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시스 직원, SKC 이사 증인 출석..."기억없다"되풀이
검찰, 직원들 증언 등 추가증거 제출..재판부 "방어권 훼손 우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2000억원대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최신원(69) SK네트웍스 회장의 재판에 나온 증인들이 모두 10년전 일이라는 이유로 “기억에 없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검찰과 변호인 측 모두 기억이 안난다는 증인들을 두고 유도 질문을 던지며 평행선을 이어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최 회장의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앤츠개발 관련 업무에 관여했던 정 모 당시 SK텔레시스 법무담당 매니저와 두차례의 SK텔레시스 유상증자 참여에 찬성했던 사외이사 박상수 경희대 경영학부 명예교수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검찰은 SK텔레시스가 앤츠개발에 무담보로 155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집중 추궁했다.

정 과장은 자신이 SK텔레시스 내 자신의 상사인 백 모 팀장의 지시를 받고 2007년 7월부터 약 6개월간 앤츠개발 설립 관련 업무를 한것은 맞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2009년 6월 앤츠개발에 155억원을 빌려주는 업무와 관련해서는 기억나는게 없다며, 해당 계약이 이뤄지는 당시에는 인도네이사 출장 중이었다고 답변했다.

1998년부터 2013년까지 15년간 SKC의 사외이사를 역임한 박상수 교수 역시 SKC 이사회가 두번째 SK텔레시스 유상증자에 참여하게된 근거에 대해 두루뭉실한 답변을 내놓았다.

2011년 SKC는 1차 유상증자에 참여해 SK텔레시스에 37억원을 출자했다.

박 교수는 2011년 SK텔레시스가 37억원을 막지 못해 은행대출 만기가 연장되지 않으면 부도가 날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유상증자 참여를 결정하게 됐다고 했다.

SKC는 다음해인 2012년 두번째 유상증자를 통해 SK텔레시스에 199억원을 출자했다.

두번째 유상증자 결정 근거가 된 SK그룹 자율책임경영지원단(자경단)의 경영진단 보고서에 대해서는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안난다”고 답했다.

검찰은 “확인 결과 두번째 유상증자 결정의 근거가 되는 경영진단 보고서가 SKC나 SKC이사회에 통보된적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유상증자에 참여를 결정한 건가”라고 물었다.

박 교수는 “SK텔레시스가 회생을 위한 신규사업이 확보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 부분에만 집중했고, 그에 관해서는 최태은 전무로부터 답변을 받아서 유상증자 참여를 결정했다”고 답변했다.

애매한 답변을 두고 재판부도 “2차 유상증자 참여 결의 당시 자경단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굉장히 중요한 이슈같은데 왜 기억못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변호인 측은 박 교수가 ‘기억이 안난다’고 말한 문서에 해당하는 'SK텔레시스 재무실사 보고서’를 내밀며 답변을 유도했다.

변호인 측은 “재무실사 보고서를 보면 SK텔레시스의 영업이익을 늘리기 위해 신규사업을 추진했고 SK C&C와 합의됐다고 기재돼있다. 이런 사실들에 비춰보면 SKC가 SK텔레시스에 대한 경영진단을 실시한걸로 보이는데 맞지않나”고 물었다.

박 교수는 “구체적인 기억은 없지만, 서류를 보니 맞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증인신문 외에 검찰의 추가증거 신청을 두고도 신경전이 오갔다.

재판부는 검찰이 추가로 신청한 진술조서 40개를 두고 “일부 증인이 자신이 앞으로 피고인이 될 지 증인으로 머무를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증언하도록 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추가로 신청한 조서에 증인으로 채택된 이들의 진술조서도 포함되어 있었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증인들이) ‘불리한 증언을 하면 기소하겠다’ 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라고 우려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미 증인으로 채택된 이후 추가 진술조서가 제출된 경우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미루기로 했다.

변호인 측도 “검찰에서 이번에 낸 추가 증거가 전부가 아니고, 언제 또 증거를 더 낼것인지 확정되지 않아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20일 다음 공판 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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