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가습기살균제 청문회, 피해자 앞에 고개 숙였지만…"앞에선 사과, 뒤에선 로비·유착"
[현장] 가습기살균제 청문회, 피해자 앞에 고개 숙였지만…"앞에선 사과, 뒤에선 로비·유착"
  • 김지훈 기자
  • 승인 2019.08.27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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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 오후 세션에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공정거래위원회와 환경부를 대상으로 질의를 하고 있다./사진=김지훈 기자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가습기살균제 판매·사업자의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둘러싼 공정거래위원회의 과거 판단이 대기업 봐주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7일 서울시청에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개최한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 오후 세션에서 유선주 공정위 전 심판관리관은 가습기살균제의 '인체 무해' 광고를 둘러싼 공정위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 "2011년 공정위가 (애경산업 등을) 조사하면서, 일부만 조사했고 조사한 부분은 은폐했다"며 "피해도 폐 섬유화로만 유해성을 한정했다"고 밝혔다.

또 "그런 과정에서 (공정위가) 공무원이 대기업 봐주고 피해자 배척한 셈이 됐다"며 "이렇게 2018년까지 시간을 끌어오면서 공무원과 기업의 잘못 드러날 수 있는 공소시효가 지나가버렸다"고 호소했다.

과거 SK케미칼과 애경 등은 살균제에 ‘안전한 성분, 안전한 제품’ 등의 내용을 적어 광고했다. 공정위는 2012년 당시이 제품에 쓰인 CMIT-MIT 성분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공정위는 2016년 가습기살균제의 위해성 의혹에 대한 조사에 나섰으나 유해성을 연구 중이라는 이유로 또다시 심의를 종결했다.

이후 추가 재조사가 진행된 2018년 2월 표시·광고법 위반 처분을 내렸다.

이밖에 2011년 애경의 내부 대응팀에 공정위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포함돼있었고, 2016년에도 공정위 사건 담당자가 공정위 출신 기업 관계자를 연이어 만났다는 유착 의혹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유선주 전 공정위 심판관리관은 재직 당시 가습기살균제 업체들의 표시관리법 위반 사항에 대해 보고했으나 윗선에서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7년) 9월부터 구두보고를 했고 10월, 11월에는 간부들이 모여있는 국회 오찬장소에도 한분 한분 말씀드렸다”면서 “구두로 묵살이 돼자 중차대한 사건을 포기하면 안되겠다 싶어서 보고서를 작성해 11월 28일 보고했으나 그것도 묵살됐다”고 말했다.

특조위는 27일 가습기살균제 청문회에서 2017년 10월 18일과 11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임원들의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한 회의록을 공개했다./사진=김지훈 기자

오전 SK·애경을 상대로 열린 청문회에서는 양사가 협의체를 만들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증거 인멸을 논의하고 가습기살균제 참사 특별법 개정안 제정을 막으려고 정부와 국회, 보수 언론을 상대로 로비를 시도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SK와 애경이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 앞에 머리 숙여 사과했지만 뒤로는 야당과 보수매체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것이다.

검찰, 환경부, 공정위의 동향을 파악해 공유, 증거 인멸을 공모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에 양정일 SK케미칼 전무는 "현안이 있을 때 애경과 미팅한 적은 있지만 협의체라고 부르진 않았다"면서도 "애경 보고서에 저렇게 돼 있으면 아니라고 말할 순 없다"고 논의 사실을 인정했다.

검찰이나 환경부 공무원에게 내부 자료를 입수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양 전무는 "2017년 9월에 이미 기소중지 결정이 나와 검찰 모니터링할 정도 상황은 아니었고, 환경부 실험 결과도 나올 시기가 지나서 자료를 확보했고 언론이나 환경부 장관 청문회, 피해자 간담회 등에서 나온 자료를 취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전무의 해명에 최예용 부위원장은 "애경은 김앤장 개정안 검토의견서를 토대로 법안 심사 단계에서 통과 저지를 진행했고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접촉하고 SK와 협력해 대관업무를 진행했다"고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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