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삼성, 문형표 홍완성 통해 합병 찬성 유도”
李측 “대법도 국민연금 찬성 행위 자체는 무죄 판시"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외압을 행사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유죄판결을 두고 삼성측과 검찰이 상반된 입장을 내세우며 대립했다.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이 국정농단 당시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을 통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유도했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이 부회장 측은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행위 자체에는 위법성이 없었고, 국민연금이 피해를 입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박사랑·박정길)는 14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전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장충기 차장·김종중 전략팀장·이왕익 전략1팀 임원·김용관 전략1팀 임원, 삼성물산 최치훈 이사회 의장·이영호 전 건설부문 대표·김신 전 상사부문 대표,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전 대표·김동중 전무 등 삼성 전·현직 임원 11명에 대한 41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국민연금 기금감사본부 정모 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차장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에 찬성하게 된 경위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이듬해 7월 ‘삼성물산 합병 업무처리 적정성 점검결과보고서’ 제목의 보고서를 작성한 인물이다.
검찰은 정 차장이 이날 대법원에서 유죄확정을 받은 문형표 전 장관이나 홍완선 전 본부장 등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국민연금 투자팀에 압력을 행사할 당시 의심스러운 정황을 사전에 포착하고 이를 보고서에 담았다는데 주목했다.
검찰은 정 차장의 보고서에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할 당시 ▲1차 의견을 내야할 기금운용본부 산하 책임투자팀이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은 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결권 행사 안건이 외부 위원들이 논의하는 전문위원회에서 다뤄야할 정도의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내부에서 진행되는 투자위원회에서 처리된 점 ▲투자위원회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안건에 대한 표결을 진행 할 당시 평소와 달리 준법감시인이 퇴장하는 모습이 보인 점 ▲리서치팀 소속 위원들이 구체적인 근거 없이 양사의 합병시너지만을 내세우며 합병 긍정적인 의견을 강조한 점 등이 담겼다고 지적했다.
당시 정 차장은 이 같은 의견을 바탕으로 좀 더 구체적인 감사가 필요하다고 국민연금 상부에 보고했다.
검찰은 이같은 정황은 이날 대법원이 배포한 문형표 전 장관과 홍완선 전 본부장의 유죄확정 관련 보도자료에도 적시됐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보도자료를 보면 문 전 장관은 홍 전 본부장으로 하여금 이 사건 합병 안건을 전문위원회가 아닌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게 하도록 한 부분이 유죄로 확정됐다.
홍 전 본부장은 ▲공정한 절차에 의한 투자위원회 회의를 거쳐 반대의결을 하거나 전문위원회에 부의하는 등으로 합병비율 개선을 요구할수 있었음에도 이를 아니한 점 ▲투자위원회 일부 위원에게 찬성을 권유하고, 리서치팀 팀장을 통해 조작된 합병시너지 수치를 설명하는 방법으로 찬성의결을 유도한 점이 유죄로 인정됐다.
이 부회장 측 역시 문 전 장관과 전 본부장에 대한 유죄 선고 보도자료를 인용해 반박했다.
이 부회장 측은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에 대한 공소사실과 달리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찬성한 행위 그 자체는 임무위배행위로 불인정 됐으며 ▲적정 합병비율과 이 사건 합병비율 간 차이로 인해 국민연금이 1452억원 이상의 손해를 입게됐다는 부분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반박했다.
이 부회장 측은 정 차장이 작성한 보고서에도 합병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적혀있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차장이 2017년 1월3일 작성한 ‘삼성물산 합병 관련 전담조사반 운영결과 보고서’에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투자위원회 결정이 절차 위반이라고 보기 어려움’이라는 보고 결과가 적혀있다.
이에 대해 정 차장은 “감사 당시 인원과 시간에 제한이 있어서 의혹이 된 부분을 모두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증언했다.
다음기일은 21일 오전 10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