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광 블록체인거버넌스위원회 의장

 

지난 23일(미국 현지시간 22일) 짤막한 외신 하나가 주말 내내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국내 대표적인 프로젝트라 할 수 있는 루나(LUNA)를 발행한 테라폼랩스(Terraform Labs)와 공동창업자에 대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개소환과 테라측의 SEC를 상대로 한 관할권 부재 소송 때문이었다. 

국내 프로젝트라고 하여 글로벌 규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국내 규제가 없거나 미비하다고 안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언제라도 하버룰(Harbor Rule)을 주장하는 미국 금융당국에 의해 소환될 수 있고 처벌될 위험이 상존한다. 그동안 루나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던 것은 국내 프로젝트들 중에서 SEC의 주목을 받을 만한 프로젝트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글로벌 상황을 고려하여 가상자산 거래소 뿐만 아니라 코인에 대한 규제도 한시바삐 설계해야 한다.

가상자산의 법제도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역시 증권형 코인과 비증권형 코인에 대한 규제설계(Regulatory Framework)를 어떻게 할 것인지 문제다. 이런 내용은 제가 의장으로 있는 블록체인거버넌스위원회에서 오래 전부터 주장해 왔으나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이 아직 받아 들여지지 않고 있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4개 거래소 신고가 마무리되었으나 업비트와 코빗을 제외하고 빗썸과 코인원은 아직 신고가 수리되지 않고 있다. 물론 특금법에 따른 신고요건을 갖추었으므로 신고를 수리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에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이미 지난 기고에서 지적했듯이 꼭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상장 코인들에 대한 처리문제다. 업비트를 포함해서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 중 국내 코인은 대다수 증권형으로 분류된다. 국외 코인 중에서도 리플사의 XRP 같은 경우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법원에 소를 제기해 놓았기 때문에 우리 거래소들도 코인베이스와 같이 상장폐지가 필요한지 검토해야 한다.

사실 지난 주말 외신으로 전해 진 루나((LUNA)를 발행한 테라랩(Terraform Labs, TFL)과 공동 창업자인 권도형에 대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공개소환과 테라랩과 권도형의 SEC를 상대로 미연방법원에 제기한 관할권 부재소송은 국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일단 주목할 점은 SEC가 루나(LUNA)의 디파이 프로젝트(DeFi)인 미러 프로토콜(Mirror Protocol)이 미국 증권거래법을 위반한 것으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리고 공개 소환에 나섰다는 점이다. 
 

Mirror Protocol의 경우 애플(AAPL) , 테슬라(TSLA)등 개별 주식(증권)을 실물을 가지지 않고도 합성코인을 이용하여 누구나 쉽게 거래할 수 있는 디파이 프로토콜(DeFi Protocol)이다. 합성자산(mAssets)을 생성하고자 하는 경우(the creation of synthetic assets called Mirrored Assets, mAssets), 발행하고자 하는 합성자산(mAssets)의 150%에 이르는 스테이블 코인을 기초자산으로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루나(LUNA) 프로젝트는 XRP와 달리 증권형 여부 자체를 다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테라랩이 SEC를 대상으로 다투고 있는 내용도 수정헌법 제14조의 적법절차 조항에 근거하여 주소지와 거주지가 한국이라는 점, 뉴욕에서 열리는 컨퍼런스 현장에서 소환통지를 하였다고 하여 미국 연방법원이나 SEC에 관할권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 SEC의 요청으로 지난 5월부터 Mirror Protocol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 신뢰에 반하여 갑작스럽게 소환이 있었다는 점을 다투고 있다.

상장 코인들에 대한 분석 결과 이미 기고한 코인 외에도 대부분 국내 프로젝트들이 증권형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는 어떤 규제설계도 생태계를 살리지 못할 것이다. 우리 위원회가 2018년에 이미 제안한 대로 증권형에 대한 규제설계를 하고 이를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오히려 자본시장법상 증권형 코인(security token)에 해당하는 프로젝트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증권형 코인은 자산을 기초로 발행되기 때문에 일종의 자산유동화증권(ABS)과 같고 자본조달형으로도 설계하는 경우 주식이나 채권을 대체할 수 있다. 즉 주식이나 부동산, 채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코인을 발행하여 홀더들을 모집하고 이후 상장하고 거래할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자본시장법관련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증권형 코인 발행과 공개(STO)가 활발하게 되면 다양한 자산에 대한 개인 소액 투자가 가능하게 되어 금융시장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부동산의 경우도 대형 금융기관이나 펀드의 전유물이었으나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십시일반 투자할 수 있게 되고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증권형 코인의 발행과 공개(STO)에 대해서는 2018년 STO를 활성화할 수 있는 규제설계 방안인 ⟨증권형 코인 발행과 공개 매뉴얼⟩을 발표한 바 있다. 

STO의 법적성격과 종류/ 출처= 블록체인거버넌스위원회
STO의 법적성격과 종류/ 출처= 블록체인거버넌스위원회

현재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대다수 코인의 발행자들은 상장코인이 기능상 유틸리티라거나 화폐형이기 때문에 증권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백서(whitepaper)와 사용성에 대해 검토하면  디지털 쓰레기에 불과한 코인이 태반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거래소에서 증권형 코인의 상장폐지시 투자자 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간을 두고 증권형에 대한 경고가 있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거래소와 발행자들이 일부 책임을 져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상장폐지와 관련된 모든 책임을 투자자들에게 돌리고 거래소와 발행자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수익은 향유하되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모럴헤저드가 발생한다. 수익이 책임과 함께 평가될 때만이 시장(Invisible Hand)이 제기능을 한다.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설계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인터넷을 갈라파고스를 만들었던 공인인증서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이나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존재 자체가 국경이 없는 디지탈 세계이고 가상의 세계다. 이를 굳이 현실 세계로 소환하여 우리나라 프로젝트만 갈라파고스로 만드는 것은 안된다. 이런 규제는 모든 혁신을 와해시키고 혁신과 성장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정치적 아젠다로 소비하게 만들 뿐이다. 명심해야 할 단 하나의 교훈이다. 2004년 공인인증서 규제 하나로 인하여 인터넷 비즈니스모델의 대부분을 창출한 우리나라가 인터넷 비즈니스 열등국이 된 뼈아픈 경험을 잊어서는 안된다. 나아가 성급한 업권법의 입법이 바로 잘못된 규제로 가는 급행열차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본 위원회는 국회 정책전문가 회의를 통하여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회와 금융당국이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가상자산 거래소에 알맞는 규체를 설계(Regulatory Framework)할 수 있도록 코인의 상장 사례분석 백서 등 관련 자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 원화 거래가 가능한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 상장되어 있는 코인과 그 상장과정을 당사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일부 거래소(업비트 등) 요청에 따라 사전에 ‘사실확인 체크리스트’를 받아 볼 계획이다(본 위원회는 이와 관련하여 지난 9월 28일 예상되는 질문체크리스트를 업비트와 빗썸 측에 보냈으나 빗썸은 답을 하기가 곤란한 상황이라는 답신을 보내 왔으나 기사내용에 대해 수정 등 요청을 했었던 업비트는 아직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이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직접 인터뷰도 진행할 예정이다. 본 위원회가 아니면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는가. 

글쓴이: 배재광 블록체인거버넌스위원회 의장(인스타페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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