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안심운임" 무기한 파업 기세..정부 "법대로"
철강·시멘트·레미콘 업계, 사실상 제품 출하 중단
유통업계도 제품 운송 '빨간불'..삼성·LG전자 "상황 주시"

7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7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서영길·박소연·문기수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소속 화물차주들이 총파업에 돌입하며 산업계 전반에 걸쳐 ‘물류 대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물류난의 직접 영향권에 들지 않던 업계에도 여파가 미칠 것으로  관측되면서 각 기업마다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안심운임제 일몰 폐지 및 확대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는 강경 대응 방침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터여서 파업 사태 장기화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다만, 국토교통부는 아직은 파업 영향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 공장은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파업으로 시멘트 출하가 중단됐다. 유통 업계 역시 제품 운송에 차질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화물연대 이날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 집단운송 거부에 들어갔다. 화물연대는 이번 파업에서 2020년부터 시행에 들어간 ‘안전 운임제’ 폐지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안전 운임제는 화물 기사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로, '일몰제'인 관계로 올해 말 폐지 예정이다.

◆ 철강·시멘트·레미콘 출하 중단...피해액 '눈덩이'

철강·시멘트·레미콘 업계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사실상 제품 출하가 중단되며 피해액도 계속 커지는 상황이다.

철강 업계는 산업 현장으로 보내는 철근이나 자동차 공장으로 보내는 강판 등의 출하가 멈췄다. 현대제철의 경우 일일 출하량이 4만톤이지만 7일부로 모든 출하작업이 중단됐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철강제품 일일 출하량이 4만톤 정도인데 화물연대 파업으로 출하 자체가 일시적으로 중단됐다”며 “현재 해결책은 딱히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충북 단양(한일시멘트·성신양회)과 제천(아세아시멘트), 강원 영월(한일현대시멘트) 등 주요 내륙사 시멘트 공장은 화물연대의 점거로 시멘트 출하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쌍용C&E 관계자는 "전국 10곳이 넘는 시멘트 출하기지가 봉쇄되거나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출하를 위한 차량운행을 거부하며 출하가 중단된 상태"라며 "7일 총파업이 시작되기 이전인 새벽에 (시멘트가) 약간 출하됐고 그 이후로는 출하가 전혀 안되고 있다. 피해액은 당장 가늠할 수도 없다"고 했다.

시멘트 출하 중단에 레미콘 공장들도 영업이 모두 일시 중단됐다.  

시멘트를 받아 레미콘을 생산하는 한일시멘트는 6일 생산분을 출고한 이후 7일부터는 시멘트를 받을수 없어 레미콘 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일시멘트의 레미콘 1일 출하량은 2만톤가량이다.

유진기업·삼표 등 수도권 주요 레미콘사들도 자체 저장소를 통해 확보한 시멘트 재고가 1∼2일, 길어야 2∼3일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표산업 관계자는 “현재 피해 상황 등을 집계 중"이라고 했다.  

시멘트, 레미콘, 철강 운송이 줄줄이 막히며 건설현장도 비상이다. 앞으로 2∼3일은 버틸 수 있겠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레미콘 타설 등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화물연대 총파업을 하루 앞둔 6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이 가득 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을 하루 앞둔 6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이 가득 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 유통 업계, 운송 차질 우려에 ‘전전긍긍’

유통 현장도 제품 운송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 소주 업계 1위 하이트진로는 청주·이천공장이 위탁 운송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연대 조합원 130여명의 파업으로 생산과 배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2일 본격적인 파업 이후 지금까지 진입로를 막거나 경찰, 공장 직원 등과 무력으로 충돌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청주·이천공장이 소주 생산 물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물량 공급에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이트진로는 이천·청주·마산 세 곳의 공장에서 주류를 생산 중이다. 현재 마산공장만 정상적으로 생산·배송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하이트진로의 주류 생산량은 평상시 대비 59% 가량에 그치고 있다.

여타 주류업체들도 이번 화물연대 파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비맥주의 경우 여러 곳의 위탁 운송사와 계약을 맺고 주류 운송을 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180여 명의 화물차주 중 대부분이 화물연대에 소속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아직 운송에 차질은 없지만 혹시 몰라 이번 주말(4~5일)에 출하량을 평일 대비 대폭 늘렸다”며 “파업 추이를 지켜보며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용차 사용 등 별도의 대안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저희와 계약한 운송사에는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지금 당장 영향은 없겠지만 파업 자체가 길어지면 아무래도 화물차 구하기가 어려워지며 배송에 여파가 미칠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대형마트는 파업으로 인한 물류 운송에 당장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 전망하면서도 파업이 장기전으로 이어지면 직·간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유통 물류 쪽은 파업 여파 비중이 매우 작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파업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용차 수급 등으로 영향을 최소화 할 예정이다”고 했다.

롯데마트도 파업의 여파가 아직은 없지만 장기화 될 경우를 대비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발주량을 조절하는 등 제품 수급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 전자·정유 등 파업 직·간접 영향권 기업들도 대책마련 부심

전자, 화학, 정유 업계 등도 총파업 1일차인 현재 가시적인 영향은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TV, 냉장고, 세탁기 등의 대물가전 운송에 대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업을 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자 업계는 파업으로 인한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대물가전의 경우 공장에서 물류거점으로 제품 운송시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을 보고 있다”고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물류거점에) 어느 정도 재고 물량은 항시 유지하고 있어서 당장은 문제가 없겠지만 파업이 장기화 됐을때는 운송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LG화학 등 정유·화학 업계 역시 아직까지 파업에 따른 영향은 없지만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다행히 피해가 크게 없다. 제품 출하 등 미리 할 수 있는 부분들은 파업 전에 조금씩 미리 이동시키고 출하를 했다"고 말했다.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자사 및 고객사 공장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사전 출하 및 공급 등을 통해 물량 차질이 없도록 대비를 해둔 상태다"며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모든 업계 전반의 화물·운송 차질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총파업을 하루 앞둔 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부화물터미널에 화물 차량이 주차돼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총파업을 하루 앞둔 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부화물터미널에 화물 차량이 주차돼 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 부산, 인천, 경남 등 전국 12개 지역에서 지역본부별로 파업 출정식을 개최한 데 이어 오후에는 충남, 제주 등 지역에서 집회를 열었다. 오전 출정식에는 화물연대 조합원(2만2000명)의 약 37% 수준인 82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국토부는 추산했다.

국토부는 "주요 화주와 운송업체들이 집단운송 거부에 대비해 상당수 물류는 사전 운송조치가 이뤄졌고 항만 등 주요 물류거점의 상황을 고려하면 아직까지는 전국적인 물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12개 항만은 모두 정상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항만별 컨테이너 장치율(항만의 컨테이너 보관능력 대비 실제 보관된 컨테이너 비율)은 68.1%로, 평시(65.8%)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이날 물류 현장 곳곳에서는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사태 장기화시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파업 참여자들의 운송방해행위와 물리적 충돌 등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주요 물류거점에 경찰력 배치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정당한 집회 등은 보장하겠지만 정상 운행차량의 운송을 방해하는 등 행위에 대해서는 경찰과 협조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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