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참여하고 대만은 빠져..윤 대통령 화상으로 참석
반도체 등 공급망 싸고 미중 대치 심화..한국 '불똥' 우려

23일 일본 도쿄 이즈미 가든 갤러리에서 열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화상 회의가 열리고 있다./로이터연합
23일 일본 도쿄 이즈미 가든 갤러리에서 열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화상 회의가 열리고 있다./로이터연합

 

[포쓰저널] 미국의 새로운 아시아 전략 프레임이자 다자 경제협력체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23일 공식 출범했다.

중국은 IPEF의 목적이 중국 포위 시도고 인태 지역 국가를 미국 패권의 앞잡이로 삼으려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IPEF가 반도체, 배터리, 차세대 통신 등 핵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주요 당사국인 한국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일본 도쿄에서 '번영을 위한 IPEF' 출범 행사를 주재하고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바이든 미 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안보·군사 분야뿐 아니라 동맹과 '경제 포위망'을 구축해 중국을 전방위로 압박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IPEF는 중국이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하는 등 인도·태평양의 경제 영토 확장에 나서며 영향력을 키우는 데 대해 미국이 내놓은 '맞불' 성격이다.

IPEF 구성을 위한 미국의 움직임에 그간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한 터라 이날 선언으로 대립각이 날카로와 지던 미중간 긴장이 더욱 첨예해질 전망이다.

출범 선언은 작년 10월 바이든 대통령이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화상으로 참석해 IPEF 추진 의사를 밝힌 지 7개월 만에 내놓은 결과물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사전 언론 브리핑에서 IPEF에 인도·태평양 지역의 13개 국가가 참여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인도가 이름을 올렸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 중에는 브루나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태국·베트남 등 7개국이 참여했다. 

당초 참여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던 인도가 포함되고, 대만이 빠진 것이 눈에 띄었다.

아세안국가 중에서도 중국과의 관계가 돈독한 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 등은 빠졌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IPEF 참여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전 세계의 40%를 차지한다"며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역동적인 국가들이 포함돼 있다"고 평가했다.

IPEF는 기존의 일반적 무역 협정에서 핵심적으로 다루는 관세 인하 등 시장접근 분야가 제외됐다. 

대신 ▲글로벌 무역 ▲공급망 ▲탈탄소·인프라 ▲탈세·부패 방지 등 4대 의제에 집중한다는 점이 다르다.

미국은 이른 시일 내에 장관급 회의를 소집해 IPEF 운영방식과 분야별 의제를 더욱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명분으로 분야별 표준 설정이나 협력 방안을 모색하면서 강압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중국의 통상·경제 관행을 집중적으로 겨냥하는 등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반도체·배터리 등의 핵심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역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것이 미국의 목표로 분석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일정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중요하게 포함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들 분야는 한국이 강점을 지니면서도 중국과 경쟁하는 산업이어서 논의 추이에 따라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러몬도 장관은 "IPEF 출범이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경제적 리더십을 회복하고 중국의 접근법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인도·태평양에서 강한 영향력을 가진 중국의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아세안을 적극적으로 유인하기 위해 필요한 관세 인하 등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아직은 4대 의제를 마련한 초기 수준으로 구체성이 떨어지는 만큼 IPEF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할지 등 향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앞으로 몇 주, 몇 달간 논의를 거쳐 각국이 약속하고 서명할 내용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IPEF 출범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13개국 정상급 인사 중 5번째로 발언했다.

윤 대통령은 "IPEF가 개방성·포용성·투명성 원칙하에 추진되길 기대한다"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공동 번영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해 함께 힘을 모으자. 한국도 굳건한 연대를 바탕으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빠른 성장과 발전을 이뤄냈다. 한국은 IPEF가 포괄하는 모든 분야에서 이러한 경험을 나누고 협력할 것"이라면서 "공급망 강화, 디지털 전환, 청정에너지·탈탄소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미국 등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IPEF에 대해 강한 반감을 발신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광둥성 광저우에서 열린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 제78회 연차총회 화상회의에서 "아태 지역은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면서 "아태 지역에 어떠한 군사 집단과 진영 대결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분명하게 거부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아태 지역의 평화와 번영은 이 지역의 운명뿐 아니라 세계의 미래와도 직결된다"면서 "역사를 거울삼아 아태 운명공동체 구축과 아태 협력의 새 장을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화와 안정을 흔들림 없이 수호하고,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견고하게 지킬 것"이라며 "또 경제 발전을 위해 힘을 합치고, 아태 자유무역구 건립과 개방형 아태 경제와 세계 경제 건설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왕 부장은 전날 광저우에서 열린 중국-파키스탄 외무장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도 IPEF에 대해 "분열과 대항을 만드는 도모에는 반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왕 부장은 또 한미 정상회담 계기에 재부각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서도 "자유와 개방의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패거리를 지어 소그룹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목적은 중국 포위 시도이며, 아태 지역 국가를 미국 패권의 앞잡이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개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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