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회 칸국제영화제 송강호 남우주연상, 박찬욱 감독상 수상
2019년 '기생충' 황금종려상 이어 한 대회서 두명 수상 '기염'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송강호./AP연합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송강호./AP연합

 

[포쓰저널] 28일(현지시간) 폐막한 제75회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 '헤어질 결심'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영화 '브로커' 주연 배우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각각 수상했다.

한국영화는 칸영화제에서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데 이어 3년 만에 본상에서 두 명의 수상자를 배출하면서 세계 영화무대에서 확실한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다른 작품으로 2개의 트로피를 동시에 거머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배우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것도 처음이다. 여우주연상은 2007년 '밀양'의 전도연이 수상한 바 있다. 

박 감독은 2004년 '올드 보이'로 심사위원대상,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울 받은 데 이어 칸 영화제 세번째 트로피를 받았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송강호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옆자리에 앉아 있다 일어선 강동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차례로 포옹했다. 

무대에 오른 송강호는 불어로 "메르시 보꾸(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뒤 "너무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위대한 예술가 고레에다 감독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객석에 앉은 고레에다 감독은 엄지를 치켜들어 보이며 축하했다.

송강호는 "(함께 출연한)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 배두나씨에게 깊은 감사와 영광을 나누고 싶다"며 "같이 온 사랑하는 가족에게 큰 선물이 된 것 같다. 이 트로피의 영광을, 영원한 사랑을 바친다"고 했다.

이어 "끝으로 수많은 영화 팬들에게 이 영광을 바친다"고 했다.

아시아 배우가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화양연화'(2000) 량차오웨이(양조위), '아무도 모른다'(2007) 야기라 유야에 이어 세 번째다.

그는 '브로커'에서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기들을 훔쳐다 아이가 필요한 부부에게 판매하는 상현 역을 맡았다.

송강호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섬세한 감정 표현이 두드러진 캐릭터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로이터연합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로이터연합

 

박찬욱 감독도 수상자로 호명되자 송강호 쪽으로 와 포옹을 나눴으며, 이지은과 이주영은 환히 웃으며 축하 박수를 보냈다.

박 감독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온 인류가 국경을 높이 올릴 때도 있었지만, 단일한 공포와 근심을 공유할 수 있었다"며 "영화와 극장에 손님이 끊어지는 시기가 있었지만, 그만큼 극장이라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 모두가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이 역병을 이겨낼 희망과 힘을 가진 것처럼 우리 영화도, 우리 영화인들도 영화관을 지키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내리라고 믿는다"고 했다.

박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드는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CJ ENM과 이미경 CJ 부회장, 정서경 각본가를 비롯한 많은 크루(제작진)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무엇보다도 박해일 그리고 탕웨이, 두 사람에게 보내는 저의 사랑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고 했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선보인 장편 한국 영화다. 변사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멜로 스릴러로, 촘촘한 심리 묘사를 통해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23일 칸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영화제 소식지 스크린 데일리에서 경쟁 부문 작품 가운데 최고점인 3.2점을 받으며 강력한 황금종려상 후보로 떠오르기도 했다.

박 감독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박 감독은 '올드보이'(2004) 이후 18년 만에 감독상까지 거머쥐게 됐다.

앞서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박쥐'(2009)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아가씨'(2016)는 경쟁 부문 상을 받는 데는 실패했으나 류성희 미술감독이 촬영, 편집, 미술, 음향 등을 통틀어 뛰어난 성취를 보인 기술 아티스트에게 주는 상인 벌칸상을 받았다.

한편, '브로커'는 시상식에 앞서 비공식상인 애큐메니컬 부문을 수상했다. 인간 존재를 깊이 있게 성찰한 예술적 성취가 돋보이는 영화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는 데뷔 영화에 주는 황금카메라상 수상이 불발됐다. 단편 경쟁 부문에 오른 문수진 감독의 애니메이션 '각질'도 수상에는 실패했다.

이번 영화제 황금종려상은 스웨덴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슬픔의 삼각형'(TRIANGLE OF SADNESS)에 돌아갔다.

'슬픔의 삼각형'은 부유한 모델 커플이 호화 유람선에 초대됐다가 좌초되고, 유일하게 낚시를 할 줄 아는 청소부를 정점으로 계급관계가 역전된다는 내용의 작품이다. 자본주의와 문화예술계의 계급성을 날카롭게 풍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48세인 스웨덴 출신의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2017년 '더 스퀘어'에 이어 5년 만에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한국영화가 경쟁 부문에서 트로피 두 개를 차지하고 이란 배우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가 여우주연상을, 중국 감독 지안잉 첸이 단편 황금종려상을 받는 등 아시아 영화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는 알리 아바시 감독의 '홀리 스파이더'에서 성매매 여성을 살해한 가부장적 남성을 추적하는 라히미 역할을 맡았다

75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한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AFP연합뉴스
75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한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AFP연합뉴스

 

다음은 75회 칸국제영화제 수상작 및 수상자

▲ 황금종려상 = '슬픔의 삼각형'(TRIANGLE OF SADNESS)(루벤 외스틀룬드 감독, 스웨덴)

▲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 = '클로즈'(CLOSE)(루카스 돈트 감독, 벨기에·프랑스·네덜란드), '스타스 앳 눈'(STARS AT NOON)(클레어 드니 감독, 프랑스)

▲ 감독상 = 박찬욱 감독('헤어질 결심', 한국)

▲ 각본상 = '보이 프롬 헤븐'(BOY FROM HEAVEN)(타릭 살레 감독, 스웨덴·프랑스·핀란드·덴마크)

▲ 남우주연상 = 송강호('브로커', 한국)

▲ 여우주연상 =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홀리 스파이더', 이란)

▲ 심사위원상 = '디 에이트 마운틴스'(THE EIGHT MOUNTAINS)(펠릭스 반 그뢰닝엔·샤를로트 반더미르히 감독, 이탈리아·벨기에·프랑스), '이오'(EO)(제르지 스콜리모우스키 감독, 폴란드·이탈리아)

▲ 75주년 특별상 = 다르덴 형제 감독('토리와 로키타', 벨기에)
▲ 단편 황금종려상 = '더 워터 머머스'(THE WATER MURMURS)(지안잉 첸 감독, 중국)

▲ 황금카메라상 = 워 포니(WAR PONY)(라일리 키오·지나 가멜 감독, 미국)

▲ 황금카메라상 특별언급상 = '플랜 75'(PLAN 75)(하야카와 치에 감독, 일본·프랑스·필리핀)

▲ 단편 특별언급상 = '로리'(LORI)(아비나쉬 비크람 샤하 감독, 네팔)

▲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 = '더 워스트 원스'(THE WORST ONES)(리즈 아코카·로만느 귀레 감독, 프랑스)

▲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 = '조이랜드'(JOYLAND)(사임 사디크 감독, 파키스탄)

▲ 주목할 만한 시선 감독상 = '메트로놈'(METRONOM)(알렉산드루 벨크 감독, 루마니아·프랑스)

▲ 주목할 만한 시선 각본상 = '메디터레이니언 피버'(MEDITERRANEAN FEVER)(마하 하즈 감독, 팔레스타인·독일·프랑스·사이프러스·카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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