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광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신고 문제로 인하여 연일 시끄럽다. 오는 24일까지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금융위원회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실명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갖추어 신고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블록체인 혹은 코인관련 생태계에서 존재하는 유일한(?) 비즈니스 모델은 거래소다. 아이러니 하게도 최초의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비트코인은 온라인에서 제3자 개입없이 당사자간의 지불결제를 위한 용도로 설계되었다. 화폐의 기능 중 가치저장 수단보다는 거래의 매개체(a means of payment)로서 기능을 중심으로 설계된 것이다(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 참조).

인터넷을 발명하고 초기 거비넌스를 설계한 사람들은 인터넷이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를 줄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설계했다.  그렇지만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로서의 기능은 평등할 수 있지만 가치와 이를 돈으로 환산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는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같은 독점적인 기업들의 몫이 상대적으로 압도적이다. 즉 개인들이 생산하는 정보가 결국에는 독점기업들의 돈벌이가 될 수 밖에 없는 불평등한 구조인 것이다. 블록체인은 분산원장기술(Distribute Ledge Technology)로서 인터넷의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인터넷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는 처음 설계할 당시 블록을 생성하는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노드(node)에게 주어지는 인센티브로서 비트코인과 거래수수료(Transaction fee)를 제공했으며, 이렇게 채굴된 비트코인은 화폐로서 가맹점에서 지불결제수단으로 사용되도록 설계되었다. 비트코인을 직접적으로 통화(fiat)와 교환하는 장치는 설계되지 않았다. 그러나 금이나 일국의 통화가 다른 통화로 교환될 수 있듯이 비트코인이 또다른 화폐인 통화로 교환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혹은 암호자산, 암호화폐 등)을 통화와 집중적으로 교환해 주는 거래소의 탄생은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다만, 통화(fiat)를 포함한 모든 화폐가 그렇듯이 가상자산(암호화폐)을 다른 자산, 혹은 다른 화폐나 통화로 교환하고자 하는 것이 이를 설계하는 첫번째 목적이 될 수 없다. 만약 그런 목적으로 설계된 가상자산(암호화폐)이 있담녀 사실 가상자산에 대한 일각의 비판처럼 무가치한 일일 수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실제 기능을 면밀히 분석해서 교환의 매개체나 가치저장 수단 등 화폐로서의 기능이 없는 가상자산을 다른 화폐인 통화(fiat)로 교환거래를 매개하는 것을 주된 업으로 한다면 이는 가상자산에 대한 비판자들의 주요논거를 인정하는 꼴이 되어 거래소의 존재 자체가 부정될 수 있다. 나아가서는 전체 블록체인, 코인생태계 자체가 존립의 근거를 상실할 수도 있는 중차대한 문제다.

가상자산 중 투자기능을 하는 증권형 가상자산(securities token)의 경우 그 표창하거나 담보하는 가치가 분명하게 존재한다. 미래에 대한 가치증대의 기대도 있을 뿐 아니라 가상자산이 담보하는 자산(backed securitiy)의 거래를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도, 법정화폐와 같은 통화권의 제한을 받지 않고, 소규모 다수 글로벌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기능적인 면에서도 그 유효성을 인정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코인 자체를 객관적 가치를 표창하는 수단으로 거래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증권 등)이므로 자본시장법(증권거래법)의 규제를 받게 되고 이를 위한 거래소 설립과 운영을 위해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자본시장법 소정의 인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A Guideline to STO by BGCC).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된 국내 코인의 대부분은 사실 화폐형 코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화폐로서의 기능이 제대로 검증되지도 설계에 반영되어 있지도 않았다. 대부분의 코인들은 오픈소스를 이용하여 비트코인 소스코드 등으로 손쉽게 복제(포크)한 것에 불과하다. 오로지 업비트나 빗썸 등 거래소에 상장해서 법정화폐인 원화로 교환하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코인들이다. 상장하지 못할 경우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디지탈쓰레기에 불과한 코인들이다. 화폐로서 교환의 매개체로서도 가치저장수단으로서도 사용될 수 없는 코인들이므로 사실상 기능과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기능이 이런 코인들을 상장시켜서 현금화 시키는 것이 주요 목적이고 실제 거래소 운영자들의 주요한 비즈니스 모델이자 사실상 유일한 수익모델이라면 이는 일부 반대자들의 경고처럼 사회적 위험을 양산하는 꼴이 된다. 이런점에서 비트코인의 불완전한 교환의 매개체 기능을 새로운 각도에서 설계한 인스타코인(Instacoin, INC)을 주목하는 이유이다.

블록체인이나 코인의 기술적 진화와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제 가상자산 거래소 없는 생태계를 고민해야 한다. 굳이 가상자산을 통화로 교환할 때만 필요한 중앙집중식 거래소를 둠으로써 폰지사기와 같은 코인을 양산할 수 있는 위험을 극대화해서는 안된다. 물론 개발과 사업자금 조달 등 흔히 ICO 기능을 중요하게 수행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코인의 성격에 따라 분리된 규제를 시행해야 할 것이다. 증권형 코인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 거래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지불결제형 코인의 경우 원래 설계된 기능에 적합하게 거래의 매개체로 활용될 수 있게 하되 실제 화폐로서의 기능이 가능한 가상자산에 한해서 업비트나 빗썸 같은 가상자산 거래소에 등록하여 통화와의 교환을 허용하거나 전자결제대행업체 등 전자금융거래법상 자격을 획득한 전자금융업자가 분산거래소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유틸리티형 코인은 게임아이템과 같이 원칙적으로 개인적 거래외에는 거래소 거래를 허용하는 형태로 제도화할 이유가 없다.

블록체인거버넌스위원회(BGCC)(의장 배재광)는 이미 2018년부터 증권형 코인과 비증권형 코인을 분리해서 규제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업비트나 빗썸 같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상장 규정에 대한 가이드라인 등 매뉴얼을 발표하여 자본시장법 체계에 따라 규제 가이드라인을 시행함으로써 펀드, 증권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진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여 왔으나 금융당국은 올해초가지만 하더라도 가상자산(코인)은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회피로 일관했다. 

지금 가장 위험한 일은 성급한 입법이다. 흔히 업권법이라는 이름하에 포지티브 규제(Positve Regulatory)를 양산해서는 제2의 인터넷이라는 블록체인 생태계 자체를 몰각할 위험이 다분하다. 투자자보호라는 빌미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혁신을 통한 시장진입 자체를 막는 결과를 가져 오거나 아직 초기단계인 블록체인 혁신을 현재까지 기술 정도로 한정해서 규제함으로써 새로운 기술혁신을 원천봉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 인터넷을 갈라파고스로 만든 공인인증서 제도나 박근혜 정권하에서 크라우드펀딩관련 법령이나 P2P 관련 규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글쓴이: 배재광 블록체인거버넌스컨센서스위원회 의장(인스타페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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