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위원장 '언론 혐오' 성향에 4차위 성과마저 가려져

2017년 10월11일 서울 상암동 에스플렉스센터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장병규 위원장(오른쪽)이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
2017년 10월11일 서울 상암동 에스플렉스센터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장병규 위원장(오른쪽)이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

 

[포쓰저널]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4차산업혁명 관련 에피소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의 아바타 분신을 선보였고, 새로운물결 김동연 예비후보는 인공지능(AI) 대변인을 1호 영업인재로 소개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과학기술' 진흥를 통한 4차산업 초일류 기업 양성을 주축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성공 여부가 대한민국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관건이 된 건 이미  오래 전 일이다. 

그런데도 야권 후보들이 새삼스레 일제히 4차산업혁명을 집중 거론하며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만들려고 하는 건 무슨 까닭일까. 

문재인 대통령도 4년여 전 취임 직후부터 4차산업혁명을 집중 강조했다. '인간중심 경제'의 핵심 과제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제시하고 4차산업 진흥에서 해법을 찾고자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라는 거창한 이름의 기구도 이런 분위기에 만들어졌다.

위원회는 문 대통령 취임 4개월만에 서둘러 출범하며 좋은 일자리 무더기 창출을 기약했다.
 
4년이 지난 현재, 이 위원회를 아는 사람은 주위에 그닥 많지 않다.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들어본 듯한데 뭐하는 곳인 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기업이나 산업계에 있는 전문가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일이 없기 때문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다. 

위원회 누리집에 들어가보면 데이터, 스마트도시, 디지털 헬스케어, 인공지능 등 위원회가 했거나 추진중인 일들이 잔뜩 열거돼 있다.

양질 일자리 창출도 어느정도는 성과를 냈다. 통계청이 7일 발표한 일자리행정통계를 보면 컴퓨터프로그래밍 등 정보통신업 일자리는 지난해에만 9만7천개가 신규로 생겼다.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 등 제조업에서도 1년간 4만5천개의 새 일자리가 마련됐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잘 알려져있지 않다. 되레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과 함께 양질 일자리 창출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왜 그럴까. 의문이 조금은 풀릴 수 있는 말을 최근 들었다. 

어느 조직이든 초대 사령탑이 누구냐에 따라 전체 조직의 성향과 색깔이 결정되는 경향이 강하다.

4차산업혁명위의 초대 위원장은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이다. 국무총리도 당연직 공동위원장지만 민간 출신인 장 의장이 조직을 실질적으로 대표했다.

그는 2017년 9월부터 2020년 2월까지 꽤 긴 기간 이 위원회를 이끌었다.

그 무렵 장 의장은 크래프톤 내부 관계자에게 "언론이 어떻게 평가하든지 나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미디어트레이닝이 돼있어 비판적인 기사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언론사 기자가 자신에게 파란색 기사(우호적 기사)를 보여주길래 반응하지 않았더니 이번엔 빨간색 기사(비우호적 기사)를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자신은 결국 아무 신경도 쓰지 않았다고 자랑스레 말했다고도 한다.

이 회사를 대외적으로 대변하는 민승기 커뮤니케이션 실장의 전언이니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일종의 언론 혐오 내지 매체 포비아 증상인데, 이는 현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드문 일은 아니다. 민주당 정부에 실패를 잉태시킨 핵심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권력자의 폐쇄적 언론관은 여론의 실패로 이어지고 이는 무슨 일에서건 국민적 불신과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환경을 조성한다. 열린 사회에서 국민 성원없이 성공할 수 있는 정치, 정책은 없다.

특히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기관의 수장이 이런 증상을 갖고 있으면 일이 심각해진다. 아무리 성과를 내도 조직 전체가 일순간에 도매값으로 매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이런 증상은 늘공(직업 공무원)에게 흔하고 기업 출신 어공(어쩌다 공무원)들 사이에선 상대적으로 빈도가 낮다. 장 의장은 기업인 출신이지만 늘공과 같은 언론관을 갖고 있는, 드문 사례인 셈이다.

장 의장의 이런 태도는 궁극적으로 그의 한국 시장 경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말도 있다. 그의 분신인 크래프톤의 매출 구조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크래프톤  매출 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채 안된다. 올해 경우 3분기까지 총매출이 1조4423억원인데, 한국 매출은 872억원, 즉 6%에 불과하다. 중국 등 여타 아시아국가 매출이 88%에 달한다. 텐센트 등에 게임 유통을 의존하는 영향이다. 

배틀그라운드라는 히트작을 낸 게임회사 창업주로서 장 의장이 AI, 빅데이타 등에 전문가적 식견을 보유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행정가로서는 수준 이하 였던 것으로 보인다.

장 의장이 성과 자체 못지 않게 이를 알리는 작업과 이를 통해 국민적 관심, 역량을 집중시키는 일도 중요하다는 걸  재대로 인지했다면 문재인 정부의 실패담도 그만큼 줄었을텐데 안타까울 뿐이다.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