌하는 측면이 강하다.  재계도 안전운임제가 시장경제 원리에 반한다며 강한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총파업 돌입 배경과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 요구사항을 설명했다.

화물연대는 유가급등으로 인해 화물운송 비용이 급상승하고 있는데도 화물운송료가 유지되고 있는 탓에, 유류비 증가분 만큼 화물 노동자의 소득이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화물 노동자의 월평균 순수입은 약 342만원이지만, 경유 가격 인상으로 100만∼300만원 가까이 지출이 증가하면 사실상 수입이 '0'에 가까워진다"며 "운행할수록 오히려 적자가 발생해 운송을 포기하는 화물 노동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리터(ℓ)당 2028원이다. 1년 전인 지난해 6월 평균(1374원)보다 47.6% 상승했다.

요소수 가격도 크게 올랐다. 전국 평균 요소수 가격은 ℓ당 1773원이다. 1년 전(900원)보다 97% 상승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정책을 내걸었지만, 화물노동자들이 받는 유가 보조금이 삭감되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 효과 역시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화물연대는 이번 총파업으로 전국 유통·물류 현장이 버틸 수 있는 기한이 대부분 2∼3일에 불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대화보다 탄압을 선택한다면, 투쟁수위를 높여 현대차·기아 화물차 생산라인과 유통 물류도 완벽하게 멈추게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화물연대는 2만5000명의 조합원 대다수가 운송을 멈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화물연대 조합원(2만2000명)의 약 34% 수준인 7500여명이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업무방행 등의 혐의로 파업 조합원들을 무더기로 검거하는 등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8시 30분경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서 공장으로 드나드는 화물차를 가로막은 혐의로 화물연대 조합원 15명을 무더기 체포했다.

화물연대는 화물 기사들의 최저임금제 격인 안전 운임제 일몰 조항 폐지와 확대 적용을 요구하며 전날 0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시작했다.

안전 운임제는 화물 기사가 낮은 운임 탓에 과로나 과속에 내몰려 사고를 내는 것을 줄이고자 2020년 도입된 제도다. 일몰 조항으로 인해 올해 연말 종료될 예정이다.

안전운임제가 유지되면 운송료가 연료비에 연동해 오르내리기 때문에 최근처럼 유가가 급등해도 화물 기사의 수입이 줄지 않는 장점이 있다.

화물연대와 시민·노동 단체들은 올해 말 종료될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폐지하는 등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8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인천항 신국제여객터미널 화물터미널 입구에서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 조합원들이 파업에 힘을 보태달라는 요청을 하기 위해 비조합원의 트럭을 멈춰 세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8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인천항 신국제여객터미널 화물터미널 입구에서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 조합원들이 파업에 힘을 보태달라는 요청을 하기 위해 비조합원의 트럭을 멈춰 세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국 물류 현장 곳곳에서는 경찰과  화물연대 조합원간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은 정부 방침에 따라 불법행위를 저지른 조합원들을 검거하는 등 강경하게 대처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8시 30분께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서 공장으로 드나드는 화물차량을 막아선 혐의로 화물연대 조합원 15명을 무더기 체포했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노조원 70여 명 중 경고 방송에도 불구하고 불법 집회를 계속한 15명을 검거했다.

부산항에서는 이날 오전 8시37분 경 화물연대 조합원 2명이 신항 삼거리 선전전 현장을 지나던 트레일러 2대의 진행을 막아서기도 했다. 경찰은 트레일러의 진행을 막고, 물병과 계란을 던진 2명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또 광주에서는 화물연대 광주지부 사무실과 인접한 하남산업단지 화물차고지에서 조합원과 경찰 간 산발적인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오전 8시 45분경 조합원 1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의왕 내륙컨테이너 기지(ICD)는 화물연대 조합원 300여 명에 의해 봉쇄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기지를 오가는 차량은 거의 없어 컨테이너 이동은 완전히 멈춘상태다.

인천항 일대에서도 화물연대의 파업이 지속되고 있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인천지역 화물운송 노동자 90% 이상이 총파업에 동참했다.

주요 물류 거점의 컨테이너 반출입량도 총파업 직전인 6일과 비교해 많이 감소하는 등 운송 차질이 현실화 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부산항 10개 터미널 장치율(컨테이너 보관능력 대비 실제 보관된 컨테이너 비율)은 7일 오후 기준 파업 전날(6일)보다 4%포인트가량 높은 73.7%를 기록했다.

또 파업 첫날인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부산항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1만9000여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집계됐다. 전날 반출입량인 2만5000여 TEU와 비교하면 6000TEU가 감소했다.

평택항은 사실상 컨테이너 이동이 멈췄다. 7일 평택항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68TEU로 집계됐다. 지난 한 달 하루 평균 반출입량 3010TEU와 비교하면 98% 줄어든 모습이다.

평택항과 인천항 등은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로 컨테이너 이동이 힘들어지는 것을 대비해 컨테이너를 쌓아둘수 있는 장치장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화주들이 급한 화물은 미리 처리해 현재 항만 운영에 큰 차질은 없다"면서도 "파업이 이어지면 화물 처리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어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

파업 첫날 운송이 멈춰선 시멘트,레미콘에 이어 타이어 수송도 아예 중단됐다.

한국타이어는 대전·금산공장에서 생산하는 타이어를 공장 밖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차량으로 타이어를 운반하고 있지만, 컨테이너를 사용할 수 없어 운송에 한계가 온 상황이다.

한국타이어 측은 물류운송이 전면 중단되면 하루 평균 90억원의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8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화물차들이 멈춰 서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화물자동차 안전 운임제 일몰 폐지 및 확대, 고유가에 따른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7일 0시부터 무기한·전면 총파업에 돌입했다. /연합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8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화물차들이 멈춰 서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화물자동차 안전 운임제 일몰 폐지 및 확대, 고유가에 따른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7일 0시부터 무기한·전면 총파업에 돌입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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