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윤종원 기업은행장 퇴근 때만 되면 시위 소리가 크다고 신고를 한다. 경찰이 출동해 소리를 줄이고 나면, 그 틈에 퇴근한다.”

디스커버리펀드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로 홍역을 앓고 있는 윤 행장은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그저 불편하기만 하다.

지난해 초 윤 행장 취임 당시 “단기 실적에 집착해 신뢰를 잃어선 안 된다. 고객 입장에서 불리한 제도는 과감히 개선하고 금융상품 판매 위험 관리에 있어서 고객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며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은행을 만들겠다는 취지의 발언은 그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다.

고객 신뢰는 온데간데없고,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없으니 불편한 상황이 개선될 리 없다.

심지어 기업은행은 ‘원금 100% 반환’을 요구하며 시위를 해온 디스커버리펀드 사기 피해 대책위원회(대책위)를 상대로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했다.

기업이 집회·시위자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 첫 사례는 아니지만, 불법적인 행위없이 정당한 방법을 통한 시위 자체를 막으려는 시도는 처음이다.

앞서 삼성생명도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를 상대로 집회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바 있다. 당시 보암모 회원들은 신고없이 항의 시위를 하는가 하면, 삼성생명 서초사옥 2층 고객센터를 불법으로 점거해 농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대책위 측의 시위에 불법성이 없었음에도 시위 자체가 단순히 ‘불쾌하다’는 이유로 가처분을 신청했다.

기업은행 측은 장례식으로 인식될 수 있는 행위를 하거나, 음향 증폭 장치를 이용해 장송곡 등 음악을 틀거나, 톱이나 야구방망이 등 흉기를 진열하는 행위 등을 문제 삼고 있다.

대책위 측은 이 과정에서 불법적인 요소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대책위는 “모든 시위는 합법적인 신고 절차를 거쳤고, 정당한 방식으로 진행해왔다”며 “은행 측이 피해자들의 요구를 귀담아듣지 않아 강력한 의지 표명을 위해 소복을 입거나, 장례를 형상화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했으나 불법적인 요소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표현의 자유인 시위 마저 문제 삼아 금지하려는 것은 피해고객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최소한의 항의 마저 입맛에 맞게 길들이겠다는 오만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뒤늦게 가처분 신청 소식을 알게 된 대책위가 양측간 3차 간담회 자리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양보안을 냈음에도 기업은행의 태도는 극히 미온적이었다.

대책위는 “기업은행은 ‘시위를 중단할 테니 윤 행장을 만나게 해달라’는 양보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그간 윤 행장의 행보로 볼 때,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려고 할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펀드 피해자들이 꾸준히 윤 행장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윤 행장은 지난해 6월 단 한 차례 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로 1년 6개월 가까이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있다.

당시 피해자들과의 직접 접촉에서도 윤 행장은 대책위 요구안을 모두 거절, 일체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고 오히려 책상을 치고 언성을 높이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만 보였다.

피해자들이 윤 행장에 서면으로 질의서와 요구 사항을 마련해 제출하고, 윤 행장이 직접 나서 대답해 줄 것으로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기업은행은 윤 행장의 직접 설명이 어려울 경우 김성태 전무(디스커버리펀드 TF단장·수석부행장)가 대신 설명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결국 윤 행장이 직접 나설 가능성이 지극히 낮은 셈이다.

피해자들의 ‘원금 100% 반환’ 요구는 현실적인 문제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더라도, 한 은행의 수장으로서 한때는 고객이었던 펀드 피해자들을 이처럼 외면하고, 회피하는 작금의 윤 행장의 행태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윤 행장의 입장에선 디스커버리 펀드가 판매되고 한참 뒤에 기업은행장에 취임했기 때문에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해 소비자 신뢰를 제고하고 사태를 해결하는 것은 윤 행장에게 떨어진 과제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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